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산성’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펼쳐지는 특별한 여정, 공산성 달밤 이야기 & 콘서트.
내리던 비가 그쳤으나 서늘한 바람에 성곽의 나무가 속삭입니다. 그 속삭임에 귀 기울이면, 1,300년 전 웅진 백제의 마지막 밤이 들려옵니다. 공산성의 달밤, 역사가 음악이 되고 시가 되는 이 밤에 우리는 백제의 숨결을 따라 걷습니다.

그 세 번째 밤은 “660년, 공산성의 비극”이라는 주제로 5월 24일 열렸습니다. 성곽문화체험부터 명사 특강까지, 그 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백제로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여정은 공산성의 서문 금서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한국국가유산연구소 이태묵 소장과 문화해설사 이영란님이 앞장서, 백제 깃발을 들고 걸었습니다.

공산성에는 4개의 문이 있습니다. 지금 주 출입구로 사용되고 있는 금서루(서문)와 진남루(남문), 영동루(동문), 금강과 마주한 공북루(북문)가 그것이지요. 우리는 백제 깃발을 들고 금서루 성문을 지나 공산성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숲길을 따라 영은사, 공북루, 공산정으로 이어지는 길은 마치 백제의 시간을 걷는 듯했습니다. 곳곳에 남은 유적과 유물, 그리고 해설사의 생생한 설명은 참여자들의 눈과 마음을 열었습니다.

공산성 내에는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반인들이 거주하던 성안마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성 밖으로 나가서 이 부지에 주거지, 건물지, 우물지, 공방 등이 조사되었습니다.

백제 웅진시대의 왕궁은 어디에 있었을까? 가장 유력한 왕궁지로 추정되는 공산성에서는 지금도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영란 문화해설사님은 추정 왕궁지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공산성 지도를 가리키며 웅진시대 백제의 역사적 의의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지요. 백제 웅진기는 비록 63년으로 짧지만 동성왕과 무령왕을 거치면서 백제 내부적인 안정을 이루며 다시 강국으로 도약했던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소나무 숲길에서 영은사를 바라보며 문화해설은 계속되었지요.

공산성 안에 자리한 영은사는 조선시대 세조의 명으로 창건한 사찰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승병들의 훈련장으로 사용하였으며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이곳에서 머물렀던 큰절이었다고 합니다.

영은사를 지나 잠시 성곽길을 걸으면서 공산성의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공산정을 바라봅니다. 오후 한 때 비가 뿌렸지만, 날씨는 개이고 공산정 너머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누에의 알을 보관하던 잠종냉장고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돌로 만든 이 시설에 금강에서 채취한 얼음을 보관하여 냉장시설로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깃발이 나부끼는 성곽길을 걸으며 최종 목적지인 공북루에 도착하였습니다.

우리는 공북루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작은 음악회를 즐겼습니다.

김상균의 크로매틱하모니카와 홍소림의 클래식기타가 듀오가 하모니를 이루는 예고편이었습니다. 본 공연은 잠시 후 공산성 방문자센터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공북루 언덕에서는 공산성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전경이 펼쳐졌고, 백제 왕궁으로 추정되는 성안마을에서 이어진 발굴 이야기는 더욱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습니다.
성안마을 유적에서 발견된 645년 의자왕 시기의 갑옷 조각.
그 유물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습니다. 백제 최후의 저항을 증명하는 실마리였고,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는 단초였습니다.
공주대 이현숙 박사의 생생한 발굴 이야기는 작은 해프닝에서 시작된 이 발견이 얼마나 놀라운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전해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유튜브 영상 〈어긋난 수신호, 백제의 문을 열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52Azu65qZ9w

날씨가 좋으면 2부 공연과 3부 명사이야기는 금서루 성벽 느티나무 야외 무대에서 펼쳐지는데 이날은 강풍이 불고 추워서 공산성 방문자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김상균의 크로매틱 하모니카와 홍소림의 클래식 기타가 만들어 낸 하모니는 공간의 제약을 넘어섰습니다. 박수와 앵콜이 이어졌고, 음악은 공산성의 밤을 따뜻하게 감쌌습니다.

시낭송가 조옥순 님은 정도전의 ‘공주 금강루’,나태주 시인의 ‘공산성’을 힘 있고 부드럽게 읊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지막은 명사 특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산성에서 펼쳐졌던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의 비사가 충북대학교 사학과 김영관 교수에 의해 ‘660년, 공산성의 비극’이라는 주제로 비밀의 문이 열렸습니다.

김영관 교수는 공산성으로 피난 온 의자왕을 사로잡아 당군에게 바친 예식진 묘지명에 대한 연구로 백제멸망의 슬픈 진실을 파헤쳤습니다.

김교수는 20여 년 넘게 중국의 서안과 낙양에 드나들면서 현지 조사를 통해 백제는 물론 고구려와 신라, 발해와 관련된 묘지명과 금석문을 찾아내어 학계에 소개하고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백제 마지막 태자 부여융과 의자왕 증손녀 부여 태비, 예식진과 예군 형제, 진법자 묘지명 등을 통해 역사서에서 찾을 수 없는 사실들을 밝혀 내어 백제의 교육제도와 관등 문제, 지방제도와 군사 문제 등의 연구를 심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우리가 알고 있던 백제 의자왕의 모습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방탕한 군주가 아닌, 끝까지 나라를 지키려다 부하에게 넘겨진 비운의 왕.
공산성은 바로 그 역사의 마지막 장면이 펼쳐졌던 무대였습니다.
밤이 깊어가도, 백제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설문지를 작성하고, 후원처인 금강조각연구소 윤태중 소장이 제공한 공주밤빵을 하나씩 받아들었습니다.
이 밤, 우리는 단지 음악회를 본 것이 아닙니다.
백제의 마지막을 마주하고, 그 역사와 아픔을 마음에 새긴 밤이었습니다.
🌕 ‘공산성 달밤 이야기 & 콘서트’는 7월 12일까지 매주 토요일 18:30, 금서루 느티나무 무대에서 열립니다.
비가 오면 방문자센터로 변경되오니, 백제의 밤을 걸을 준비만 하고 오세요.
공산성 달빛 아래 성곽길을 걷고 공연을 즐기며, 공주의역사가 명사 특강으로 펼쳐질 것입니다.
<공산성 달밤 이야기&콘서트>
○ 기간 : 2025. 5.03(토) ~ 7.12(토), 매주 토요일 18:30~21:30
○ 장소 : 공주 공산성 금서루 성벽 느티나무 무대(우천시 공산성 방문자센터)
○ 주관 : (사) 한국국가유산안전연구소
* 촬영날짜 : 2025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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