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화로 그려져 액자로 전시된 작품들 |
깊어가는 가을 시와 함께 가을이야기가 펼쳐지는 연기문학 향토시화전에 다녀왔다. 한 줄 한 줄 가슴깊이 새겨보며 시심에 빠지다 보면 늦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사색의 길을 올레길을 걷듯 느릿느릿 걸어보는 여유로움도 갖게 된다. 작품 하나 하나에 시인의 마음이 심어져 진한 감동과 여운을 전해준다.
▲ 연기문학 향토시화전 개막식 모습 |
연기문학 동인 14명의 작품이 전시된 연기문화원 2층 전시실에는 동인마다 두 작품씩 출품한 시 총 28편이 액자 및 족자로 만들어져 찾는이들을 맞았다. 한 줄 한 줄 음미하며 읽어내려가는 얼굴에서 흐뭇함이 느껴진다. 시는 대충 읽어서는 그 느낌이나 감동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시는 천천히 마음에 담으며 감상을 해야 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시를 감상할 때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그때 그때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동이 다를 수 있다. 시를 쓰는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며 시를 음미하다 보면 보다 더 깊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족자로 만들어진 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찬 바람에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며 나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면 비록 시인이 아니더라도 쓸쓸함과 고뇌를 느낄 수 있다. 단풍, 그 화려했던 날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자취를 감추고 만다. 한 잎 두 잎 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서 있는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심정으로 자식같은 낙엽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까. 창밖에 서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바라봐서 그런지 느티나무가 남아있는 마지막 잎새를 붙잡느라 안간힘을 쓰는 듯 하다. 이런 모습들을 관심있게 바라보다 보면 스파크처럼 시가 떠오를 수가 있다. 그 느낌을 메모하는 습관은 시를 쓸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아닐까.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다 보면 아름답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내용들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느낌들이 한 편의 시가 될 수도 있다.
▲ 연기문학 향토시화전을 찾아온 관람자가 시를 적으며 감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 연기문학 향토시화전 전시실에서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는 모습 |
창밖의 느티나무가 우리의 삶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맞는 느티나무의 일상은 사람들이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기를 지나 노년을 맞는 삶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바라볼 수록 짠한 느낌이다. 늦가을 쓸쓸함을 껴 안고 살기 보다는 자연과 삶의 희노애락을 노래하듯 시 한 수 가슴에 품고 사색에 젖어보는 낭만을 가져보면 어떨까.
▲ 연기문학 김일호 회장이 향토시를 지어 출품했다. |
▲ 김동훈 시인이 향토시화전에 '외딴집' 이란 작품을 전시하였다. |
연기문학 향토 시화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깊은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연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뒤돌아보며 진지하게 생각하고, 가슴뿌듯한 사색으로의 길을 걸어가는데 일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시가 전해주는 가을이야기에 귀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