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추운 겨울 산꼭대기가 사랑방이 되다

조치원 근교의 오봉산을 찾아서

2011.12.19(월) | 원공 (이메일주소:manin@dreamwiz.com
               	manin@dreamwiz.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추운겨울산꼭대기가사랑방이되다 1  
▲ 마치 가을 처럼 파란하늘에 흰구름이 둥실 걸려 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이제는 간간이 눈도 내리고 차 유리가 꽁꽁얼어 붙어 있어 겨울의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꺼내 입고 맨발 등산로로 알려진 오봉산을 찾아 나섰다. 조치원 근교에 있는 이 산은 너무 높지 않아 산등성이를 걸어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할 수 있는 곳이다.

주변 슈퍼에서 막걸리 한 병과 삶은 계란을 사서 배낭에 넣고 오봉산 입구로 달려갔다. 입구에는 먼저 온 친구가 오봉산 약수를 물통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가벼운 눈인사를 나눈 후 신발 끈을 고쳐 매고 곧 산길로 들어섰다. 청명한 가을날씨처럼 하늘은 맑고 산속은 밝기만 하다.

아직 말라붙은 낙엽들이 나뭇가지에 애처로이 붙어 있고, 소나무는 제철 인양 푸름을 자랑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듯 한 오봉의 산길은 시골 마당처럼 부드럽게 뻗어 있다. 오늘 따라 그 산길을 걷는 나에게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뭘까. 그것은 한해를 건너는 건널목에서 다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 산행으로 조금은 덜어 내고 있음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다시 기약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음으로써 얻는 즐거움이 아닌가 한다. 
 
  추운겨울산꼭대기가사랑방이되다 2  
▲ 시골마당처럼 부드러운 오봉산길

산길에 몸을 맡기고 친구들과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옛 추억을 이야기 하며 걸었다. 친구들과의 이야기는 흥은 있었지만 야단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산속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의 작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맞장구를 치다보니 어느새 정상이 눈앞에 있다. 평소에 제법 길었던 산행길이 오늘은 이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옛 친구집을 찾아 가듯 금세 목적지에 이르고 말았다. 오봉산 정상은 가을 하늘처럼 파란 하늘이 멋지게 펼쳐져 있고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겨울에 쉬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 풍경을 화폭삼아 포즈를 잡아 가며 사진을 찍었다.

산 아래 풍경을 마음에 가득 담고 상기된 표정으로 의자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배낭에 가져온 막걸리를 삶은 계란을 안주 삼아 한잔씩 들이 부었다.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마치 어릴적에 아버지 술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들어 있는 막걸리를 몰래 먹는 그 맛이다. 정상에 올라온 주변 사람들도 그 맛을 기억하는지 그들의 표정에 간절함이 묻어 있다. 그들에게도 조금씩이나마 걸쭉한 막걸리 한잔을 건네니 매서운 찬바람은 어디로 도망가고 어느새 오봉산 정상은 사람들의 정과 웃음이 넘치는 사랑방이 되고 말았다.
 

원공님의 다른 기사 보기

[원공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