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낮은 참으로 길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일몰 무렵 찾아갔음에도 외암민속마을의 풍경은 여전히 환하고 밝았다. 매표소도 정리할 무렵이라 입장료가 굳긴 하였지만 여기 저기서 체험을 하는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나 이 돌담 저 돌담을 돌아다니면서 마을 풍경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담는 사람들이 거의 사라진 뒤였다. 반면, 더운 여름날의 산책이라는 것이 그리 달가운 일만은 아니지만 해질 무렵의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오롯이 느끼며 조용히 걸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예안이씨의 집성촌을 이루는 외암민속마을은 충청도 지방의 전통적인 살림집들이 어떠한 형태인지 이곳에서 배출된 이름난 인재들의 집들을 찾아보고 집집마다 둘러쳐진 돌담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마을 입구, 바위 위에 '외암동천'과 '동화수석'이라고 새겨진 반석이 있다.
▲ 소쿠리나 키와 같은 농기구와 옥수수나 메주를 말리기 위해 걸어놓은 풍경 하나하나가 정겹다.
▲ 집집마다 둘러쳐진 돌담길은 막바지 여름꽃들과 가을이면 더욱 풍성해질 코스모스들이 장식했다.
▲ 돌담을 뒤덮은 담장이와 소담스럽게 피어난 능소화
이제 외암민속마을의 중요민속자료이거나 이름난 집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대부분은 실제 살림집이거나 문이 잠겨있어 겉으로만 감상하였다.
▲ 이간 선생이 태어난 곳이며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건재(이욱렬)의 호를 따서 붙여진 건재고택
고택의 이름들은 집 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따서 건재고택, 교수댁, 참판댁, 종손댁 등의 택호가 붙여져 있어 집의 이름만 들어도 집주인이 대충 어떤 일을 하였는지 호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 외암 이간 선생의 종손이 살고 있는 외암 종손댁
▲ 이사종의 13세손인 이용구가 성균관 교수를 지냈다고 붙여진 교수댁
건재고택, 송화댁과 함께 외암민속마을을 대표할만한 정원을 가지고 있다.
▲ 택호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옛 주인의 관직에서 따온 것으로 추측되는 감찰댁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자 해는 서산 너머에 걸쳐 있고 마을에 심어놓은 깻잎이며 고추와 같은 농작물은 마지막으로 길게 숨을 토해내는 해의 뜨거운 기운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방학을 맞아 이곳에서 하룻밤을 청하는 가족 단위 여행자들도 많았는데
이번에도 아쉬움을 뒤로 하며 돌아섰다.
아산 외암민속마을/041-541-0848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