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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전국 생산량의 30%를 캐내는 당진 대호지 씀바귀

해풍맞은 명품 '속새'... 쌉싸레한 그 맛은 무침뿐 아니라 고기 먹을때 제격!

2015.03.23(월) 17:24:19 | 김진순 (이메일주소:dhjsdk44@hanmail.net
               	dhjsdk44@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해풍 맞고 자란 씀바귀. 이걸 당진과 태안 서산 등지의 내포 쪽에서는 ‘속새’라고 부른다. 왜 씀바귀를 속새라고 했는지 몰라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속새라는 식물은 씀바귀와 다른게 따로 있었다.
 
의문을 품고 지난 3월 6일 충청도 내포지방의 봄철 대표 농자물인 씀바귀 채취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당진으로 갔다.
 

대호지면 조금리의 이광록씨 씀바귀 밭

▲ 대호지면 조금리의 이광록씨 씀바귀 밭
 

800여평의 드넓은 밭에서 마을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씀바귀 채취에 여념이 없다.

▲ 800여평의 드넓은 밭에서 마을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씀바귀 채취에 여념이 없다.
 

초봄이지만 쌀쌀한 바람이 쌩쌩 불어 방한은 필수.

▲ 초봄이지만 쌀쌀한 바람이 쌩쌩 불어 방한복은 필수.


도민리포터가 찾아간 농가는 대호지면에서 오랫동안 속새를 재배해 온 이광록씨 농가에서 재배중인 씀바귀 채취현장 이었다.
 
당진시 대호지면 조금리의 황톳빛 너른 들판. 아직은 찬 바람이 씽씽 부는 초봄이었지만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명품 씀바귀를 재배하게 해주는 고마운 미네랄 바람이어서 그닥 싫지 않았다.
해풍을 이고 여러명의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밭이랑 속에서 씀바귀를 캐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전국생산량의30를캐내는당진대호지씀바귀 1

▲ "속새가 뭐냐구? 그냥 속새여"
 

이 할머니의 일하시는 자세, 뭐... '安' 그 자체다

▲ 이 할머니의 일하시는 자세, 뭐... '편안할 安' 그 자체다


씀바귀를 채취하는 할머니 한분께 궁금한 김에 제일먼저 속새가 뭔지 여쭈었더니 금세 돌아온 말씀.
“속새? 속새가 속새지 뭐여? 우리는 속새라고 불러, 기냥. 그닝께 기자님도 속새라고 혀면 되야. 그라믄 우리덜도 잘 알아들으닝께”
하하하, 호호호,...
연세가 칠순은 다 돼보이시는 할머님의 재미있고 쾌한 답변에 주변에서 씀바귀를 캐시던 모든 분들이 다같이 웃었다.
더 이상 씀바귀를 속새라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도 모르니까(?).
 
햐여튼 <당진 해풍 씀바귀>라고 하면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도 알아주는 고급 식재료로 통한다. 생으로 씹어 먹어 보니 살짝 쌉싸름한 맛이, 그대로 입안에 한약재 같은 느낌을 주며 청량하게 봄내음을 전해줬다.
 
“대호지는 토양과 기후조건이 씀바귀 재배에 최고의 적지로 꼽히고 있는데요. 품질이 워낙 좋아서 인기가 높습니다. 대개 4㎏들이 1상자에 요즘 시세는 25000원~30000원 정도 하는데 3만원 정도만 맞춰 주면 타산이 맞습니다. 사실 인기가 좋다고 해서 농가소득이 높은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시기적으로나 계절적으로 홍수출하가 이뤄질 경우 품질보다 싼걸 찾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그 안에 묻혀 갈 경우 제값 받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런 와중에도 저희 대호지면 농가들은 해마다 씀바귀를 재배해서 꾸준히 납품하고 있어요.”
 
이광록씨의 말씀이다.
사실 씀바귀의 인기가 높을 때는 4㎏들이 1상자에 7만원까지 한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실로 대박이었다. 지금은 그런 호시절은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철 농한기에 효자작목이다.
 
씀바귀를 캐는 방식은 이렇다.
 

비닐 멀칭을 걷기 전 비닐 위로 나와 있는 씀바귀 이파리. 겨우철이라 잎은 모두 마른 상태이고 뿌리는 싱싱하게 겨울늘 나며 땅속에 들어있다.

▲ 비닐 멀칭을 걷기 전 비닐 위로 나와 있는 씀바귀 이파리. 겨울철이라 잎은 모두 마른 상태이고 뿌리는 싱싱하게 겨울을 나며 땅속에 들어있다.
 

비닐을 모두 걷어낸다

▲ 비닐을 모두 걷어낸다
 

경운기가 한차례 훑고 지나간 자리에서 작은 쇠스랑을 씀바귀를 캐낸다.

▲ 경운기가 한차례 훑고 지나간 자리에서 작은 쇠스랑을 이용해 씀바귀를 캐낸다.
 

