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또 바꾸는 이유가 궁금하다

2014.09.12(금) 20:34:36 | 교육이야기 (이메일주소:kyongt@naver.com
               	kyongt@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장교사들의 대부분이 바뀌는 줄도 모르는 교육과정, 교육부는 왜 교육과정을 바꾸려고 할까? 교육부가 교육과정을 바꾸겠다는 이유는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지만 선듯 공감이 가지 않는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으로 바꾸면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홍익인간, 전인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이 가능할까? 그런데 왜 홍익인간이나 전인교육이 아닌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하려는 것일까?

교육과정이란 학교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설계도요, 수학기간 중 배워야 할 교육내용이다. 교육과정에는 피교육자를 어떤 인간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철학과 종합적인 교육계획이 담겨 있어야 한다. 당연히 교육을 상품이라 했으니 수요자인 학부모들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인간상을 길러내야 하는 공급자인 정부가 감당할 몫이다. 그런데 가르칠 교사도 학부모도 모르게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으로 바꾸겠다는 저의가 무엇일까?

교육부가 내놓은 개정시안은 2009개정교육과정의 필수이수단위 116단위에서 94~104단위로 후퇴하고 있다. 특히 필수이수단위 15단위에서 12~14단위로 후퇴한 과학교과는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라는 명분과는 거리가 멀다. 최소한 2009개정교육과정의 당초 기준인 국·영·수·사·과 15단위 이상(한국사 6단위 별도)으로 복귀하고 생활교양 교과는 현행 16단위에서 20단위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일반계 고교만이 아니라 자사고를 비롯한 모든 학교에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수능이 학교교육내용을 좌우하는 현실에서는 학교교육과정이란 일류대학의 입시전형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교육과정이 버젓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영수는 주요과목 그 밖의 과목은 기타과목 취급을 받아 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현재 국·영·수 비중은 수업시수 50~60%, 수능에서 75%(가중치까지 고려하면 80~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고교교육을 개정해 ‘창의·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달성을 하겠다는 의도라면 국·영·수 비중을 40% 이내로 축소하여 일반고뿐만 아니라 특목고, 자사고까지 모두 적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 내신(비교과 활동 포함) 반영을 강화하고 고교 서열화·상대평가 폐지, 절대평가제 도입, 수능비중 축소, 수능의 대학입학 자격고사화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과정 개정안에는 ‘고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학습내용의 수준을 대학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점검, 대학입학전형에서 선수과목을 지정한다.’고 하였다. 이는 사실상 문·이과 차원이 아니라 대학 전공학과별로 칸막이를 만들겠다는 것으로서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의도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교육부의 개정안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관된 철학 없이 각종 외부 요구를 짜깁기 하여 창의 융합, 사회적 요구 수렴, 학교현장 요구 수렴으로 포장되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학교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초등과 중학교 교육과정에 필수로 도입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교육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일방적인 요구를 여과 없이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창의·융합인재 양성과 문·이과 통합형교육과정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소프트웨어 교육이 초등과 중학교에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할 교육적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특히 교육적 근거없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화하는 것은 향후 비교육적 논리에 따라서 또 다른 교과나 과목이 임의로 신설, 필수화 할 수 있는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기까지 하다.

또한 초등에서 수업시수증가와 안전교과 신설, 통합교과 해체와 재구조화, 한자교육 활성화 등의 계획은 학생들과 학교 현장의 부담만 늘리는 개악이다. 우선 먼저 초등학교 1-2학년 통합교과 재구조화를 보면 초등학생들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 등 교육과정 내적인 문제가 아니라 누리과정과 고학년과의 교과연계성 때문에 수십 년 이어온 통합교과를 해체하고 새로운 교과를 만들려고 한다. 누리과정과 통합교과의 편제문제로 학생들이 어떤 인식과 발달상의 혼란을 겪고 있는가? 관변학자들의 교육적 근거 없는 상상력이 저학년 교육과정을 난도질하고 있다.
 

초등 1, 2학년 수업시수증가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게 뻔하다. 현재도 시수감축 없는 주5일제로 1, 2 학년 수업부담이 가장 커서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 2학년은 담임교사에 의한 교육이 필요한데 시수를 늘리는 대신 교과별 전담교사를 투입한다는 것은 초등교육의 특성을 모르는 발상이다. 오히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복수담임제를 도입하여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외되지 않고 기초기본학력을 키울 수 있도록 초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는 개인에 대한 교육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스포츠클럽운영도 그렇다. 현장 교사들의 다수는 자유학기제와 스포츠클럽을 중학교 교육과정에 전면 도입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2016년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인프라 구축 미흡, 프로그램 구성의 어려움, 진로직업체험활동에 편중된 프로그램 운영, 주당 총 수업시수 증가 등이다. 경쟁적 교육제도와 환경에 대한 개혁이 전면적으로 이뤄지거나 최소한 점진적으로 도입되지 않는 한 자유학기제는 그 취지가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클럽 교육과정 전면 도입도 스포츠클럽의 형식적 운영이나 비전문가의 수업 가능성, 그리고 주당 총 수업시수 증가로 성공할 확률이 낮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인프라가 구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스포츠클럽이 제대로 운영되기를 기대하겠는가?

교육과정의 개정은 단지 문서상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개정은 학교 교육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설계도로서 그에 따르는 교과서, 학사일정, 교원수급과 양성체계, 입시제도 등의 변화를 동반한다.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과정에 대한 안정적 운용, 그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개정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시안 마련, 현장 적합성 검토, 충분한 심의 등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목적도 분명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과정도 없이 졸속으로 시작하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은 또 다른 교육황폐화를 불러 올 뿐이다.
 

 

교육이야기님의 다른 기사 보기

[교육이야기님의 SNS]
  • 페이스북 : http://www.facebook.com/#!/chamstory
  • 트위터 : https://twitter.com/#!/chamstoy
  • 미투 : http://me2day.net/kyongt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