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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풍요한 결실의 계절, 벼베기 한창인 들녘

2013.10.21(월) 16:00:59 | 이종섭 (이메일주소:dslskj55@hanmail.net
               	dslskj55@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허험... 험... 시방버텀(부터) 이삭줍기를 시작합니다 잉. 각 반 선상님덜은 학생덜을 델꾸 가세요”

지금으로부터 수십년전 일입니다.

“6학년 1반, 여기 줄 맞춰 스거라 잉. 그리고 5학년 2반은 만수네 논 쪽으로 우향후! 앞으로 갓!! 야야. 종칠아 이녀석아. 너는 우향우도 모르냐. 그짝은 좌향좌 쪽 아니냐. 글루 가믄 연못에 빠진다야”

담임선생님의 목소리에 전부다 배꼽을 잡습니다.
그때 우리는 전학년이 가을철 추수때만 되면 이삭줍기에 나섰습니다. 결실의 계절에 단 한톨의 낱알이라도 참새에게 뺏길수 없었고, 땅바닥에 흘릴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삭줍기가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왜인줄 아세요?

이삭줍기를 하려면 말 그대로 볏 나락이 땅바닥에 떨어져야 합니다.
벼 나락이 땅에 떨어지는 이유는 벼베기를 낫을 들고 직접 했기 때문입니다. 벼 포기를 싸잡아 낫으로 쓱싹쓱싹 베다 보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묵직한 벼 머리가 흔들리며 바닥으로 떨어지는게 꽤 많았습니다. 벼베기를 하고 가을걷이를 끝낸 다음 날을 잡아서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볏나락을 줍던 행사가 바로 이삭줍기였죠.

그러나 지금은 콤바인이라는 농기계가 벼베기를 대신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사라졌습니다.

지난 주말, 카메라 들고 차를 몰아 공주시 유구면 쪽으로 달렸습니다. 그쪽으로 가면 유구, 우성 또는 청양군 정산 쪽의 너른 들판이 나타나기 때문에 주말이다 보니 어느곳에서든 벼베기를 하는 농가가 있을걸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차를 몰고 40분쯤 지나다 보니 역시 벼베기를 하는 농가가 나타났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갔습니다.
 

콤바인이 들어갈 길을 트기 위해 낫으로 먼저 벼베기를 하는 장면

▲ 콤바인이 들어갈 길을 트기 위해 낫으로 먼저 길가의 벼베기를 하는 장면
 

누렇게 익은 벼가 햇빛에 보기 좋습니다

▲ 누렇게 익은 벼가 햇빛에 보기 좋습니다
 

젊은 아낙의 익숙한 벼베기 손놀림

▲ 젊은 아낙의 익숙한 벼베기 손놀림
 

이제 콤바인이 들어갈 길이 완전히 만들어졌습니다

▲ 이제 콤바인이 들어갈 길이 완전히 만들어졌습니다


먼저 콤바인이 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길을 터 주는 벼베기를 합니다. 이 부분적인 작업만큼은 낫으로 해야 합니다.
 

풍요한결실의계절벼베기한창인들녘 1

▲ 콤바인이 들어가 벼베기 시작. 순식간에 논의 절반이 싹둑.
 

 

풍요한결실의계절벼베기한창인들녘 2

▲ 신들린 콤바인의 작업속도
 

젊은 아낙이 낫으로 길을 낸 볏논에 이제 콤바인이 ‘부르릉 ~’ 우렁찬 소리를 내며 논 안으로 들어갑니다. 본격적인 벼베기 작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논의 절반이 싹둑

▲ 논의 절반이 싹둑
 

이제 다 끝나갑니다

▲ 이제 다 끝나갑니다


콤바인은 마치 신들린듯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볏논을 휘젓고 다닙니다. 막 다니는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벼포기를 도려냅니다.
 

벼 포기를 잘게 부수어 논에 뿌리는 장면

▲ 벼를 베면서 포기를 잘게 부수어 논에 뿌리는 장면
 

잘게 부숴진 벼포기가 논바닥에 흩어져 거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함

▲ 잘게 부숴진 벼포기가 논바닥에 흩어져 거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함
 

막바지 스퍼트

▲ 막바지 스퍼트


콤바인은 벼를 베는게 아니라 그냥 돌아다니며 벼를 털어서 그대로 기계 안의 나락 통에 담기 때문에 거의 단 1톨도 바닥에 떨어트릴 일이 없습니다. 그렇게 털어낸 볏나락은 시시때때로 자루에 담아 내려 놓습니다.

나락을 털어낸 벼는 베어지는 즉시 묶음으로 만들어 소의 여물로 쓰이거나, 소를 키우지 않는 농가에서는 그대로 잘게 부숴 논에 뿌려버립니다.
이 벼포기는 그대로 썩어 질 좋은 거름이 되며 내년 벼농사때 훌륭한 자양분으로 변합니다.
 

콤바인의 무한궤도 바퀴가 지나간 자리

▲ 콤바인의 무한궤도 바퀴가 지나간 자리


콤바인이 지나간 무한궤도 바퀴자국이 선명합니다. 불과 40~50년전만해도 낫으로 벼베기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참 편리해 진 일입니다.
 

볏논 옆에서 잘 마르고 있는 들깨

▲ 볏논 옆에서 잘 마르고 있는 들깨


콤바인이 벼를 베는 시간, 논 옆 길가에는 검은 들깨가 햇볕에 잘 마르고 있습니다. 이걸로 고소한 들깨 기름을 짜게 되는 것잊니다. 모두 다 중국산과는 비교도 안되는 우리의 양념거리들입니다.
 

벼베기 끝

▲ 벼베기 끝


어느새 일이 다 끝났습니다. 순식간의 일입니다. 일을 마치고 나오는 콤바인이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볏논 주인이신 할머니

▲ 볏논 주인이신 할머니 "이 찹쌀로 손주덜 떡 해줄껴"


볏논 주인이신 할머니가 계십니다.

“지금 베는 벼는 품종이 뭐예요?”
“이거? 찰벼여 찰벼. 찹쌀 찧어서 손주덜 떡 해줘야지”
할머니는 주저없이 손주들 이야기부터 하십니다. 하여튼... 우리 어머님네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식들 생각이 전부입니다.
 
이앙기나 트렉타, 콤바인 같은 기계화 영농은 꿈도 꾸기 힘들던 시절, 손이 농사도구의 전부이던 시대와 달리 지금 우리 농촌은 이런 기계화 영농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충청남도 고향 땅 가을의 누런 들녘. 모두 다 하나같이 이런 모습입니다.
벼베기와 이삭줍기, 참 자상하신 스승님....

해마다 가을철만 되면 떠오르는 추억들입니다. 지금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사는 분들, 고향의 부모님께 전화 한통 해 주세요.
결실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이 소중한 추억의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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