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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질 무렵 서천 장항스카이워크에서

2021.09.01(수) 13:42:56여행작가 봄비(springlll8@naver.com)






짙어지는 노을을 붙잡을 길 없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라고 담담히 말할 수밖에.
그래도 이왕이면 아무도 없는 텅 빈 해변에서 이 짙은 노을을 바라보고 싶었다.

아직 하루를 끝내지 못하고 여전히 달리는 논 사이 차 위로,
그리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버린 동네 쉼터 정자 안으로 노을이 진다.
잠시나마 도시를 잊고 여유를 가지기 위해 찾아온 곳인데 여기서도 몸과 마음이 바쁘다.
그렇게 우린 짙은 어둠이 찾아오기 전 장항스카이워크로 향한다.





장항에 자리한 송림산림욕장 주차장에 차를 두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짙은 소나무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는다. 초록 나무 사이로 시큰한 바다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장항은 금강과 바다가 맞닿은 지점에 자리한 항구인데
장항 송림산림욕장은 드넓은 바다와 해송이 어우러지는 숲이다.

고개를 들면, 높이 15m, 길이 286m를 자랑하는 스카이워크가 나무 사이를 가로지른다.
마치 숲속을 걷는 듯한 느낌의 길이다.



나선형 계단을 오른 뒤 숲속을 걷다 바다와 만나는 장항스카이워크.
장항스카이워크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동절기엔 오후 5시)까지 운행을 하기 때문에
노을 질 무렵에 오면 아쉽지만 이용할 수 없다. 그 대신 아쉬운 발걸음을 드넓은 해변으로 돌린다.





스카이워크 위에서 노을을 바라볼 요량이었지만, 계획을 틀어졌다. 더 근사하게.
걷기 좋은 나무 데크를 지나니 바다 위 고운 모래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냥 걷기 아쉬워 신발을 벗고 두 발로 걷기로 한다. 보드라운 촉감, 오랜만에 밟아본 모래사장.

두 손에 든 신발은 나무 데크 위에 올려놓고 조심스레 해변가를 걷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며 부르는 엄마와 더 놀겠다고 떼쓰는 아이,
나무 데크 끝자락에 엉덩이를 밀어 놓고 가만히 노을을 바라보는 연인,
자전거 헬멧을 벗고 숨을 돌리며 잠시 쉬어가는 라이더까지.
여러 이유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바다에 생기를 더하고 풍경을 더한다.



오래전 발리에서 본 노을을 잊지 못한다.
그때도 이렇게 신발을 벗고 두 발로 가득 모래의 촉감을 느꼈다.
모래의 보드라운 느낌, 살랑살랑 머리칼을 간지럽히는 바닷바람,
그때 그 느낌을 이 해변에서 또 느꼈다.

몇 시간 비행기 타고 해외로 떠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보랏빛 노을이 보라색으로 물들인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어둠이 찾아온 밤, 집으로 돌아가기 아쉽지만 그래도 그거면 충분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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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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