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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서 너를 기다릴게',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

2020.12.07(월) 21:59:56설산(ds3keb@naver.com)

화려한 날들을 보낸 곡교천 은행나무길의 초겨울 아침, 한바탕 눈이라도 내릴 것같이 잔뜩 흐린 하늘 아래 그 고왔던 잎들이 다 떨어져 내린 은행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서 있는 것일까, 여린 잎을 올리던 봄날부터 푸르렀던 여름을 보내고 고운 옷 갈아입은 가을날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날들을 뒤로하고 이제 긴 겨울의 고요 속에서 몇달을 보내게 될 것이다.
 
곡교천 은행나무 길
▲곡교천 은행나무길
 
곡교천 은행나무 길
▲곡교천 은행나무길
 
한창때 그 많던 사람들과 노란 은행잎이 사라진 이 길 위에는 휑한 바람과 길을 걷는 사람들이 오고 간다. 계절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다르고, 그에 따른 느낌도 다르지만, 이맘때의 정취도 고요하고 쓸쓸해서 괜찮다.
 
곡교천 은행나무 길
▲곡교천 은행나무길
 
곡교천 은행나무 길
▲곡교천 은행나무길
 
버스 정류장을 본떠 만든 것 같은 작은 정류장 갤러리에는 ‘사랑의 삼계탕 나눔행사’, ‘사랑나눔 김장축제’, ‘사랑의 연탄 나눔행사’와 같은 훈훈한 이야기들이 담긴 사진이 전시되어 한동안 눈길이 머물고, 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생각에 든든해진다.
 
정류장 갤러리
▲정류장 갤러리
 
자전거 대여소 앞 자전거 조형물
▲자전거 대여소 앞 자전거 조형물
 
그러다 마주한 ‘우리 그 길에서 만나자. 그 길에서 너를 기다릴게’라는 글귀가 적힌 입간판을 보며 이순(耳順)이 넘도록 세상을 살아오면서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 중에 이 말을 전하고 싶은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상념에 빠진다.
 
입간판
▲입간판
 
곧 눈이 내릴 것 같은 스산한 겨울 아침, 이 은행나무길 위에서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나오는, '우리는 천년을 살아도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여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는' 사람에게 길 위의 바람을 담아 초대장을 띄우고 싶다.
 
또 이 은행나무길은 이순신 백의종군길의 제2구간 ‘효의 길’로 명명되어 있는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장군께서 백의종군의 명을 받고 한성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본가가 있는 아산에 들어온 1597년 4월 5일부터 다시 남행길에 나선 4월 19일까지 약 보름 동안 지나갔던 경로 중 차로가 된 곳을 대체하여 현충사에서부터 곡교천 둑방길을 따라 연결해 놓은 15km 구간의 길이다.
    이순신 백의종군길 안내판
▲이순신 백의종군길 안내판
 
지금은 아니더라도 이런 이야기가 깃든 길을 그리 머지않은 날에 꼭 걸어보고 싶어진다. 은행나무길을 내려 곡교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캠핑장이 있고 파크골프장이 나타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는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캠핑을 하거나 골프를 하는 맹렬한 사람들이 있다.
 
곡교천변 산책로
▲곡교천변 산책로
 
파크골프를 치는 사람들
▲파크골프를 치는 사람들
 
생명을 다한 것 같아 보이는 마른 갈대와 마른 억새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아산그린타워가 나타났다. 2011년에 조성되었다는 아산환경과학공원 안에 세워진 아산그린타워는 아산의 랜드마크로 그 높이가 150m나 된다고 하며 쓰레기소각장 굴뚝을 활용한 시설이라고 한다.
 
마른 갈대와 억새 사이로 난 곡교천변 길
▲마른 갈대와 억새 사이로 난 곡교천변길
 
아산그린타워
▲아산그린타워

아산그린타워 주변 공장
▲아산그린타워 주변 공장
 
아산환경과학공원은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쓰레기소각장과 하수처리장이 있던 곳에 최첨단 환경오염제어 기술을 적용하여 조성된 공원이다. 아산시는 이곳 공원 내 아산그린타워와 생태곤충원, 장영실과학관, 건강문화센터, 수영장 등을 만들어 연간 30만 명이 방문하는 아산시의 명소로 변모시켰다. .
 
아산그린타워와 아산환경과학공원
▲아산그린타워와 아산환경과학공원
 
곡교천 돌다리
▲곡교천 돌다리
 
다리를 건너 되돌아오는 길에 본 체육공원에는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는지 한창 잔디를 심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은행나무길에는 길을 걷는 몇 안 되는 사람들과 바람만 쓸쓸하다. 나는 은행나무길 가운데 서서 ‘이 길에서 너를 기다릴게’라고 되뇌어 본다.
 
곡교천 은행나무 길
▲곡교천 은행나무길
 
이 길에서 너를 기다릴게
▲'이 길에서 너를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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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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