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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광덕산 계곡의 추억과 고무신 이야기

2016.08.19(금) 11:55:22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동창회 총무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총무는 낭보(朗報)와 비보(悲報)가 있을 때만 문자를 보내는 다소 고지식한 친구다. 예컨대 “000의 여혼(女婚)이 있습니다.”는 낭보인 반면, “000가 부(모)친의 상(喪)을 당했습니다”는 비보이다. 얼마 전 그 총무 친구가 낭보를 전해왔다.
 
“0월 0일 천안 광덕산 계곡에서 탁족할 예정이니 많이 참석 바랍니다.” 탁족(濯足)은 산간 계곡의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는 걸 일컫는다. 탁족은 전통적으로 선비들의 피서법이라고 전해진다.
 
‘선비들은 물에 빠져 죽어도 개헤엄은 안 친다’는 속담이 있듯 과거의 선비들은 몸이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렸다고 한다. 따라서 모처럼 계곡에 갔다손 쳐도 발만 살며시 물에 담갔다나. 하지만 발은 온도에 지극히 민감한 부분이다.
 
특히나 발바닥은 온몸의 신경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발만 물에 담가도 온몸이 시원해진다는 건 다 아는 상식이다. 또한 졸졸졸 흐르는 물은 몸의 기(氣)가 흐르는 길을 자극해 주므로 건강에도 꽤 좋다. 지금은 허가된 구역 외에선 취사(炊事)가 엄격히 금지된다.
 
그러나 예전엔 계곡에서 천렵(川獵) 뒤의 취사가 가능했다. 1급 청정수에 버금가는 천안 광덕산 계곡에 어항(魚缸) 따위를 설치하면 물고기들이 금세 가득 잡혔다. 그러면 동행한 친구의 아들과 딸들은 그 어항에 잡힌 물고기를 신고 있던 신발에 담아 마치 장난감인 양 가지고 놀기도 다반사였다.
 
그런 모습을 보자면 우리들이 어렸을 적 검정고무신을 신고 등.하교했던 추억이 떠올라 피식 웃곤 했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 적엔 다들 그렇게 못 살았지. 그래서 신발이라곤 다들 그렇게 검정고무신이었고.”
 
"맞어, 근데 요즘 아이들 신발값은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더라! 운동화 한 켤레에 10만 원도 넘는다니 이게 말이나 되냐?" "내 말이. 하여간 요즘 물가는 비싸도 너무 비싸. 우리 아들놈도 메이커 없는 건 아예 거들떠도 안 본다니까. 우리가 신었던 검정고무신은 값도 참 착했는데 말여."
 
고무신이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건 1922년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 역사는 자그마치 94년이나 되는 것이다. 여하튼 그날 이후 고무신은 한 때 우리나라 전 국민의 80% 이상이 애용했을 정도로 국민 신발이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명실상부한 신발의 대명사였던 셈이다. 고무신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업체는 대륙고무주식회사이며 그 회사의 대표는 당시 미국 대리공사였던 이하영이었다. 그는 갓 쓰고 도포를 두른 차림으로 서양 춤을 잘 춰 워싱턴 사교계에서도 인기를 끌었다고 전해진다. 대륙고무가 내놨던 ‘대장군표’ 고무신은 당시의 갖신이나 짚신보다 방수도 잘됐고 실용적이었다.
 
여기에 임금인 고종을 광고에까지 활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던 고무신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가격이었다. 당시 양화점 구두 한 켤레 값은 12원이었지만 그에 반해 고무신의 가격은 고작 40전이었다고 하니 대단히 고마운(!) 가격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여기에 구두 못지않은 내구성과 실용성을 가진 고무신이었으니 이를 어찌 사지 않고 배길 수 있었겠는가. 언제부턴가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사이, 여자가 헤어짐을 통보하면 이를 일컬어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실용적이며 가격까지 감사한 고무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라도 그러한 거친 표현은 가급적 삼갔으면 한다.
   

날씨가 더우니 광덕산 계곡이 더욱 그립습니다.

▲ 날씨가 더우니 광덕산 계곡이 더욱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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