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여행

충남의 전통사찰(번외), 가까이에서 보는 역사 천안 천흥사지(天興寺址)

통일대업 화합의 결사체 왕실사찰 천흥사의 타임캡슐

  • 위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190-2
  • 등록일자
    2025.04.30(수) 20:57:03
  • 담당자
    휘리릭/mch7775@hanmail.net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전경.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전경.


    흔히 문화유산 발굴을 타임캡슐을 찾는 과정이라 합니다.

    과거 역사를 오늘로 소환해 미래의 역사를 만드는

    시작점이자, 시간의 마술이기 때문입니다.

    천흥사지 발굴과 복원은 그런 의미에서

    봉인된 태조 왕건의 꿈을 우리에게 전하는 일입니다.

    전통사찰로는 전해지지 않지만, 통일 대업을 달성하려는

    왕실사찰 천흥사지(天興寺址)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껴봅니다.

    가까이 보면 우리의 역사가 들립니다.

     

    충남 천안은 고려를 창업한 태조 왕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편안할 안(安)’자가 사용된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왕건은 지리적 중요성에 착안해 고려 건국 13년(930년) 군사행정복합체인 ‘천안부’를 세우고 도독(都督)을 임명합니다. 후백제와 국경을 접하면서 동서남북 모든 지역을 안정시켜야 할 임무를 부여해 ‘천안(天安)’이라는 지명이 사용된 것인데, 이보다 앞서 중앙정부와 지역민을 화합시킬 결사체로 왕실사찰 ‘천흥사’가 창건(921년 추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천흥사 주변으로는 이후에도 고려 시대 창건된 사찰만 19곳에 달하는데 지금은 천안 광덕사와 만일사, 성불사 등 3곳이 천년고찰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발굴현장 전경.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발굴현장 전경.

     

    이처럼 천흥사지는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거읍 천흥리에 창건된 고려 시대 대표적 왕실사찰이었습니다. 폐사 이후 방치되다 1990년부터 학술조사가 시작돼 사역 범위와 위상을 확인하는 지표조사가 2017년 진행됐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5층 석탑 주변에 5차례의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전경.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전경.

     

    지금까지 확인된 사찰의 규모 면에서 천흥사는 왕실사찰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출토과정을 거쳐 대략적 사역 규모만 추정되는데 천흥천을 따라 양분되어 오층석탑이 있는 서북쪽은 종교적 공간으로, 당간지주가 있는 남동쪽은 생활 및 생산공간으로 구성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사역 전반에 걸쳐 수습된 천흥사(天興寺), 천흥(天興), 천흥삼보(天興三寶) 등 명문 기와가 기존에 알려진 천흥사지와 일치하고 있습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발굴 천흥사명 기와 등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발굴 천흥사명 기와 등


    천흥사지 고고학적 발굴은 모두 5차례가 진행되었습니다. 1차는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190-2번지 일원 3008㎡에 대해 발굴조사(1915㎡)와 시굴조사(1093㎡)로 나눠 조사했는데, 5층 석탑의 위치가 현재와 같고 석탑의 일축 선상으로 금당지와 강당지를 배치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금당지 남북으로 발굴조사가 진행되면서 출토된 유물 대부분이 황룡사지와 감은사지 등 통일신라 양식으로 이어지는 형태가 확인됨에 따라 천흥사의 창간연대는 고려 초기로 확정됐습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1차 발굴지 전경.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1차 발굴지 전경.

     

    2차 발굴은 오층석탑 주변 1792㎡에 대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통일신라에서 고려 시대에 해당하는 건물지 6동을 비롯해 남쪽으로 회랑지가 확인됐습니다. 오층석탑 후면으로는 대형건물지가 나란히 확인되었는데 금당지로 추정됩니다. 중심 건물은 남북 20m, 동서 18m 규모로 정면 5칸, 측면 4칸 구조입니다. 건물 기단은 주로 중심 건물에 사용되는 ‘가구식’ 형태로 장대석을 이용한 계단 등 출입시설도 함께 조사됐습니다.


    왕실사찰 천흥사지 2차 발굴지 전경.

    ▲ 왕실사찰 천흥사지 2차 발굴지 전경.


    왕실사찰 천흥사지 2차발굴지 1호(좌), 2호 건물

    ▲ 왕실사찰 천흥사지 2차발굴지 1호(좌), 2호 건물

     

    3차 발굴조사는 금당지로 추정되는 건물터의 북측 2608㎡를 대상으로 2023년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대지와 건물을 조성한 흔적과 오층석탑을 중심으로 3동의 금당지가 일렬로 배치된 1탑 3금당 약식의 가람배치가 확인되고, 청동 서탑과 천흥사명 청동접시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기존 중심 건물지와 더불어 또 다른 건물지의 흔적과 사역의 명확한 범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3차 발굴조사 건물지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9호, 10호, 14,15호, 13호 건물지.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3차 발굴조사 건물지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9호, 10호, 14,15호, 13호 건물지.

