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중3, 고 3학생들... 이 학생들은 말이 학생이지 이미 실질적으로는 졸업한 지 오래다.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학생부에 기록까지 마친 상태다. 배우던 교과서나 참고서는 묶어 쓰레기 수거차에 실려 간 지 오래고 남은 건 출석일수 채우기뿐이다. 출석일수를 채우기 위해 12월과 졸업하는 2월까지 동안은 이름만 고등학생, 중학생이다. 공부도 하지 않는 3개월동안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공납금을 내는 것도 그렇지만 인생에 3개월이라는 황금같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모순을 왜 방치하고 있을까? 거창 아림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차용택선생님의 경우를 보면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차선생님은 ‘지겨운 공부를 잠깐 놓고 못 본 영화를 친구들과 함께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나 3주쯤 되는 시간을 그렇게만 보내기 아쉬워서 교과 내용을 게임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고 한다.
획일적인 문제풀이 수업에서 벗어나 ‘모둠별로 교과 내용으로 만든 십자 말 풀이를 하게 하기도 하고, 퀴즈가 적힌 숨겨진 쪽지를 찾아서 문제를 풀면 상점을 주고 다음 쪽지를 찾게 한다. 또 모둠별로 사람줄다리기 등 게임을 해서 이긴 팀에게 퀴즈 풀 기회를 줘서 상점을 준다든가 하여 상점이 많은 모둠에게 상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등교하기 바쁘게 영화나 시청하는 시간 때우기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어느 중학교 선생님은 남아도는 시간을 활용해 자기만의 책 만들기를 시작했다. 여러 과목 선생님이 협력하여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만들 책을 기획하고 내용을 채우고 편집하고 표지까지 만들어 방학할 때는 예쁜 책 한권씩을 만들었다는 사례를 소개해 준다. 조금만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2월수업의 마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으련만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등교하자 말자 교실에서 잠을 자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선생님은 특별한 선생님이다. 대부분의 선생님은 아이들과 몇 번 부딪히다 제풀에 지쳐 두 손을 들고 만다. 3년간 진을 뺀 공부를 했는데 아이들이 좀 쉴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뜻일까? 그러나 중 3, 고 3에게 시간이란 이름 그대로 금이다. 1초 1분도 아까운 아이들에게 그 귀한 시간을 출석일수를 채운다는 이유로 등교시켜 잠을 자고 장난치고 영화나 보면서 1달이라는 시간을 허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출석부에는 수업을 한 것처럼 적어 공문서까지 위조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지도감독을 해야할 교육부의 무능이요, 알고 있었다면 직무유기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년동안 이런 현실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교사도, 학부모도 교육부 모두가 공범자(?)다. 청맹과니가 된 교육부... 아침부터 학교에 나와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 TV를 시청하고, 장난치고.... 겨우 몇 명만 문제집 풀이를 하는... 이런 곳이 학교라할 수 있는가? 아무리 기발한 대안을 내놓아도 쇠귀에 경 읽기다. 언제까지 이 황당한 학교를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