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꽃을 사다 놓으며 봄을 느끼는 행복

2013.03.11(월) 11:22:29 | 최순옥 (이메일주소:didrnlwk55@hanmail.net
               	didrnlwk55@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제 휴일, 그동안 집안에 좀 바쁜 일이 있어서 여기저기 쫓아 다니다가 오랜만에 한가로운 휴식을 맛볼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 대청소라도 할 생각으로 창문을 활짝 열었더니 쏟아지듯 눈부신 햇살이 들어왔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 내내 눈꽃 여행이라든가, 가벼운 나들이 한번 제대로 다녀 오지 못한 섭섭함이 커서일까. 햇살이 내리 쬐는 이른 봄 휴일 한낮의 상큼한 공기는 내 가슴을 부풀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대로 맨발로 뛰쳐 나가 햇살 아래를 좀 걸어보고 싶은
충동마저 일게 했다.

 사람마다 약간씩의 개인차가 있게 마련이어서 어떤 사람은 겨우내 추위가 몸서리치도록 싫어 외출 한번 하지 않은 채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있는게 최고의 겨울나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처럼 한여름 땀 뻘뻘 흘리는 무더위가 싫은 대신, 눈 내리고 찬바람 부는 거친 계절일지라도 역시 추운 겨울이 다이나믹한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겨울이었건만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바깥 풍경에 시선을 둘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가 이젠 봄이 시작되니 그 동안 제대로 즐기지도 느끼지도 못했던게 서운할 수밖에.
 언제나 누구나 그런것처럼 지루한 주부의 일상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외출을 하여 밥 한그릇을 먹더라도 그 지역 특색과 음식의 풍미를 느끼기 보다는 당장의 배고픔을 잊고 끼니를 때우는 마음이 먼저 든다면 그건 맛있게 즐기는 음식이 아닌 그저 3끼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불과한 것처럼, 일상이 늘 다람쥐 쳇바퀴 같았던 지난 석달간의 겨울이었다.

 아쉬웠지만 겨울은 가고 봄이 왔다. 마음으로는 이미 겨울을 접고 새로운 봄에 젖어들고 싶어 휴일 아침에 창문을 열고 대청소를 하면서 봄을 즐기고 싶었던게다.
 그래, 청소를 마치고 꽃구경이나 가자.

 꽃구경이래서 뭐 대단한게 아니다. 꽃을 기르고 파는 화원에 가서 꽃과 푸르른 식물들의 향취를 맡으며 우리 가족 모두와 봄을 함께 할 꽃 화분이라도 사오자는 생각이었다.
 윙~윙윙... 쓱싹 쓱싹...

 거실부터 시작해 안방과 아이들 방을 돌아다니며 진공청소기로 열심히 문질러 댔다. 겨우내 묵은 먼지를 빨아들이고 나서는 걸레로 닦았다. 어떤 곳은 시커먼 때가 묻어 나오고, 어떤 곳은 오랫동안 손이 안간 탓에 먼지가 엉겨 솜털처럼 변해가는 곳도 있었다.
 ‘에궁... 조금만 늦었어도 거미줄 칠뻔 했네’

 더 늦지 않고 그래도 열심히 쓸고 닦았더니 집안이 상큼해지는 느낌에 반짝번짝 윤이 났다. 어찌나 쾌적하고 좋던지.

 옷을 챙겨 입고 화원을 향해 밖으로 나섰다. 집 가까이에 있는 화원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화원에는 꽃기린, 아스파라거스, 베고니아, 벤자민 등의 화초와 갖가지 허브들,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 까지 가득 차 손님인 나를 반겼다.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이 꽃 저 꽃 바라보고 먼져 보며 신기한 어린 아이 마냥 즐거워 콧노래까지 불렀다. 꽃집을 찾은 손님이 꽃을 보며 콧노래 부르고 환하게 웃고 좋아하자 꽃집 주인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함께 신이 나서 이꽃 저꽃 설명을 하며 들떠 있었다.

 아마도 일요일 아침, 내가 꽃을 사면 마수가 되는 모양이었다.
 마음에 드는 패랭이 꽃을 골라 가격을 물었더니 3000원이었다. 아이의 아이스크림 하나 값 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다. 어릴 적 앞마당에 피어있던 패랭이 꽃을 떠올리며 후리지아와 바이올렛을 함께 사 들었다.

예쁘게 잘 피운 그것을 정성스레 조심조심 포장을 싸는 사장님 얼굴 표정이 밝다. 꽃 속에 왼종일 사니 언제나 몸도 마음도 꽃처럼 편하고 향기로울 것 같다. 부럽다.

 “꽃 향기는 어느 것이든 마약 같다고 하잖아요”
 꽃을 싸주며 하시는 사장님 말씀. 맞다. 나도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화원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 마약 같은 꽃 향기를 마시고 싶어서.

 포장한 꽃을 들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있던 작은 화분들에 옮긴 후 거실 한켠에 놓으니 너무 예뻤다. 온종일 패랭이와 후리지아, 바이올렛을 바라보며 살 생각을 하니 마음부터 환해지고 신이 났다.

 화사하게 변모한 거실 분위기를 본 남편과 아이들이 덩달아 얼굴색부터 달라진다.
 꽃을 들여다보며 이른 봄의 향기에 흠뻑 젖는 기분은 해마다 이맘때 우리가 느낄수 있는 자그마한 행복이다. 겨우 만원 안팎의 돈으로 온 가족이 즐겁게 웃고 거실이 환해지니 가격 대비 행복감의 크기로는 그만한게 어디 더 있을까 싶다.

 자 이젠, 앞으로 며칠동안 우리 가족은 화선지에 천천히 스며드는 그림물감처럼, 호수에 번져 가는 잔잔한 물결처럼, 그리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오래 쉬어가지도 않는 우리 가족만의 여유로움을 함께 나누며 봄꽃의 향기에 취할 것이다.

 그 속에서 행복도 찾아 나누고...
 

최순옥님의 다른 기사 보기

[최순옥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