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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14) 을선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6.19(일) 18:26:26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천명14을선 1



 

천명14을선 2



대밭을 나선 을선은 노은리를 거쳐 곧장 홍주목 관아로 향했다.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대로변에 지나는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을선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을선의 얼굴이 어두움을 넘어 비장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한다리 들녘을 건너 홍주목에 다다른 을선은 시장통에서 서성였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잡아가기를 기다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홍주목 포졸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네가 덕산현의 을선이렷다.”
묻는 말에 을선은 순순히 대답했다.
 
“그렇습니다만 어쩐 일로?”
그렇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포졸들이 달려들어 을선을 포박했다.
 
“아니, 왜 이러십니까? 제가 무슨 죄가 있다고.”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관아에 가서 따져 보자.”
시장통이 순식간에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썩였다. 난데없는 포졸들의 으름장 때문이었다.
 
“네 놈이 감히 관원을 살해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포졸들의 연이은 호통에 시장통 안이 떠들썩해졌다. 더구나 관원을 살해했다는 말에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저리들 가시오!” 포졸은 육모방망이를 들어 사람들을 물리쳤다. 그리고는 다급히 을선을 끌고 홍주관아로 갔다. 그 뒤로 사람들이 죽 따라나섰다.
 
홍주관아 앞마당에는 때 아닌 야단법석이 펼쳐졌다. 을선을 앞에 두고 홍주목사 권자헌과 홍주목의 관원들 그리고 시장통 사람들로 꽉 들어찼던 것이다.
 
“네 놈이 덕산현의 보부상 을선이렷다?”
홍주목사 권자헌의 추상같은 물음에 을선의 소매 자락이 한차례 파르르 떨렸다. 이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가 을선의 입에서 간신히 기어 나왔다.
 
“예, 맞습니다.”
“어찌하여 덕산현 호방 천호석을 살해했느냐?” 살해라는 말에 을선이 펄쩍 뛰며 손사래까지 쳐댔다.
 
“살해라니요?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을선이 죽이지 않았다는 말에 홍주목사 권자헌은 수염까지 부르르 떨며 호통을 쳤다.
 
“저런 고얀 놈이 있나. 저 놈의 몸을 살펴봐라!”
홍주목사 권자헌의 명령에 의생 곽상선이 나섰다. 날카로운 눈매가 마치 매의 그것과도 같았다. 곽상선이 다가가자 포졸들이 달려들어 을선의 옷을 벗겼다.
 
“왜 이러십니까?”
을선은 저항했으나 포졸들의 완력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웃통이 모두 벗겨졌다. 그러자 곽상선이 다가서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목과 가슴으로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자국들은 무엇인가?”
곽상선의 물음에 을선은 일순 대답을 못했다.
 
“천호석 호방의 손톱자국이 분명하군.”
곽상선이 단정적으로 말하자 을선은 길길이 날뛰었다.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이건 나무에 오르다 긁힌 자국입니다.”
 
“나무에는 무슨 일로 올랐느냐?” 곽상선이 묻자 을선은 잠시 대답을 못하고 멈칫했다. 이어 급히 대답했다.
 
“밤을 따려다 그랬습니다.”
“어디서 그랬느냐?”
여유를 주지 않고 곽상선이 또 다시 묻자 을선은 당황한 듯 이번에도 머뭇거렸다.
 
“저기 노은동에서.”
“노은동 어디냐?”
“노은동 김가네 집 뒤에 있는.”
 
“언제 그랬느냐?” 숨 쉴 틈 없이 물어대자 을선은 당황했다.
“엊그제 그랬습니다.”
 
“노은동 김가네는 무엇 하러 갔느냐?”
“장돌뱅이 등짐장수가 무엇 하러 갔겠습니까?”
“허면 확인해 보아도 되겠느냐?” 확인해 본다는 말에 을선의 얼굴이 붉어졌다. 대답도 못했다.
 
“네 말에는 억지가 있다. 거짓말도 그럴 듯하게 해야지.”
곽상선의 핀잔에 을선은 몸만 떨어 댈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밤은 나무에 올라가서 따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지나다 한두 개 따려 했을 것인데 어찌 그런 말로 둘러대느냐?”
곽상선의 말에 을선은 그제야 실수를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렇지 않느냐?”
곽상선이 다시 묻자 을선은 말을 더듬거리며 겨우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밤나무가 아니었습니다. 감나무였던 것 같습니다.”
을선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처음 단추를 잘 못 꿴 것이 그만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놈이 횡설수설하는구나.”
곽상선은 홍주목사 권자헌을 보고 뒤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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