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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공주한옥마을의 전통혼례식 기대가 큽니다

예와 교육과 효의 고장, 공주의 진면목을 다시 보고 싶네요

2012.03.24(토) | 내사랑 충청도 (이메일주소:dbghksrnjs6874@hanmail.net
               	dbghksrnjs6874@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신문을 뒤적이다가 멀리 경상도 어느 곳에서 함진애비의 “함사세요” 외치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며 경찰에 신고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갑갑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진다 한들, 어쩌면 이토록 남김없이 메말라 가는 걸까 하는 속상함... 그걸 소음이라며 신고하다니. 우리는 진정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얻으려고 사는걸까. 

 우울한 마음을 추스르던 차에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공주한옥마을에서 3월말부터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전통혼례를 진행한다는 뉴스다.

우리의 전통혼례는 현대의 서구식 결혼에 비해 그 절차가 길고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각 절차마다 조상과 부모에 대한 예를 다하려는 전통사상이 반영되어 있잖은가.

 요즘처럼 봉투 주고 얼굴도장이나 찍고 후다닥 밥 먹고 돌아서는 결혼과 차원이 다르다. 우리 공주시에서 그런 전통혼례를 재현한다니 예와 교육과 효의 고장, 공주의 진면목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더없이 기쁘다.

 내가 어렸을적 70년대 초반까지도 전통혼례를 치뤘다.
문득 어둠이 내린 초저녁 골목길에 울려 퍼지던 “함사세요”라던 그 구성지고 정겨운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듯 하다. 

 잠시 눈을 감고 그때 일을 떠올려 보았다.
“다음달 보름에 동칠이 장가 간댜”
“색시는 누구랴?” 하며 다그치듯 궁금하다며 묻는다.
“산아래 느티나무집 춘선이라능게벼”
“호오메...!! 고것이 연애질을 했능갑네... 하이고야, 요것이 깜찍하네. 내숭!! 내숭!!!.... 깨가 쏟아지고 고소한 챙기름(참기름)처럼 달콤 새콤 하것네” 하며 젊은 아낙들은 수다와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 빅뉴스가 터지면 햇살이 따스한 골목어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깔깔대며 시간 가는줄 모른다.  우리네 고향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벌써 40년이 흐른 70년대까지의 정겹고도 따스한 추억거리다. 

 때가 되어 결혼전날 함잡이와 함꾼들이 색시네 집으로 함을 팔러 가게되면 100m 전방에서 부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함파는 장사가 시작된다. 식을 올리기 전에 신랑의 사주(四柱)와 청혼서, 분홍 저고리감과 가락지 1쌍을 예단으로 마련해 사주함에 넣어 신부집에 보낸게 함이었다.

“함사세요!”
“함사실분 없어요?!”
“말만 잘하시면 거저도 줄 수 있어요! ” 

  신랑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함을 진 친구들로 구성된 함잽이는 함을 그냥 신부집에 내려 놓는 것이 아니라 신부집 동네에서 이렇게 소리치며 분위기를 잡는다. 그리고는 신부집 대문으로 들어서기까지 길에다 돈을 깔게 한다. 신부집 앞에서 함재비들이 과도한 함값을 요구하다가 신부집 친인척들과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신부 친구들의 권주(勸酒)와 아양에 슬쩍 넘어가기도 한다.

 가벼운 실랑이 끝에 급기야는 땅바닥에 돈을 깔아놓고 함잡이를 집안으로 끌어 들인다. 집안에 들어서면 돌아설수는 없는 것이 법칙이자 풍습이다. 이날 함잽이를 맞아들였던 신부 친구들도 질세라 함잡이 측에 꽃값을 요구했다. 

  함진아비는 부부간에 금실이 좋고 첫 아들을 낳은 사람에게 시킨다고 한다. 함진아비는 오징어 가면을 쓰게 되어 있는데 이는 얼굴에 검댕을 칠해 잡귀를 막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함이 도착하면 신부의 아버지가 함을 받아 시루 위에 먼저 얹는다. 함을 받은 뒤엔 함진아비와 신부 아버지가 맞절을 한다. 함진아비에게 예를 다해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이다. 

