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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엄마의 여행

친정 엄마 모시고 5월에 여행 갈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2012.03.23(금) | 김진순 (이메일주소:dhjsdk44@hanmail.net
               	dhjsdk44@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뭘까요. 낳았다는 죄(?)만으로 그토록 살과 뼈가 닳아 없어지도록 희생하고 진력을 다 해도 당신들은 하나도 내색하지 않으십니다. 자식 사랑을 그저 숙명처럼 받아들일뿐....
 
두메산골 첩첩산중 청양군 장평면 미당리에서 태어나 자라던 어릴적 학교에서 얼기설기 만든 카네이션을 주렁주렁 잠바에 매달고 출근을 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선합니다. 육남매의 그것을 다 달아서 기본이 6개였는데 그 모습을 큰딸인 나도 신이 나서 보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천수를 다 하지 못하시고 그만 일찍 세상을 뜨셨습니다.

 아버지가 없는 가운데 엄마는 그동안 자식들을 위해 모진 고생 마다않고 끝까지 가정 지키며 헌신하고 희생하셨습니다. 그래서 시집 온 지금도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합니다. 엄마 없으면 이세상 어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3년전쯤 봄이었습니다. 엄마더러 여행 한번 가자고 말씀드렸죠. 연세가 7순을 향해 다가가시면서도 남들 다 한두번씩은 갔다 왔다는 해외여행 한번 시켜드리고 싶어 괜찮다고 마다하시는 당신의 손을 잡고 가서 여권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회사에 일이 생겨 엄마에게 바람만 잔뜩 불어 넣어두고는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너무 죄송해서 가슴이 미어지는것 같았죠.

 하지만 딸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고, 남편도 그런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이젠 그때의 계획을 정말 실천할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나도 직장을 새로 다닌지 벌써 4년째여서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 덕분에 여권을 만드셨는데 아직 출국 도장도 한 번 찍어보지 못한 우리 친정엄마 모시고 드디어 다가오는 5월 어버이날을 맞이해 한번 나가볼 작정으로 지금부터 착착 준비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니 내 나이도 50이 넘도록 엄마랑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여행입니다. 가까운 산으로의 등산이든 좀 멀리 설악산이나 혹은 바닷가이든 한번도 같이 못갔습니다. 그러다 나이 먹고 훌쩍 시집을 와버렸으니. 

 엄마가 우리 학교 다닐 때 소풍 보낼 때 그랬듯이 막내 동생이 빵이랑 음료수랑 수분이 부족해 탈수가 일어날까 봐 귤, 오이까지 그리고 비상식품이라면서 사탕에 오이도 준비해 빨간 보자기에 한 가득 넣어주었습니다. 

 자식들에게는 그렇게 해주셨으면서 당신은 어디 한군데도 여행을 다니지 않으셨던겁니다. 
 그래서 5월에 동생 둘과 함께 엄마를 모시고 넷이서 태국 푸켓으로 갈 겁니다. 다른 동생들은 바빠서 돈만 봬기로 했죠. 우리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고 있습니다. 사실 엄마에게도 첫 해외여행이지만 나와 동생도 마찬가지이니까요. 

 동생더러는 호텔을 예약하게 하고 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하면서 즐거움에 들떠 있네요. 엄마가 더 늙으시기 전에 생전에 멋진 추억여행 만들어 두면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을거 같습니다. 

 사실 엄마는 관절도 좋지 않아서 그동안 무척 절뚝거리며 보행도 어려웠습니다. 자식들이 논의 끝에 인공관절 수술을 해드렸죠. 결과는 너무 좋아서 지금은 마라톤을 해도 될만큼 좋아지셨습니다. 엄마도 너무 행복해 하십니다.

 생각한번 해보세요. 관절염으로 많이 고생하시면서도 자식 위해서라면 아픈 다리 이끌고 무엇이든 해주시며 자식들을 키워 주셨으니 그 사랑에 천분의 일도 갚지 못하며 사는것 같아서 늘 마음이 아리지만 돌아가신 아버지 몫까지 효도하며 살고 싶어요. 그래서 더 늦기전에 서둘러 여행 계획을 세운겁니다.

 TV에서 아줌마들 특유의 수다와 웃음소리로 왁짜지껄 하면서 딸들과 함께 다정하게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너무 부럽고 엄마에게 죄송 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엄마랑 딸이 왔냐면서 좋겠다며 부러워하는 모습은 내가 정말 두고두고 부러워했던 장면입니다. 

 이제 우린 신록이 푸르러지는 5월이 되면 방콕-꼬사멧-치앙마이-메콩강 투어를 하면서 엄마에게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릴겁니다. 

 맛난거 실컷 잡숫게 하고, 한국에서 70평생 보던게 아닌 타국에서 느낄수 있는 낯선 풍경들을 부딪히면서 즐겁게 보고 느끼실수 있게 해드리렵니다.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열대 과일도 실컷 드시고, 진심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고, 새로운 이국적 환경에 즐거워하는 엄마를 볼겁니다.

 엄마는 벌써부터 입맛에 안맞을지 모른다며 미숫가루랑 볶은 고추장 가져가실거라며 챙기십니다. 호호호... 촌스러운(?) 엄마.

 나이가 들어갈수록 두려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엄마가 행복한 마음과 기대를 갖고 계신거 보는 것만으로도 딸로써 너무 기쁩니다. 앞으로 그런 시간들을 계속 쌓아가고 싶습니다.

 친정 엄마가 조금씩만 늙으시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는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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