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간 우리나라에 머물다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가 천주교인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 오고 있다. 가난한자와 소외 받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관심과 사랑이 천주교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화해, 죽음의 문화가 아닌 삶의 문화, 돈의 세계화가 아닌 사랑의 메시지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가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말이 투자활성화이지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민다수가 반대하는 ‘교육민영화, 의료민영화, 철도민영화’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데 아직도 10명의 아이들이 물속에 잠겨 있는데 경제를 살린다면서 외국자본과 소수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런 정책으로 교육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민영화라는 말이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며 자회사설립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마치 이명박정부가 대운하사업을 4대강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꿔 강행한 것처럼 박근혜정부도 그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명분이야 ‘교육서비스를 높여 국내학생에게는 유학수요를 흡수하고, 외국유학생을 국내에 유치시켜 서비스수지의 흑자를 높인다’는 것이지만 그게 명분처럼 실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 국내 외국교육기관 설립이 용이하도록 외국대학이 국내 자법인 또는 합작법인으로 국내 진출 허용 ▲ 국내학교의 방학 중 영어캠프허용 등으로 영리활동 허용 ▲ 국내기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를 위해 사설학원에 대해서도 유학생 사증(일반연수 비자)발급 허용」 등이다. 결국 공공성을 포기해 교육을 시장판에 내놓겠다는 조치다.
백번을 양보해 그것이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민영화조치는 모든 국민이 아닌 소수 재벌이나 외구자본에게 과실을 갖다 바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세월호 참산 후, 마피아들을 찾아 내 적폐를 도려내겠다는 게 대통령의 결단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투자활성화 대책은 힘없고 소외된 다수를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하겠다는 대책이다. 투자활성화대책이란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첫째, 국내외 합작법인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허용은 사실상 국내대기업의 외국교육기관설립을 허용한 것이다. 지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발표된 잉여금의 배당허용 및 과실송금 허용 등과 결합되면, 국내대기업에게 학교영리활동의 문호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사학비중이 높고, 공적투자보다 경쟁구조에 의존하고 있어 우리나라 공교육의 토대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외자본의 학교영리활동 허용은 교육의 공공성을 더욱 훼손할 것이며, 학교를 돈벌이 경쟁에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그동안 불법화했던 학교의 영어캠프 운영을 허용하면 학교는 학원식 영리활동에 치중하게 되어 본연의 교육활동에 소홀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의 고액영어캠프의 불법성이 지적되자 이를 합법화하여 돈벌이를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정책은 왜곡된 영어수요를 부추기거나,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올바른 영어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먼저다.
셋째, 외국유학생의 국내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학원에게까지 유학생 비자발급을 허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국내대학들조차도 외국인 유학생 관리가 부실해 유학생들의 불만이 높은 시점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설기관까지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는 것은 유학생 관리의 부실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 자명하다. 유학생을 유치하는 사설기관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관리감독하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영리추구에 집착한 사설기관들이 경쟁적인 유학생유치를 위해 학위 및 인증서 장사, 부풀린 프로그램 홍보 등으로 인해 유학생 문제가 사회문제화 될 우려가 있다.
교육위기를 방치할 수 없다는 모든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지난 7.30선거에서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이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교육을 상품이 아닌 공공성을 살려 공정한 경재,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통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 아닌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학생 유치를 위해 공교육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OECD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취약한 공교육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학교를 정상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교육의 시장하정책’으로 어떻게 한계상황에 처한 우리교육을 살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