 신랑과 함진아비, 친구들이 같이 함을 지고 오면 함값을 준비해두었다가 건네주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제일 좋았던것 같다. ㅎㅎ

 신부는 받은 함과 그 내용물, 무명을 잘 챙겨두었다가 시집갈 때 가지고 갔다. 이렇게 하여 길고 긴 함의 여정은 끝이 난다. 그 한밤을 떠들썩 하게 전야제를 치른 함팔이를 거쳐 다음날 결혼식을 치렀다. 

 동네 넓은 마당에 큼직한 양은솥을 서너개 걸어놓고 국수를 삶아 대는 동네아낙이 있고 잘게 썰은 고기와 계란 부쳐 잘게 썰어 국수위에 꼬미로 얹어 멸치국물 부어 잔치국수를 끓여내면, 세상에 그보다 맛있는 음식이 없었다.

 널찍한 철판에 돼지기름으로 몇번 씻어내고 녹두부침개 붙여내는 동네아낙, 그리고 동태전 부쳐내는 낯익은 아주머니도 있었다. 그시절, 시골에서는 네집 내집 없이 온동네 집들이 손님받는 잔치집 되고 동네잔치가 되었다.

 드디어 결혼식 시간.
 사모관대 신랑과 연지곤지 신부가 나서자, 마당을 채우고도 모자라 축하객들은 까맣게 주변에 진을 치고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전통혼례에서 신랑은 턱시도가 아닌 사모관대를 입고, 신부는 드레스가 아닌 황원삼을 입었다.

 처음 하는 결혼식, 엉거주춤 서투른 신랑을 두고 신랑 친구들은 “첨엔 다 그려. 다음엔 잘허겄지.”라며 키득거렸다. 

  양가부모님과 축하객 여러분들께 감사의 큰절을 올리고 다산을 기원하며 하늘 높이 장닭과 암탉도 날렸다. 

  새내기 부부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신명나는 풍물소리에 맞춰 힘찬 성혼 행진을 하자 축하객들은 초례상 위에 있던 팥과 쌀을 한줌씩 나누어 쥐고 있다가 성혼 행진을 할 때 신랑,신부를 향해 "행복하게 잘 살아라" 라는 덕담과 함께 던진다.

  드디어 신부를 태운 가마가 대문을 나서자 대문을 막아서고 있던 축하객들은 약속처럼 비켜서 길을 열면서 결혼이라는 성대한 인륜지 대사는 아름답게 대미를 장식한다.

 옛날 혼인식은 이처럼 정겹게 왁자지껄 소란했고 인정미, 사람 사는 맛이 넘쳤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의 이야기꽃과 신랑신부 친구들의 흥분어린 웅성댐,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의 수선거림이 정겨웠다. 

 잠시 옛 추억을 떠올려 보는 사이 벌써 어디선가 “가마 앞을 막으면 징 맞고 동티 나 오래 못산다”고 외치는 어른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젊은 교꾼들은 “목이 말라 못가겠다”는 너스레로 술을 청하고, 길어져 가는 봄 햇살을 소박하게 즐겼다.

 누가 왔다 갔는지도 모르는 복잡한 예식장에서 30여분만에 초고속으로 치르는 오늘날의 결혼과 비교해 보면 그때가 너무나 그립고 정겹다. 

 함진아비와 함께 징과 꽹과리, 장고 등 농악대와 등불을 든 사람들이 이웃 형님, 누님의 혼인을 축하해주며 신명나게 놀아주던 마을 축제, 그때의 혼례풍습.... 함잡이를 시끄럽다고 경찰에 고소하는 세태에 사는 우리네가 다시금 되돌아 봤으면 싶은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이다.

 전통혼례를 원하는 사람은 공주 한옥마을 관리사무소에 전화 예약하면 된다고 하니 많은 전통혼례를 보고 싶다. (예약전화 041-840-89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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