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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식물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2013.03.06(수) 10:47:12 | 이종섭 (이메일주소:dslskj55@hanmail.net
               	dslskj55@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작년 여름, 고향의 들판에서 찍은 푸르게 자라는 볏논의 모습.

▲ 작년 여름, 고향의 들판에서 찍은 푸르게 자라는 볏논의 모습.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건다’는 말이 있지만 오늘 도민리포터로서 이 사소한 일에 정말 목숨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시골에서 태어나 살면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봤고, 지금도 고향에서는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신다.

 ‘농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당연히 우리 농산물이다. 농산물은 축산물인 가축 빼고는 전부다 식물이다. 물론 가축 역시 식물을 먹고 자란다.

 벼, 보리, 밀, 콩, 깨, 사과, 배 대추 등 우리가 먹는 모든 농산물이 전부 다 식물이며 식물에서 나오는 곡물로 주식을 이룬다.

 왜 이 식물을 가지고 ‘사소한 일에 목숨 건다’는 말까지 쓰면서 장황하게 서론을 늘어 놓았냐면 어제 있었던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때 나왔던 이야기 때문이다.

 여야 간에, 그리고 청와대와 야당 간에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식물정부’라는 표현이 나왔다. 정부조직법이 통과가 안돼 내각이 구성되지 못했고, 그래서 국정차질이 생겼기에 그걸 일컬어 식물정부라고 한 것이다.

 필자 본인은 정치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정국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빗대어 왜 죄없는 식물을 갖다 붙이면서 ‘식물정부’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언론에서도 서로의 논조에 따라 식물정부라는 표현을 일제히 받아 썼고, 이 ‘식물’자가 들어가는 말은 이번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국회가 잘 돌아가지 않을때 ‘식물국회’라는 표현을 곧잘 써왔다.

 이 말을 언제부터 누가 먼저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너무나 위대한 식물에 대해 말을 함부로 하는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식물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미안할 뿐이다.

 아무리 우리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식물이라고 해서 그렇게 나쁜 의미로 식물을 갖다 붙이는 마인드부터 잘못이다.

 이런 실험 결과가 있었다.
  몇년전에 유명한 방송국의 아나운서실에서 말의 쓰임새와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직접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실험 내용은 아나운서들에게 밥이 담겨진 두 개의 그릇중 하나에는 ‘고마워’라는 말을 써 붙여 놓고, 다른 하나에는 ‘짜증나’라고 써 붙여서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밥을 담은 그릇에다 대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지나가면서 “고마워” 또는 “짜증나”라고 읽도록 했다.

 드디어 15일 후에 보았더니 충격적이게도 맨일 ‘고마워’라고 들은 그릇의 밥은 모두 노랗게 발효되어 누룩이 되었지만 반대로 ‘짜증나’라고 매일 그 말을 들은 그릇은 시커먼 곰팡이가 배어 있었다.

 이 실험 결과가 주는 의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가 미물로조차 생각지 않은 식물들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칠뿐더러, 그게 곧이곧대로 전달이 되어 두고두고 파장이 남게 되는데 그 식물은 바로 우리가 매일 먹는 곡물이요, 채소 아닌가.

 그동안 국회가 생산적인 일을 못하거나 국회를 열어도 싸우기만 할 때 온 언론들은 너무도 당연한 듯이 앞다투어 식물국회라고 표현해 왔다. 

 식물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식물에 대해 모독적인 표현이며 절대 해서는 안되는 표현인지 깨달을 수 있을텐데 아무도 그게 식물에 대한 모독인지 모르고 있고, 또한 그 결과가 우리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기분 나쁜 소리를 듣는 식물은 분명히 우리에게 좋은 영양분의 채소와 곡물을 전해주지 않고 독소를 품은채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이런 표현이 억측이라고 생각할수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그런것 하나하나, 그런 말 표현 하나하나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와 독소적인 부분으로 작용하고, 아울러 일상생활에서조차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독소를 품은채 그 기운을 전가하게 된다는 점이다.

 식물은 지구횐경에서 1차 생산자이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의 생존은 이 식물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며, 우리에게 고기를 주는 가축 역시 전부다 식물로부터 받은 곡물을 먹고 자라서 결국 그걸 바탕으로 고기와 우유를 준다.

 식물이 내뿜는 산소는 굳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지구상에서 식물만이 유일하게 태양을 받아 광합성작용을 하고 있고 자신의 몸을 바쳐 모든 동물에게 식량의 원천이 되고 있다.

 또한 인간이 평생 먹고 살아야 하는 산소를 만들어주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화학공장이 바로 식물이다.

 그런 식물을 가지고 ‘식물정부’니 ‘식물국회’니 하는 말로 폄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다같이 말 표현 하나조차라도 그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생각해서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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