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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하루

이웃간에 평소의 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요

2012.04.03(화) | 최순옥 (이메일주소:didrnlwk55@hanmail.net
               	didrnlwk55@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렵사리 돈을 모아 시내에 조그만 가게를 하나 낼 요량으로 가까이 사는 친언니와 함께 가서 상가 계약을 치르던 날, 정말 세상을 다시 얻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우리가 직장 다니면서 몇푼 안되는 월급 쪼개고 아끼고 푼푼이 모아 드디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가게를 얻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하늘을 날듯이 기뻤다.

“호호, 이 가게가 복 주는 가게예요. 열심히 잘 해서 돈 많이 버세요”라며 상가 전세 계약을 하는 부동산의 덕담을 들으며 가게 총 전세금중 계약금을 10% 주고 잔금이 3000만원정도 남았다.

그 돈은 내가 그 동안 은행에 저축해서 모은 돈과 언니가 1000만원 정도 꿔 줘서 수표로 바꿔 찾은 것이었다.

잔금은 우리가 가게에 입주하는 날 중 주기로 하고 부동산에서 현금 영수증을 주고 받았다. 부동산을 나온뒤 이번에 가게 얻는데 도움을 준 친언니 집에 잠깐 놀다 가기로 하고 우리 둘은 시장에서 조카 아이들 좋아하는 족발 큰걸 좀 사고 딸기도 사 나섰다. 언니가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언니와 함께 집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생각하니, ‘아차!’ 남편 연말정산용 현금 영수증을 제대로 받았는지 긴가민가 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갑과 주머니 이곳저곳을 한참을 뒤졌더니 그 녀석이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불쑥 나온다. “그럼 그렇지...”

언니 집에 올라가 장 보따리를 풀고 딸기를 씻어 먹으며 수다를 떨던 중 언니가 “얘, 그거 잘 간수해라. 적은 돈 아닌데... 잃어버리지 말구.”란다.

“응” 하면서 수표를 꺼내어 봤더니...
“어? 왜 2500만원이지?”
나는 순간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소리야? 2500만원이라니. 500만원은 뭘 어쨌길래?”

옆에 있던 언니도 화들짝 놀랜다. 은행에서 찾아서 갖고 있던 잔금 3000만원은 500만원짜리 수표 6장으로 바꿔 들고 있었는데 그중에 1 장이 빈 채 2500만원만 주머니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이상하네 어디갔지? 혹시나 싶어 지갑을 다시 뒤졌으나 나오지 않았다. 설마설마 하면서 바지와 다른 데를 아무리 뒤져도 500만원짜리 6장중 1 장이 안보였다.

“그 부동산에서 실수로 한 장 더 준거 아닌가? 내가 시장 쏘다니다가 잃어버렸나? 물건값 치르다가 만원짜리 준다는 걸 실수로 수표를 건넨건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봤지만 잃어버린 500만원짜리 수표는 보이지 않았다.

“얘, 잘 찾아봐 어디에 둔건데? 얘가 정신이 있어 없어?”라며 안절부절 하는 언니의 목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500만원을 잃어버린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500만 원이나 되는 수표를 잃어버리다니?’
“이 일을 어째?” 얼굴이 하얘진 언니도 사색이 되어 내 표정을 살폈다. 나는 정신이 얼얼했고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둘이 아무 말 못한채 멍 하니 10분쯤의 적막감이 흘렀다. 그리고 나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언니는 “더 찾을거 없어! 지금 경찰에 신고해야 돼. 그래야 무슨 수가 날거 아니겠니?”

눈물이 핑 돌았다. 당장 다른 수가 없었다. ‘내가 왜 그랬지?’ 괜히 시장간게 후회가 되고 나 자신에 대해 너무나 화가 났다.
언니와 내가 정신을 가다듬고 경찰서에 신고를 하기 위해 막 나서려는 순간, 언니의 휴대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언니가 휴대폰에 찍힌 발신자를 보며 전화를 받는다. 목소리로 보아 익히 아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전화기에서 들리는 소리... 혹시 돈 잃어버린거 없냐고 묻는게 아닌가? 언니의 휴대폰을 통해 들리는 소리에 나는 정신이 확 깼다.

“그~으래? 알았어. 내가 곧 올라갈께”
아......... 돈 찾았다. 그 수표는 언니가 은행에서 찾을때 수표 뒷면에 언니 이름을 적어서 내게 꾸어 주기 위해 건네줬고, 그걸 받아 들고 오던 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현금 영주증 찾는다며 뒤적거리다가 바닥에 흘린 것이었다.

그것도 모른채 우리가 내렸는데 아파트에 사는 언니 친구 아들이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주워보니 그게 500만원짜리 수표였단다. 너무 큰 돈이라 놀랜 아이가 집으로 가져왔는데 수표 뒷면을 보니 수표 발행인이 이서한 이름과 전화번호가 언니 이름과 전화이길래 얼른 물어 온 것이었다.

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님, 천지신명님!. 아, 죽은 자식 살아 돌아온 기분이라는게 이런 느낌일까?

언니가 얼른 올라가 이웃집에서 찾아온 500만원짜리 수표를 보고 우리 자매는 한동은 웃다 울다를 반복했다. 세상에 작은 부주의로 인해 이렇게 천당과 지옥을 오갈수도 있구나 싶었다.

언니는 가게 개업 전에 크게 액땜한거라 생각하자며 나를 위로했다. 나도 그렇게 마음 먹었다. 이웃에 사는 언니 친구분과 그 아들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만약 평소에 언니가 그 집과 친하지 않았다면? 평소에 언니가 그 가족과 일면식도 없이 지냈다면? 그리고 언니가 만약 이웃들에게 평소에 인심을 잃고 살았더라면 그 수표는 어찌 되었을까?

우리 이웃간에 평소의 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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