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까지 찻길이 나 있었고 거기에서부터 걷기 시작.
타박타박 걷는 길은 흙이다. 도시의 검정색 아스팔트가 아니라 황토의 푹신한 흙. 땅은 그렇게 자연의 기운으로 우릴 받아 주었고 이미 해토된 산자락에서는 많은 나무들이 봄 기운에 나뭇잎을 움틔울 준비를 하느라 나뭇가지마다 바짝 웅크리고 있었다.
20분쯤 오르니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이곳을 다시 살려 주었다는 안내문과 함께 사진이 실린 표지판이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아,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 맞구나”싶었다. 그때의 가슴 뭉클한 국민적 봉사열기에 다시금 심장이 콩닥거리고 뛰는 것을 보니.
태안군에 있는 해안선내 포구를 모두 합해 길이를 재면 그게 서울과 부산간의 거리 보다도 더 길다고 한다. 태배길이 시작하는 의항은 개미허리라는 뜻인데 그 때문에 개미목항으로 불리우기도 한다나. 이름도 참 예쁘다.
우린 굳이 무슨 말을 나누지 않고 걸었다. 차 안에서, 쭈꾸미 먹으며 작렬했던 수다의 포문은 모두 닫은채 숲속 길의 고즈넉한 풍취에 취하고, 산 저멀리 아래에서 우릴 올려다 보는 절경의 바닷가 풍경에 또 취해 감히 무슨 마을 할 겨를 없이 묵묵히 감사한 마음만으로 걸었다.
제주도와 울산에 주상절리가 있다지만 태안 태배길의 중턱 왼쪽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 해안선 풍경도 그에 못잖게 참으로 아름다웠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해안 풍경. 그곳에서 낚시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 자체만으로 한폭의 그림이었다.
그냥 갈수 없어서 찰칵, 찰칵.
정상에 오르자 우주 삼라만상을 다 헤아려 볼수 있을것만 같은 탁 트인 전망대가 나왔다. 팔각정에서 보이는 바위섬, 전망대에서 보이는 등대까지. 해무가 막고 있어서 더 멀리는 볼수 없었지만 정상에서 본 사방의 풍경은 태배길의 절정이었다.
너무 높거나 가파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길어서 힘겹지도 않은 코스. 쭈꾸미 먹고 소화 시킬겸 걷기에는 참 알맞은 예쁘고 착한 길이다.
입고 있던 잠바를 허리춤에 질끈 묶고 두 팔을 벌려 태안 태배길 바닷가의 맑은 공기를 실컷, 아주 흠씬 들이마셨다.
공기가 달았다. 달콤했다. ‘흐~읍, 후~우, 흐~읍, 후~우’ 연거푸 숨쉬기 운동하듯 우린 그렇게 그곳을 즐겼다.
“오길 참 잘했지?”
“으응... 호호호. 담에 또 오자”
둘은 하산길에 다른 여행을 또 기약했다. 태배길 힐링 코스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