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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풀꽃시인 나태주와 '공주풀꽃문학관'의 여름 풍경

2017.08.03(목) 10:36:02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풀꽃문학관 전경
▲ 공주풀꽃문학관 전경

옛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과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후문 사이의 야트막한 언덕에는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을 리모델링하여 2014년 10월 17일 개관한 '공주풀꽃문학관(봉황로 85-12)'이 자리잡고 있다.

'공주풀꽃문학관'은 공주풀꽃문학관  '조동수' 관장이 안내책자에 소개한 대로 가장 사랑받는 광화문 교보생명 글판 주인공인 시인 '나태주'가 강의를 하고, 문인들이나 문학지망생들과  모여  회의를 하고,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문학관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은  KBS  2TV드라마  '학교 2013'에서 주인공이 강제전학 당할 위기에 처한 친구에게 '풀꽃1' 을 읊어 주는 장면이 유명세를 타면서 어린 학생들도 술술 외우고 다니는 '국민 애창시'가 되었다. 

이번 '공주풀꽃문학관' 방문 목적은 단순했다. 풀꽃시인이 즐기는 여름풀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엉뚱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공주풀꽃문학관' 앞 비탈길에는 봄이면 복수초, 할미꽃, 돌단풍, 부채붓꽃, 매발톱, 금낭화, 꿀풀 등 화려한 꽃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꽃대궐을 이룬다. 하지만 7월 말에 찾은 '공주풀꽃문학관' 전경은 주변의 신록에 압도된 채 어린 배롱나무의 꽃송이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소박하게 피어 있고, 무늬맥문동과 비비추 정도가 수수한 보라색꽃을 피워 여름꽃의 체면을 세우고 있었다.

옛 공주지원 담장에 나열한 시인'나태주'와 명사 및 문인들의 시
▲ 옛 공주지원 담장에 나열한 시인'나태주'와 명사 및 문인들의 시  
 
'공주풀꽃문학관' 탐방은 옛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의 담장 앞에 늘어선  나태주 시인의 시를 비롯한 산당화(유병학), 곡즉전(육근철), 여섯시 삼십분(안연옥), 인생(이걸재), 종이배(유준하), 장날(이극래) , 민들레(김현주) 등 공주의 명사와 문인들의 시를 감상하며  천천히 이동하는 묘미로 시작된다.

공주풀꽃문학관 정문 풍경
▲ 공주풀꽃문학관 정문 풍경

'공주풀꽃문학관' 입구에는 지난 5월에 있었던 공주시의 봄야행 '밤마실' 때 실시됐던  모바일 스탬프 투어에 관한 현수막이 보여 반가웠다. 2차 여름야행(8월 25일~8월 26일)의 볼거리, 먹거리, 체험 등도 기대가 크다. 8월 여름 야행은 원도심은 물론이고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과 무령왕릉 등을 걷게 된다고 한다.


 '공주풀꽃문학관'을 안내해 주시는 자원봉사자 분과 안내도우미 분이 퇴근하신 뒤에 올라가 보니 문학관 입구에는 꽃밭에 심으려고 사다 놓은 '일일초'가 놓여 있었다. 윗집에 사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일요일 이 시간엔 선생님이 계실텐데..."  관람 시간(화요일~일요일 하절기에는 오전10시~오후 5시, 동절기에는 오전10시~오후 4시. 월요일은 정기휴관)을 못 맞춰 문학관 안으로 못 들어가고 밖에서만 서성이는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한 마디 던지고 지나가신다. 그나마 담장이 없어 고양이 걸음으로라도 살짝 둘러보고 갈 수 있어서 황송할 따름입니다.

공주풀꽃문학관 정면 왼편 풍경
▲ 공주풀꽃문학관 정면 왼편 풍경

'공주풀꽃문학관' 정면의 왼편을 살펴보니 ' 채송화(우측 사진 상단부터), 아주가, 분꽃'이 처마 밑에 나란히 피어 있었다. 잦은 내방객의 발소리 때문인지 더운 열기 뿜어대는 실외기 때문인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었다. 분홍꽃을 피울지? 노란꽃을 피울지? 아이,궁금해!  8월에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다
 
공주풀꽃문학관 정면 왼편과 수돗가 전경
▲ 공주풀꽃문학관 정면 왼편과 수돗가 전경

저 멀리 장독대를 앞에 두고 추억의 파란색 긴 호스와 플라스틱 빨간 통이 놓여있는 곳이 문학관의 수돗가이다. 멀리서도 자줏빛 '차조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공주풀꽃문학관' 앞마당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꽃은 오른쪽 상단의 '유홍초'였다. 풀꽃문학관 출입구 옆의 빨간 우체통을 휘감아 오르는 것도 '유홍초'이다. 그 유홍초 아래 사진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풀협죽도, 왕나리꽃, 봉숭아, 천일홍' 이 곱게 피어 있었다.