캐낸 씀바귀의 흙을 털어 정리한다

▲ 캐낸 씀바귀의 흙을 털어 정리한다
 

흙을 죄다 털어낸 씀바귀 뿌리

▲ 흙을 죄다 털어낸 씀바귀 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30년도 더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한 통에 씀바귀를 담으면 끝.

▲ 그리고 마지막으로 30년도 더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한 통에 씀바귀를 담으면 끝.


씀바귀는 비닐 멀칭이 돼있는 아래에서 겨우내 땅 속에서 잠복하고 있다. 이것을 갈퀴를 가진 경운기나 트랙터가 헤집고 나아간다. 그러면 40~50㎝ 길이의 굵은 실타래 같은 노란 색깔 씀바귀 뿌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머니들은 경운기 갈퀴가 땅 위로 풀어헤쳐준 그것을 쇠스랑 같은 작은 농기구로 캐내 흙을 털어 바구니에 담아낸다. 이것이 바로 겨우내 잃어버린 우리의 입맛을 돋우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하는 당진 해풍 씀바귀다.
원래 씀바귀는 달래, 냉이 등과 함께 대표적으로 꼽히는 밥상 위의 봄 전령사다.
 
잔뿌리를 제거한 뒤 두 번 물로 닦은 씀바귀 뿌리를 먹어 보니 입안 가득 쌉쌀한 맛이 감돈다. 자꾸 씹으면 묘한 단맛도 우러나온다. 봄의 향취가 혀끝을 감돌면서 침이 고이는 것이 과연 식욕을 돋울 보약이라 할 만하다.
 
당진 대호지면에서 씀바귀가 대량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라 한다. 처음에는 몇농가 안됐지만 지금은 10여가구 주민들이 2만여평의 밭에서 씀바귀를 재배하고 있다. 해마다 6월에 심어 그해 10월말부터 다음해 3~4월까지 수확한다.
 
현재 당진시에서는 이곳 특작물인 씀바귀에 대해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한다.
“저희 당진 씀바귀가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리적 표시 등록을 하면 다른 지역에서 ‘대호지 씀바귀’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잘 알다시피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농축수산물이나 가공품의 품질, 명성 등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지역의 특성에서 비롯된 경우 그 지역에서 생산, 제조하거나 가공된 상품임을 표시할 수 있도록 특허청에서 보호해 주는 제도잖아요. 국내에서는 보성녹차, 고창복분자가 대표적인 사례죠.”
 
이광록씨가 대호지 씀바귀의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추진에 대해 설명해 주길래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당진에서는 이미 황토감자가 지리적표시 단체 표장에 등록돼 있었다.
 
무엇이든 쉬운 일은 없다. 특히 농삿일은 더욱 그렇다. 춥든 덥든 온통 땡볕과 논밭 위에서 농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나마 봄 가을이면 할만 하겠지만 한여름과 겨울철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겨울엔 농민들의 고생이 여간 아니다.
 

전국생산량의30를캐내는당진대호지씀바귀 2

▲ "이거 봐. 이게 우리나라에서 젤로 쳐 주는 대호지 씀바귀여"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찬바람을 맞으며 밭에서 씀바귀를 캐다 보니 고생스러워 보이시길래 춥지는 않으시냐고 여쭈었더니 풀썩 웃으시며 “이게 그날 캐서 그날 나가야 되능겨. 그랑께 오늘 캐서 오늘 공판장으로 가는거라 춥던 덥던 열심히 캐야 혀”라시며 농사철학을 일러 주신다.

아하... 그러셨구나. 당일 수확, 당일 출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날씨가 나빠도 매일 작업을 하는데 특히 일일이 잔뿌리를 제거하는 과정에 손이 많이 간다. 씀바귀를 캐는 손놀림이 바쁘고 힘들어도 정성스레 씀바귀 잔뿌리를 다듬고 그것을 다시 물로 헹궈 낸 다음 물기를 잘 말려 포장을 한다.
 

잘 씻어 놓은 대호지 씀바귀

▲ 잘 씻어 놓은 대호지 씀바귀
 

상품포장이 완료된 씀바귀가 대호지 농협 앞에 출하를 하기 위해 쌓이고 있다. 대호지에서는 씀바귀 뿐만 아니라 냉이와 달래도 지금 한창 나오고 있다.

▲ 상품포장이 완료된 씀바귀가 대호지 농협 앞에 출하를 하기 위해 쌓이고 있다. 대호지에서는 씀바귀 뿐만 아니라 냉이와 달래도 지금 한창 나오고 있다.
 

이광록씨가 대호지 씀바귀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계시다.

▲ 이광록씨가 대호지 씀바귀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계시다. "대호지 씀바귀 많이 사랑해 주세요"


씀바귀는 나물로도 먹지만 요즘은 웰빙식이라 고급 음식점에서 고기를 먹을때 곁들여 먹는 고급 식재료이다. 씀바귀가 고기의 잡내와 누린내를 없애고 고기 맛을 더 특이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서해바람을 맞아 풍부한 미네랄과 영양분을 먹고 자란 당진 대호지 씀바귀.
쌉쌀한 겨울의 맛으로 전국 미식가들과 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봄의 청량함을 제대로 전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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