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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가로림만에서 만난 노랑부리백로

나의 자식과 함께 갯벌을 누빌 날을 상상하면서...

2014.05.02(금) 16:22:25 | 얼가니 (이메일주소:booby96@naver.com
               	booby96@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충남에서 가장 촌을 찾으라고 하면 3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곳이 나의 고향인 서산이다. 흔히들 ‘스산’이라며 촌임을 강조하며 놀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거의 오지에 가까웠던 서산은 지금은 촌이 아니라 도시가 되었다.

어릴 적 바다낚시하며 잡은 망둥이를 잘 손질하여 말려, 겨울철에 연탄불에 구어 먹던 맛은 아직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25년 전 망둥이 낚시를 하다 목격한 돌고래는 아직도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지금 회상하면 그 돌고래는 상괭이라는 종이 였다. 바닷가에 살면서 갯벌에서 낙지와 갯지렁이를 잡아 용돈을 풍족하게 쓰던 친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바닷가지만 농사를 짓던 우리 집은 고작해야 미꾸라지를 잡아 파는 것으로 용돈을 대신하곤 했지만, 바다에서 잡아 올리는 생산물을 판매하는 친구들과 비교할 수 없이 초라한 금액이었다. 말 그대로 조족지혈이 적당한 표현이다.

망둥이잡고 친구들이 낚지를 잡았던 곳이 바로 가로림만이다. 가로림만 안쪽의 작은 마을 지곡면이 내가 태어나 20년 이상 살았던 고향이다. 학창시절, 낚시를 하고 용돈을 충분히 벌어 쓸 수 있었던 바다는 개발로 많이 변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많은 생명들을 잉태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물범이 살고 있고, 많은 갯벌 생물들이 지금도 어민들에게는 주요 수입원이 되어주고 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가 200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로림만이 전국해양 환경가치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결과다.

가로림만이라는 이름을 나는 최근에야 알았다. 조력발전소 건설로 지역사회에서 문제가 되면서, 알게 된 이름이다. 내가 아는 마을 바다는 그냥 왕산, 마팽이=마댕이(지곡면 중앙리와 도성리를 일컫는 이름) 앞바다였다. 아무튼 거대한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내가 어릴 적 기억했던 바다는 큰 변화를 가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가로림만 조력발전 조감도(사진제공 : 서부발전)

▲ 가로림만 조력발전 조감도(사진제공 : 서부발전)


천연기념물 물범은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왕래 할 수 없고, 갯벌의 지형변화로 지금의 어장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바다와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생업수단에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1조원 이상이 투여되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은 태안화력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2.7%밖에 되지 않는다. 시화화오 비슷한 규모의 바다를 막아서 고작 생산해내는 전기치고는 너무나 경제성이 떨어진다. 해외에서는 이미 갯벌훼손 등의 환경피해가 더 큰 것으로 판명되어 조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로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수질문제, 환경영향평가 부실문제 등의 다양한 문제점들로 인해 지역에서는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곳이 가로림만 조력발전계획이다. 다행이, 가로림만 주민들의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거기에 서신시가 사실상 조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 불허했고, 충남도에서도 반려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올 10월 공유수면 매립허가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환경영향 평가서가 완료되지 않아 사실상 조력발전건설이 무산되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다와 갯벌의 생명과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일 게다.

이런 가로림만에서 나는 지난 4일 매우 특별한 천연기념물을 만났다. 팔봉면에 위치한 호리 갯가에서 노랑부리백로를 만난 것이다. 흔히 하천과 농경지에서 볼 수 있는 흰색의 새가 백로다. 이런 백로 중에서도 천연기념물 361호로 지정보호 받고 있는 종이 노랑부리백로이다. 육지에서 집단으로 번식하고 하천과 농경지에서 흔히 관찰되는 다른 백로류와는 다르게 노랑부리백로는 외딴 섬에서 번식하고 주로 해변에서 관찰된다. 괭이갈매기들과 함께 번식하는 신도 등의 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노랑부리백로가 검은머리물떼새 자리를 뺏고 있다.

▲ 노랑부리백로가 검은머리물떼새 자리를 뺏고 있다.


노랑부리백로는 전 세계 약 2,500마리 내외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500개체가 많아 보이지만 60억 지구인에 비하면 한 종의 개체군 치고는 초라할 뿐이다. 이처럼 극히 적은 개체만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노랑부리백로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되어 보고받고 있다. 또한, 국제자연보전연맹의 적색자료목록(멸종위기종목록)에도 등재되어 보호받고 있는 종이다. 노랑부리백로가 심각한 수준의 멸종위기 단계에 처해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발바닥이 노란 것은 쇠백로와 같지만, 관우가 쇠백로는 2가닥이고 노랑부리백로는 여러가닦이다. 도한, 노란색의 부리와 눈앞의 나출부(살이노출된 곳)가 번식기에 청색으로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 한 점은 동남아 등지에 일부가 번식하는 것을 제외하고 전 세계의 노랑부리백로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과 무인도를 생존 환경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서해안의 갯벌과 무인도 등의 개발은 노랑부리백로 서식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랑부리백로를 발견한 곳에서는 검은머리물떼새도 같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검은머리물떼새 역시 천연기념물 32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귀한 새이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도서지방에서 주로 번식하고, 서해안 갯벌 등에서 먹이를 채식한다. 아시아지역에 서식하는 검은머리물떼새는 1만개체로 매우 적다. 때문에 검은머리물떼새 역시 환경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종이다.

노랑부리백로와 검은머리물떼새

▲ 노랑부리백로(우)와 검은머리물떼새(좌)


가로림만에 나는 탐조를 하러 간 것이 아니다. 농사일을 돕기 위해 간 곳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 노랑부리백로와 검은머리물떼새이다. 우연히 같은 곳에서 천연기념물 두 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갯벌은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 않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로리만 전체로 본다면 좀 더 많은 노랑부리백로가 서식할 가능성도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조사한 환경가치 1위를 자랑하는 가로림만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전문가 조사 등을 진행한다면 훨씬 더 많은 멸종위기 조류와 개체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로림만의 갯지렁이와 낚지 등으로 유년을 보냈던 내 친구들 같이 미래세대 등도 이와 같은 유년을 경험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니 최소한 가로리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갯벌과 바다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경제성도 없고,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가로림만 조력발전 같은 사업이 가로림만에 다시는 계획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젠가 다시 돌아갈 나의 고향 서산의 가로림만에 내 아이를 데려가 갯벌을 누비며 낙지와 갯지렁이를 잡는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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