공주풀꽃문학관 좌측 풍경
▲ 공주풀꽃문학관 좌측 풍경

시인의 강의를 들으러 오는 단체 방문객이나 문학지망생들의 모임은 정문 출입구 외에 측면에 있는 출입구를 이용해야 한다(탐방문의:041-881-2708/FAX:041-881-2706). 급하게 '공주풀꽃문학관'을 찾으신 분들을 위해 입구 왼편에 종이배(유준학), 장날(이극래), 곡즉전(육근철) 세 편의 시가 한 번 더 전시되어 있다. 가장 왼쪽으로는  2005년 발표한  '나태주' 시인의 시화  '안부'가 소개되어 있다. 평범했을 한글 전각도 풀꽃시인의 손끝에서 새겨져서인지 멋스럽게만 보인다.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앞쪽으로 시 '풀꽃'을 적은 시비가 서 있고, 잔디밭이 예쁘게 가꾸어져 있어 꽃들도 제 빛깔을 내는 듯했다.왼쪽 상단부터 소개하자면 시계방향으로 '분홍낮달맞이, 금불초, 붉은병꽃나무, 버베나'이고 금불초에 둘러싸인 분홍꽃은 '서양톱풀'이다. 마지막 꽃은 화단이 있는 집에는 의당 있을 법한  '비비추'이다.

공주풀꽃문학관의 뒤뜰 풍경
▲ 공주풀꽃문학관의 뒤뜰 풍경

모퉁이에 작업실로 쓰일 것만 같은 건물은 화장실이다. 옛 가옥을 개축했기 때문에 화장실은 밖에 있다.어릴 적 추억 속 우리집도 그랬기에 풀꽃문학관이 더 정겹게 다가왔다.
시인 '나태주'는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셨다. '공주풀꽃문학관'을 보호하듯 감싸안고 있는 대숲을 보자 이 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대숲의 흥취에서 깨어나자 '홍단심계 무궁화꽃, 안개꽃, 피망, 토마토, 해바라기'와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아주까리'까지 눈에 띄었다. 뒤뜰 가운데 미닫이문을 열면 낡디 낡았지만 가끔 '나태주'시인이 직접  고운 소리를 내는  손풍금이 놓여 있다. 문학, 음악, 미술 등 다방면에서 유감없이 보여지는 시인 '나태주'의  예술가적 면모는 선천적인 재능이 우선하겠지만, '공주풀꽃문학관'의 구석구석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지도 모르겠다.

공주풀꽃문학관 정면의 오른편 풍경
▲ 공주풀꽃문학관 정면의 오른편 풍경

'공주풀꽃문학관' 정면을 기준한 왼편과 달리 오른편은 아주 좁다. 담을 따라 코스모스를 쭈욱~심어놨는데,이제 막 예쁜 꽃을 피우는 코스모스를 타고 '으아리'가 꽃망울을 틔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공주풀꽃문학관 시설물과 옛 가옥 사진,상장,첫 시집
▲ 공주풀꽃문학관 시설물과 옛 가옥 사진, 상장, 첫 시집  
 
6일 후, '공주풀꽃문학관'을 다시 찾았다. 사진을 찍지 못할 상황에 몰려서 함께 간 일행에게 대신 부탁을 했는데, 쓸만한 사진을 얻을 수  없어 내부 시설물은 '공주풀꽃문학관' 안내물을 올렸다. 2번과 3번의 강의실은 두 개였던 방을 터서 넓게 사용하고 있었다. 우측 상단에 올린 옛 가옥의 사진을 보니 깔끔하게 단장된 '공주풀꽃문학관'과는 또다른 운치가 있다. 우측 두 번째 사진은 시인 '나태주'가 1971년 당선 후 받은 상장이고, 마지막 사진은 첫 시집의 원본이다. 38권의 시집을 출간한 베테랑 시인의 오늘이 있기까지 모태가 되어 준 시집은 시인에게나 독자에게나 아주 특별한 상징적인 존재이다.

2017년7월29일(토)차실에서 독자에게 친필사인을 하는 시인 '나태주'▲ 2017년7월29일(토)차실에서 독자에게 친필사인을 하는 시인 '나태주'

7월 29일 늦은 오후 '공주풀꽃문학관'을 찾았을 때, 서울에서 막 내려오신 '나태주' 시인을 만나뵈었다. 너무 피곤해 보이셔서 풀꽃문학관만 둘러보고 나오려는데, 사진 때문에  원수삼은 일행이 시인의 따님 (나민애,문학평론가)과 동문이라는 얘길 듣자마자 '아빠모드'로 변신하신다. 3년째 동아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이라는 문학비평을  소개해 주셨고, 여느 아버지들 처럼 티나지 않게 기꺼워하셨다.

"쓰지 말자 마음먹고는 독자들이 좋아하니까  또 쓰게 된다"며 원수에서 구세주가 된 일행과 나에게 친필사인과 함께 시 '풀꽃1'을 써 내려가셨다. 다시금 현재 진행하시는 일로 바쁜 걸음을 재촉하여  출입문을 나서시려다 가방에서 문고본으로 나온 시인의 대표 시선집을 꼭 쥐어주신다. 감사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자꾸만 똑같은 노래가 입 안에서 맴돌았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공주풀꽃문학관'의 여름 풍경에 나팔꽃은  등장하지 않았다. 얼마전 꽃이 지는 걸 봐둔 나팔꽃이 열매를 맺으면 '나태주' 시인께 꼭 전해 드려야겠다.

시인' 나태주'는 2009년부터 8년간  15대와 16대 공주문화원장을 역임했다. 2017년7월4일 (화),공주문화원 강당에서 최창석 신임 원장과 이취임식을 가졌다. 이제는 시인으로서의 삶을 자유롭게 누리셨으면 좋겠다.
시인님 약속 꼭 지켜 주세요. "오래 오래 건강하셔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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