     

    이처럼 거창했던 천흥사는 조선 시대 폐사됐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정확한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1407년)에 직산(稷山) 천흥사 기록이 등장 이후 신증동국여지승람(1481년) 직산현 편에 “성거산 아래 천흥사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기록돼 이 사이 폐사했을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고려의 왕실 

    사찰이었기에 숭유억불을 강력히 추진한 조선 시대 유지 자체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오층석탑 전경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오층석탑 전경


    천흥사지에서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는 5층 석탑(보물)은 2단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올린 6m 높이로 창간연대는 청흥사명 동종과 당간지주 등과 함께 고려 초기로 시대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기울기 측정 등 정밀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탑신에는 1층부터 5층까지 면별로 정밀하게 기울기를 측정하는 장치가 부착되어 정기적으로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사면모서리. 좌부터 반시계방향.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사면모서리. 좌부터 반시계방향.


    아래층 기단 4면에는 면마다 7개씩 안상을 촘촘히 조각됐고 위층 기단 4면은 모서리마다 기둥이 새겨져 있습니다. 탑신은 각층의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하나의 돌로 새겼는데, 몸돌의 모서리에는 기둥 모양을 표현하고,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줄어들면서 지붕돌이 얇아지고 너비가 좁아집니다. 밑받침은 3단으로 조각되었고, 경사면은 완만하게 흐르다 모서리에서 반전을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아름다운데 탑신의 완만한 체감률이 온화하고 장중한 느낌을 더해 줍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기단 상세 모습.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기단 상세 모습.

     

    오층석탑에서 북동쪽으로 천흥천 너머 234m 거리의 당간지주 역시 천흥사 영역과 위상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현재 당간은 없어지고 돌 지주만 남았는데 천흥사 동종이 1010년에 주조된 사실을 고려할 때 비슷한 시기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원래 철 당간이 새워져 있었는데 “조선 말기 대원군이 당백전을 주조하기 위해 철물을 공출하면서 유실됐다”고 구전되지만, 구체적 기록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전경.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전경.


    당간지주는 2층 기단 위로 양 지주를 60㎝ 간격으로 세웠는데 기단 아래 70㎝ 정도가 땅에 묻혀 있습니다. 특별한 장식이 없이 옆면에만 세로띠를 새겨 넣었습니다. 기단은 꽃 모양의 장식을 새겨져 있습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전경.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전경.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기단 무늬.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기단 무늬.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천흥사지의 연대를 확인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천흥사 범종입니다. 고려 범종 양식을 충실히 계승했는데 유곽 아래 위패 속에 ‘성거산 천흥사 종명 통화 28년 경술 2월 일’이란 명문을 두 줄로 뚜렷이 양각해 이 동종이 서기 1010년 주조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천흥사의 창건연대도 인근 시기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천흥사 범종은 폐사 이후 인조 때 남한산성 종각에서 사용됐으며, 현재는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고리 역할을 하는 용뉴는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모습으로 표현되고 천판 가장자리는 연꽃무늬가 돌려져 있는데 바로 아래 4곳에 사각형의 유곽을 만들어 가운데 9개의 연꽃을 새겨 놓았습니다. 종을 치는 당좌는 2곳으로 원형으로 만들고 테두리에는 구슬과 연꽃무늬로 장식하였습니다.


    왕실사찰 천안 천흥서지 동종 전경. 국립박물관 소장. 필자 자료사진

    ▲ 왕실사찰 천안 천흥서지 동종 전경. 국립박물관 소장. 필자 자료사진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동종의 명문. 국립박물관 소장. 필자 자료사진.

    ▲ 왕실사찰 천안 천흥사지 동종의 명문. 국립박물관 소장. 필자 자료사진.


    충남도와 천안시를 비롯해 불교계와 지역 주민들이 뜻을 모아 ‘천흥사 환지본처’가 추진되고 있는데 현장답사와 관련 모임을 이어가고 있어 다음 기회에 이를 자세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 천안시 천흥사지 >

    ○ 위 치 :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190-2번지

    ○ 운 영 : 연중무휴

    ○ 입장료 주차장 : 무료 (발굴지 주차장 운영)

    ○ 취 재 : 2025년 4월 28일 등

     

    < 참고문헌 >

    전통사찰총서-대전·충남의 전통사찰 1, 사찰문화연구원, 1999년

    오세덕. (2022). 고려 태조 왕건 사찰의 가람배치와 건축 특징. 문화사학, (58), 39-63.

    김경범. (2023). 천안 천흥사지 발굴조사 출토 고려시대 평기와 분석. 한국중세고고학, (14), 5-35.

    조원창. (2024). 천안 천흥사지 가람배치와 삼금당지 가구식기단의 축조기법. 충청학과 충청문화, 181-213.

    천안시. (2017). [천안시] 천안 천흥사지 오층석탑: 정밀실측조사보고서. 국립중앙도서관 연계자료, (12),

    충청남도지정문화재해설집, 충청남도, 2001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정보(https://www.khs.go.kr)

    충남디지털문화유산(https://www.chungnam.go.kr)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https://www.aks.ac.kr/


    휘리릭님의 다른 기사 보기 다른 기사 보기
    휘리릭님의 최근기사
    #천흥사지5층석탑 왕건 고려통일 왕실사찰 천안가볼곳 충남가볼곳
OPEN,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기사는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수 0

담당부서 : 대변인
문의전화 : 041-635-2053

* 본 페이지에 대한 저작권은 충청남도가 소유하고 있으며, 게재된 내용의 수정 또는 개선사항이 있으시면 담당 부서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