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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대는 갈대밭에서 풀멍하기 좋은 가을의 서천리 갈대밭

2022.09.20(화) 00:05:59여행작가 봄비(springlll8@naver.com)



요즘 대세는 '멍'이다.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바다멍'이라 부르고, 
하늘을 멍하니 바라볼 땐 '하늘멍'이라 부른다. 

그러면 노랗게 변해버린 풀들에 파묻혀 온종일 
멍하니 보내고 싶을 땐 뭐라고 해야 할까. 
풀멍이라고 해야 할까. 풀멍이라. 그 말 참 마음에 든다. 
가을은 풀멍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구름은 높고, 초록의 잎들은 노랗게 변해간다. 
서걱서걱 부대끼는 갈대 소리는 여름 내내 울어대던 매미 소리를 잠재웠다. 

가을 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이런 가을을 한가득 담아 놓은 곳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곳. 10만 평으로 펼쳐지는,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한 곳인 서천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이 그 주인공이다.
 



그늘 하나 없는 갈대밭을 누볐다.
높은 구름만큼이나 쨍한 햇살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산책길을 비췄다.
숨을 곳이라고는 갈대밭뿐이라는 말인가.

자동차 트렁크에서 오래전에 넣어둔 커다란 우산을 꺼냈다.
색이 짙은 수록 빛을 잘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우산을 활짝 펼치고 나니 이제 좀 숨구멍이 생긴 기분이다.

서천군과 군산시가 만나는 금강 하굿둑에 펼쳐진 신성리 갈대밭은
금강 하류에 자리한 까닭에 퇴적물이 쉽게 쌓였고,
범람의 우려로 인해 강변 습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게 되면서 형성된 갈대밭이다.
말끔한 산책로가 조성된 갈대공원은 
전체 갈대밭 면적의 2~3%에 불과하다고 하니
우리가 누비는 곳은 
얼마나 일부라는 것일까.
참고로 개발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파란색 물감과 초록색 물감을 적당히 섞어 금강에 풀었나.
그렇게 의심이 들 정도로 반영이 아름다웠던 날이다.
이곳은 매년 40여 종 10여만 마리의 겨울 철새들이 월동하고 돌아가는 쉼터다.
12월과 1월에 오면 무리 지어 나는 철새를 볼 수 있다.

몇 해 전 이곳에서 본 철새 무리가 여전히 기억에 남지만,
이번 방문에선 그런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서운함이 없다.
봄과 여름엔 초록으로 변한 갈대숲을, 가을엔 노랗게 익은 갈대숲을 누비면 그만이니깐.
조금만 더 기다렸다 겨울이 되면 철새 보러 다시 와야겠다.
그러고 보면 한 해가 훌쩍 다 가버릴 것이다.



매 계절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다 보니 
사진작가들의 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신성리 갈대밭은 
특히 JSA 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활용되었다.

커다란 창 너머로 아직은 채 옷을 갈아입지 못한 초록의 갈대숲과
유난히도 구름이 높은 하늘이 담겼다. 그것만으로 충만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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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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