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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보기 좋았던 할아버지의 며느리 사랑, 행복한 가정

2013.03.25(월) 00:56:20 | 최순옥 (이메일주소:didrnlwk55@hanmail.net
               	didrnlwk55@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1주일 전이었다. 일요일 한낮, 집안 청소를 말끔히 해 놓고 난 뒤 반찬거리좀 사려고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매일 편식만 하는 아이들에게 오랜만에 작정하고 채소좀 먹여 볼 생각으로 겉절이용 야채와 청경채, 돈나물 같은 것을 좀 담았다.

 장을 다 본 뒤 계산대쪽으로 가려는데 콧잔등을 살짝 자극하는 매콤한 냄새에 끌려 고개가 돌아간다. 떡볶이와 어묵 같은 것을 만들어 파는 즉석식 코너가 바로 옆에 있었다. 발을 멈췄다. 나도 그동안 입이 좀 궁금했었는데 번번히 간식좀 없냐고 투정 부리던 우리집 큰아들(남편ㅎㅎ) 좀 사다 주려고.

 앞에는 나보다 먼저 와서 서 계신 60대 중반은 되 보이시는 할아버지가 판매 직원에게 김말이 튀김과 순대좀 듬뿍 싸 달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튀김은 다시 한번 튀겨서 다뜻하게 데워 주느냐고까지 물었다. 평소에도 튀김좀 사서 드셔 본 말씀이셨다.

 음식코너 직원이 “네”하며 튀김 종류와 양을 물은 뒤 종류별로 펄펄 끓는 기름에 쓱 집어넣자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이번엔 순대를 가리키며 간과 염통도 좀 잘라 넣어 달라셨다.
 순대를 자르던 직원이 “가족이 많으신가 봐요”하자 할아버지는 “많지요. 허허. 이제 또 한놈이 생긴다니깐”이라시며 내심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신다.

 또 한명이라는 말에 뒤에 서 있던 나도 귀가 뜨였고 순대를 자르던 직원도 “어머, 누가 아이를 낳나 봐요”라고 묻는다.

 할아버지는 “우리 메눌애기요. 두달 남았대나. 산달이. 이 순대하고 튀김도 메누리가 좋아해서 사다 주는거요.”

 히야... 이 할아버지 참 멋진 시아버지시다.
 할아버지 말씀 하시는 품새로 보아 며느리가 한 집에 모시고 사는 가족 같은데, 요즘 세상에 시아버지 모시고 사는 며느리도 훌륭하지만, 설사 그게 아니라 해도 산달이 얼마 안 남은 며느리를 위해 시아버지가 친히 그렇게 며느리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 들고 들어가시려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튀김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서 계신 할아버지는 연신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계셨다.  얼굴이 참 행복해 보이셨다.

 ‘며느리가 누구인지 몰라도 좋겠다. 시아버지의 사랑도 듬? 받고...’ 속으로 부러웠다.
 우연히 그렇게 어느 멋진 시아버지를 뵌 1주일 후였던 오늘 낮 일요일이었다.

 밖에 잠깐 나갔다가 들어오던 길에 커피나 조금 사가려고 마트에 들렀는데 그 할아버지를 또 만났다. 아니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그냥 지나가시는 것을 옆에서 나 혼자 본 것이다. 할아버지 손에는 방금 튀겨 가지고 나온 듯한 튀김에 기름이 흥건히 묻은 종이 봉지가 들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5~6살쯤 되보이는 남자 아이와 아빠인 듯한 젊은 사람이 빨갛게 잘 익은 딸기가 담겨진 스티로폴 상자를 들고 함께 걷고 있었다.

  곧 손주를 낳을 며느리를 위해 또 튀김을 사 든 시아버지, 아내를 위해 딸기를 사 든 그 옆의 아들, 동생을 위해 나오신 아빠와 할아버지 옆에서 함께 주말을 보내는 어린 손주까지 3대의 모습은 너무나 보기 좋았다. 화목한 가정의 표상이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이제 따스한 봄날이 완연해 지면 그 할아버지의 며느리는 또 다른 생명을 이 세상에 선물로 내어 놓겠지. 사람도 돌고 도는 것처럼 언젠가 멀리 떠난 생명 대신 또 다른 어린 생명이 또 다시 우리 곁으로 올 것이다.

 아주 오래전 내가 신혼이던 시절에 시아버님 생신을 맞아 내려 갔을때 “직장 댕길라믄 옷도 필요허지?”라며 다른 형제들 몰래 2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네 주시며 정장 한벌 해 입으라고 하신적이 있다.

 어찌나 감사하고 고맙던지. 그날 받은 20만원은 쓰지 않고 봉투째 가지고 있다가 당신 7순 잔치때 더 합해서 해외여행 보내드렸다.

 내가 생각해도 참 잘한것 같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인데 요즘 며느리들은 시아버지를 싫어 한다는 농담들을 많이 한다. 세대차이 때문일까.

 하지만 정말 며느리에게 주기 위해 시아버지가 직접 마트에 나와 튀김과 순대를 사 들고 가시는 모습은 쉽게 볼수 있는 풍경은 결코 아니다. 또한 꼭 튀김과 순대가 아니라 해도 할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은 우리가 직접 보지 않아도 평소에도 항상 차고 넘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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