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당신은 이땅에서 가장 자랑스런 저의 아버지세요"

친정아버지 72세 생신날에 부쳐

2012.04.30(월) 08:23:09 | 최순옥 (이메일주소:didrnlwk55@hanmail.net
               	didrnlwk55@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과거에 석탄은 검은 진주였다. 도시의 모든 가가호호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소중한 연료였고, 학교 난로를 벌겋게 데워 학생들의 언 발을 녹여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지금도 농촌의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소중한 농작물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강원도 사북탄광.

청양군 목면 시골에서 이미 7살때부터 지게를 지셨다는 아버지는 70년대부터 사북탄광에서 탄가루를 마셨다.  농사만 지어서는 내 위에 있는 오빠 둘, 그리고 밑에 있는 남동생 둘을 학교에 보내기 어렵다고 생각해 탄광에 다니신 것이다. 거기서 번 돈은 전부다 그쪽(아들 4명)으로 들어갔고 딸이었던 나와 바로 위 언니는 그야말로 ‘번외’였다.

하지만 그 때 아버지의 생각은 무조건 옳은 것이었고 아들들의 지위는 확고한 그 무엇이었다.
 

 

아버지가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신명을 바쳐 농사를 지으시고,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검은 먼지를 뒤집어 쓴채 탄광에서 버신 돈으로 학교를 가르킨 결과 오빠와 남동생들은 당신의 기대에 맞게 훌륭한 사회인이 됐다.

7순이 넘으신 아버지는 지금도 탄광 이야기를 하시며 그때를 회상하신다. 그러면서 당신의 ‘희생’ 덕분에 아들들이 장성한것을 기쁘게, 그리고 자랑으로 여기신다.

하지만 그 한켠으로는 아들들 그늘에 가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딸인 나와 언니에게 무척이나 미안해 하신다. 그때마다 전화를 걸어 그냥 “잘 있냐? 애들은 잘 크냐? 황서방은 직장 잘 다니냐?”하시며 선문답을 하시곤 한다.

맘속으로 “아버지, 맘아파 하지 마세요, 그땐 다 그랬어요…”라며 되려 내가 아버지를 위로해 드린다.

지금도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친정에 가면 굴뚝 한켠에는 70년대 아버지가 갱내에서 쓰다가 탄광에서 마지막으로 나오실 때 기념으로 가져오셨다는 채탄 곡괭이가 2자루 있다. 아버지는 그것을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하신다. 

얼마전, 친정 아버지의 72세 생신을 맞아 시골 집에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사랑채 툇마루에 걸터 앉으신 아버지가 그 곡괭이를 가르키며  “저것이 우리 애덜 키운 보물이여. 그때는 가을농사 끝나면 바로 탄광으로 갔지... 거기서 겨울 나고 봄에 와서 다시 농사짓고.... 허.... 그리고 가을 지나면 또 가고...”

“안 힘드셨어요? 옛날에 탄광에서는 죽기도 많이 죽었다는데”

“허, 그게 사람 목심은(목숨) 하늘이 알지. 나야 하늘이 그렇게는 못혀. 키울 애덜이 여섯인디... 그렇게 10년은 했능개벼....”

“.... 그렇게 힘들게 농사지으시고 자식들 잘 키우신 덕분에 자식들 다 잘났잖아요. 오빠나 성현이나 모두 대학 다닐때 우골탑 이라는 농담도 많이 들었다나봐요. 호호호”

“도시에서 애덜 키우기 힘들지?  아파트값도 엄청 비싸다고 하는디...”

“뭘요. 다 그렇게 사는데요.”

아버지는 다시 마알간 하늘을 보신다.  아버지의 깊은 숨에는 말씀으로 다 못할 고생과, 추억, 그리고 농촌에서 뼛속 깊이 스민 평생 농민의 애환, 그런것들이 진하게 배어나오는듯 했다.

그리고 당신의 얼굴 한쪽에선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한 딸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하신채, 그 어딘지 모를 죄스러움을 털어버리지 못한채 한숨 가득히 무언가를 쏟아 내신다.

아들들의 틈에 가려 가르키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딸인 내게 늘 안쓰러운 마음을 갖고 계신 나의 아버지.

하지만 당신의 희생으로 당신의 모든 자식들이 훌륭하게 장성한 것만으로도 “아버지, 당신은 우리 가정의 가장 소중한 아버지세요....아버지, 전 비록 못배운 딸이지만 누구보다 자랑스런 이땅의 아버지신 당신의 딸이예요.  건강하시고 오래 사세요.””라고 늘 외쳐드리고 싶다.  <친정아버지 72세 생신날에 부쳐>     

 

최순옥님의 다른 기사 보기

[최순옥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