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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산골짜기에는 가재가 살고 있었다

2009.06.02(화) | 원공 (이메일주소:manin@dreamwiz.com
               	manin@dreamwiz.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넷포터] "가재 잡으러 갈까"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녹음이 짙어가는 유월,  장인어른 생신으로 가족들이 모두 다 모였다. 이때 가족 중 누군가가 슬쩍 꺼낸 말이다. 갑자기 산골짜기에서 친구들과 가재를 잡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검정고무신을 바위에 벗어 놓고 골짜기의 돌멩이를 들춰가며 가재를 잡던 어린 시절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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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밑의 논을 따라 가재를 잡으러 가고 있다

오전에는 집 앞의 텃밭에 고구마를 심고, 오후가 되어 가족 모두가 가재를 잡으러 나섰다. 꼬마들은 얼마나 신이 났는지 벌써 저 만큼 달아난다. 달랑 검정비닐봉지 하나 들고 마을 뒷산으로 향하였다. 모두들 예전에 가재를 잡던 왕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걸어가는 모습이 즐거운 표정이다. 하늘은 너무 맑아 유월에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따갑다. 하지만 더위에 아랑곳하지 하고 모두들 논두렁길을 지나 비탈진 산길을 씩씩하게 걸어 올라간다.

“과연 가재가 있을까 ?” 요즘 가재를 잡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조바심이 난다. “가재는 깨끗한 물에서만 사니까 산골짜기에는 분명 있을 꺼야”하며 개구쟁이였던 처남이 앞장을 선다.

마을 뒷산의 골짜기,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비가 내린지 오래 이고 보니 겨우 골짜기 바닥만 적시고 있다. 더욱이 골짜기에는 낙엽이 가득 덮여 있어서 언뜻 보면 물이 전혀 흐르지 않는 것 같다. 가재를 잡기 위해 찾은 그 곳은 예전의 기억과 너무 달라 모두 실망스러운 표정이다.

가만히 골짜기 아래로 내려갔다. 나뭇잎을 걷어내자 제법 물이 고여 있다. 하지만 가재는 보이지 않는다. 예전처럼 돌멩이를 걷어내도 가재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가재 밥으로 보이는 작은 벌레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분명 어딘가에 가재가 꼭 숨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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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짜기에서 가재를 잡는 모습

꼬마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뭇잎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때 “가재다”라고 누군가 외친다. 처남이 나뭇잎을 걷어내고 손가락만한 가재를 잡은 것이다. 모두들 기다리던 가재를 잡자 환호를 하며 달려든다. 바다새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커다란 두 집게손과 꼬리에 많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예전 그대로의 가재모습이다.

예상과는 달리 산골짜기의 나뭇잎 속에는 가재가 많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가재는 생각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나뭇잎을 걷어내면 바닥은 금세 흙탕물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재는 낙엽속의 바닥으로 작은 굴을 파고 들어가 살고 있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가 없다.

시원한 나무 그늘이 드리운 산속, 숲이 많이 우거져 있다. 그 곳의 가재는 골짜기에 나뭇잎이 쌓여 있어 먹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위험으로부터 몸을 숨기는데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꼬마들은 잡은 가재를 쳐다보며 눈을 떼지 않는다. 가재를 한번 잡아보려고 손을 넣다가도 얼른 손을 빼고 만다. 가재의 큰 집게손이 제법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잡은 가재를 손에 올려놓고 아이들이 자세히 지켜보게 했다. 그들은 눈을 고정하고 가재의 생김새를 머릿속에 꼼꼼히 그려 넣는다. 잠시 후, 아이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지 가재를 손에 가만히 쥐어 본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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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짜기에서 잡은 가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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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잡은 가재의 모습

“ 엄마 이것 좀 봐”
“ 야! 너 대단하다”

금세 아이들은 싱글벙글 신나는 표정이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한 가재 잡이는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사실 가족이 모이게 되면 함께 할 추억거리가 많지 않다. 그래서 편을 갈라 운동도 해보고 노래방도 가보지만 매번 추억이 될 만 한 특별한 놀이가 없어 그냥 의미 없이 지낼 때가 많다.

아이들과 추억삼아 산으로 가서 가재를 잡아보니, 어른들은 옛 추억속으로 들어가서 좋고,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특별한 체험이라 마냥 즐거워한다. 그들에게는 어린시절의 멋진 추억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아이들과 손잡고 또 가재를 잡으러 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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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잡아온 가재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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