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라 하면 우선 고대의 유물부터 생각하는게 우리네 기본 바탕이다. 하지만 요즘은 고대유물뿐만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집하여 그것을 전시 보관하면서 그 분야에 관심 갖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개인 박물관 운영자들도 많다.
사비를 털어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자료나 전시물을 무료로 공개하고 관람할수 있게 해 주니 이런 분들이야말로 문화적으로 보배라 아니할수 없다.
우리 예산의 문인인장박물관이 그런 곳이다.
예산군 광시면 운산리에는 우리나라에 하나 뿐인 문인인장 테마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문인들이 자신이 낸 책 뒤에 낙관처럼 찍어 사용하던 인장을 모아 전시한 아주 독특한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을 설립하고 운영하시는 분 역시 경기대 국문학과 교수 출신인 이재인 문학도이다.
이 분은 박물관을 찾아간 내게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쓴 소설‘악어새’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문학에 대한 열정이 여전함을 잃지 않고 계셨다.
이곳에서는 유명 문인 인장만 1200여점을 소장하고 있고, 그뿐 아니라 우리가 이름만 대도 알만한 유명 문인들의 얼굴 석판화와 인장 석판등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 시골길 깊은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인장박물관
▲ 충남도지사 인장 석판
▲ 대한민국 대통령 인장 석판
▲ 화단에 장식돼 있는 성경책 조각
▲ 전시실 내부 인장에 대한 유래와 기본 설명
▲ 수많은 인장을 모아둔 인장함
▲ 또 다른 인장함
▲ 이건 벼 수매때 볏가마니에 찍던 등급 인장입니다
▲ 작가 김동리 선생의 얼굴 석판
▲ 작가 황순원 선생의 얼굴 석판
▲ 작가들의 인장 석판
▲ 시인 김남조 선생이 쓰던 필기구함
▲ 미당 서정주 선생이 쓰던 필통
이 많은 실제 인장을 어떻게 모을수 있었는지 묻자 문단 선후배들에게 부탁도 하고 호소도 해서 구할수 있었다고 한다. 문인들의 인장을 모아 전시할거라고 하자 선후배 문인들이 대부분 기꺼이 내 주셨다고.
이곳에는 춘원 이광수를 비롯해 김동인, 노천명, 현진건, 이효석, 염상섭, 박종화, 이상, 서정주,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등 한국 근·현대 문학사를 주름잡은 문인들의 인장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 작가의 인장을 얻기 위해 그곳 연변까지 간적도 있고, 덴마크 왕실의 인장을 얻기 위해 직접 편지를 서서 보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인장박물관 주변 화단에는 문인들의 뜻을 기리는 시비(詩碑)들도 많이 만들어져 있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으리으리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건 아니다. 이 관장님 본인이 거주하시는 자택의 공간을 이용하고, 자그마한 전시실을 하나 따로 마련해 아담하게 꾸며 놓았다.
한 분야에 대한 열정을 가진 문학인 덕분에 독특하고 유익한 관람을, 그것도 무료로 할수 있는 이곳 인장박물관은 우리 충청도의 자랑이라 해도 무방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