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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라더니...

2013.07.06(토) 14:06:41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박완례(80세) 할머니가 시들어버린 참깨들에 물을 주고 있다.

▲ 박완례(80세) 할머니가 시들어버린 참깨들에 물을 주고 있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 한분이 이른 아침부터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어깨에 물통을 하나 짊어지고 작업을 계속하고 계신다.

집에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흐르고 더위가 느껴지는 6일 오후 1시, 박완례(채운동, 80세) 할머니는 집에서 쉬고 있을 수 없다. 비탈진 밭에 정성들여 심어놓았던 참깨들이 시들어 모두 누워버렸기 때문이다.

“장마라더니 비가 오다 말았지 뭐야. 평지밭은 그나마 살아남았는데 비탈진 곳은 이렇게 물기가 없어서 시들어 넘어졌어. 비가 더 와야되는데...” 하신다.

박완례 할머니 말씀대로 비탈진 곳 옆으로 평지밭에 심어진 참깨들은 푸릇푸릇 탱글탱글 바람을 타고 춤을 추고 있다.

“자식농사나 이 곡식농사나 이치는 똑같더라고. 자식도 평탄하게 잘 살아주는 놈은 마음이 덜 가. 이 깨처럼 목말라 하고 일어서지 못하는 놈은 내가 힘이 없어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거든.” 하시며 꼭 내 자식 같은 이 참깨 녀석들에게 물 한 모금이라도 더 주고 싶어 줬던 곳 돌아보고 또 준다.

“일어나야 할텐데, 물 이렇게 줘서 일어날 수 있을까 싶지만 가만히 있을수 있어야지.”

세월이 흐르니 내 몸 하나 지탱하고 서 있기도 버거운데 적잖이 무거운 물통 기꺼이 짊어지고 섬세하게 돌보는 농부의 마음이 비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에 고스란히 묻어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래쪽으로 너른 밭 홀로 김매는 할아버지에게 냉수라도 한 사발 갖고 올라와 드렸으면 좋았을 것을.. 뒤늦은 후회하며 돌아내려오는 길, 보랏빛 드레스를 입은 도라지꽃들과 어느새 무성하게 자란 고구마 순들이 줄을 지어서서 잘가라 손짓해준다.

 

시들어버린 참깨들

▲ 시들어버린 참깨들



 

평지에 심어진 참깨들은 몇일전에 내린 비로 탱글탱글 하다.

▲ 평지에 심어진 참깨들은 몇일전에 내린 비로 탱글탱글 하다.


 

김을 매고 모종을 옮겨 심는 할아버지

▲ 김을 매고 모종을 옮겨 심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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