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기차 많이 이용하시나요?

저는 자가용이 없어 여행을 다니거나 타지에 볼일이 있을 때 자주 기차를 이용하고 있어요.

특히, 기차는 뭔가 낭만이 있다고나 할까요? 어릴 적 시골에서 도시를 오갈 때 넓은 창으로 보이는 광활한 풍경과 가족과 친구끼리 마주 앉아서 오순도순 가져온 간식을 먹으며 여행했던 추억들이 있어 더욱 그렇게 느껴지나 봐요.

저는 대학교를 천안에서 나와서 20대에도 집에서 학교를 오갈 때 기차를 자주 이용했어요. 그래서 천안역 주변에 어떤 식당이 있는지 천안역이 어떤 곳이었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려 제가 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서 문득 천안역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예전의 모습 그대로일까 궁금해서 오늘 한 번 다녀와 봤어요.

천안역 동부광장에 왔더니 천안역 건물은 예전 그대로 있더라고요. 특히 천안역 주변의 오래된 카페, 국밥집, 호두과자집 등 기차를 기다리며 자주 사 먹었던 가게들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바뀐 것들도 있더라고요. 천안역 택시 승강장의 위치가 축소되고 이전에 택시를 타던 장소가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어요. 아무래도 도시가 오래될수록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기 마련인 데 오랜 전통이 있는 천안역에서 이를 고려해서 현명하게 주차장을 확장했더라고요.

동부광장에서 기차 플랫폼으로 올라가다 보면 철도 경찰 치안센터가 있어요. 사실 많은 기차역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잘 보이는 곳에 안심이 가도록 치안센터가 있는 곳은 천안역밖에 없는 거 같아요.

철도 경찰은 일반 경찰과 다르게 국토교통부 산하의 기관으로 철도와 관련된 문제만을 전담하는 기관이라고 해요.

철도경찰 치안센터를 지나면 천안역에 메인 대합실이 나와요. 메인 대합실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대합실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죠.

저는 이런 형태의 역사가 매력이 있더라고요. 요즘에는 철도의 확장을 고려해서 큰 역사를 만들고 하나의 대합실을 공유하도록 설계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옛날에는 도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먼저 운영되던 역의 원형이 있고 지속적으로 확장을 해나가기 때문에 이전에 있던 모습들을 마치 역사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듯 발견할 수 있는 재미가 있어요.

메인 대합실에는 승차권을 발권받는 창구가 있고, 여러 음식점과 벤치, 편의점 등의 편의시설이 있어요.

대합실 중앙에는 종합안내소가 있는데 천안역은 천안삼거리의 고장인 만큼 지나가는 노선이 많아서 헷갈리기 쉬워 여러 안내가 부착되어 있고, 상시 안내를 해주시는 안내요원도 배치되어 있어요.

메인 대합실에서는 대한민국을 가로질러 끝에서 끝으로 이어주는 노선들이 지나가요. 전라도의 끝으로 가는 호남선과 전라선 그리고 경상도의 끝으로 가는 경부선이 운영되고 있어요.

천안의 중심지에 이렇게 다양한 도시로 갈 수 있는 역사가 있다는 것은 천안을 방문하거나 천안에서 타지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너무 좋은 복지인 거 같아요.

그러나 천안역은 아쉽게도 일반 열차밖에 운행하지 않아요. 천안의 인근 도시를 가시는 분들은 천연역을 통해 편리하게 이용하실 수 있지만 고속철도로 부산이나 목포 등을 빠르게 방문하시고자 하신다면 천안아산역을 방문하셔야 합니다.

천안역의 메인 대합실 구경을 마쳤으니, 이제는 서부광장쪽 대합실을 가보려고 해요. 서부 광장에 가는 길에는 여러 편의 시설이 있는데 천안도 많은 분들이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하시다 보니 여러 크기의 사물함이 있더라고요.

옛날에는 키 방식으로 운영되었었는데 지금은 터치스크린에 카드 결제까지 되는 스마트 사물함이 있어서 시간의 변화가 느껴지는 장소였네요.

사물함 바로 옆에는 사물함과 달리 시간의 변화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것도 있었어요. 요즘에 찾아보기 어렵지만 또 없으면 꼭 찾게 되는 바로 공중전화입니다. 요즘에는 휴대전화가 워낙 잘되어 있어서 공중전화를 이용할 일이 없지만 그래도 오랜 기차여행을 하다 보면 휴대전화의 배터리가 방전되어서 꼭 전화기가 필요한 순간이 오잖아요. 저도 대학생 때 종종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가 배터리가 방전되어 이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물함과 공중전화를 지나면 서부광장 방향 대합실이 나옵니다. 동부광장 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수도권에서 천안을 오가는 출퇴근 이용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사람이 북적거리는 모습이네요.

서부광장 대합실에는 메인 대합실과 같이 종합안내소와 편의점이 있고,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가게도 메인대합실보다는 적지만 모두 있었어요. 사람을 통해 발권을 받을 수는 없지만 무인발권기도 설치되어 있어서 메인 대합실의 축소판일 뿐 구성은 모두 동일하더라고요.

서부광장 대합실에는 특이한 플랫폼 입구를 만날 수 있어요. 분명 기차를 타러 가야하는데 지하철 바리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죠.

이것은 서부광장 대합실을 통해 이용하는 플랫폼이 충남 서해안을 관통하는 장항선과 동일한 노선을 공유하는 1호선을 타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즉, 같은 플랫폼에서 전철과 기차를 모두 이용하는 혼용 플랫폼인 거죠.

그래서 이제는 기차 티켓에 바리게이트에서 태그할 수 있는 QR코드가 인쇄되어 나옵니다. QR코드를 태그해서 들어가면 기차를 탈 수 있다고 해요. 10년 전에도 1호선이 있었지만 기차 이용객들은 옆에 별도의 입구를 이용하고 승무원이 검표했었는데 이렇게 입구를 공유함으로써 인력을 아끼고 이용객들도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습이네요.

천안역을 모두 살펴보고 이번에는 천안역 서부광장을 살펴보려고 해요. 서부광장으로 내려가기 전에 유리창을 통해 서부광장을 보니 버스와 택시를 타던 공간이 임시 벽으로 분리되어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있더라고요. 살펴보니 천안역 서부광장을 좀 더 현대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천안역사 증축 및 서부광장 재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분명 재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서부 광장은 공사 중인 장소를 제외하고도 동부광장과 다르게 많은 부분이 변해있더라고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주 세련되고 높은 빌딩이 서부광장에 있더라고요.

건물 안으로 들어와 보니 여러 공공기관도 입주해 있고 시민들을 위한 여러 시설도 제공하고 있더라고요. 청정 기술을 지원하는 그린스타트업타운과 스타트업 파크가 있었고, 천안역세권 행복주택도 함께 있더라고요.

다른 내부 시설로는 북카페, 회의실, AC/VC 오피스, 피트니스 센터 등 앞으로 천안의 새로운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천안역을 둘러보니 정겨운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이용에 불편이 되었던 점들은 편하게 바뀌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더라고요. 그리고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서부광장이 앞으로 미래까지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어요.

천안역

○ 주소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대흥로 239

○ 주차 공간: 동, 서부 광장에 위치 24시간 이용 가능

 * 방문 일자: 2025년 4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