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노을이 내려앉는 시간, 천안 단대호수(천호지)

천안 노을과 야경 명소

2021.02.05(금) 17:55:41여행작가 봄비(springlll8@naver.com)


 

 
아침에 눈이 내렸다. 오늘은 하릴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그저 묵묵히 하루를 보낼 요량이었다. 예측 못할 일이 발생한 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진 날씨 덕분이었고, '오늘은 꼭 노을을 보고 싶다'라는 불쑥 튀어나온 용기 덕분이었다.
 
느지막한 오후 다섯 시 반, 나는 단대호수공원으로 향했다. 호수 너머로 고요히 인사를 건네는 노을과 추운 겨울 앙상한 가지가 눈이 녹아 흥건해진 바닥에 내려앉는다. 고개를 돌리면 하늘이 바닥으로 내려앉고, 바닥은 하늘로 승천했다. 참으로 재밌는 상상이다.
 

 

 
이곳은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바로 앞에 위치한 호수라 하여 '단대호수'라 불리기도 하지만, 본래 이름은 '천호지'다. 그런데 또 안서동에 자리한 호수라 하여 '안서호'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이름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이다. 그중 제일 유명한 이름은 역시나 '단대호수'지만.
 
이름이 셋이니 단대호수라 말하지 않고 안서호나 천호지를 말하면 타지인들은 다 다른 곳인 줄 아는 것이 참 재밌다. SNS에 다 다른 각도로 하루는 안서호로 올리고, 또 하루는 천호지라 올리니 여러 곳을 다녀온 줄 안다. 이름이 세 개인 덕분이기도 하고 낮과 밤, 그리고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덕분이기도 하다.
 

 

 
천호지는 여름밤이면 농구장과 족구장 등 체육시설에서 가볍게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차지만, 아직은 그러기엔 다소 추운 계절. 두 손을 주머니에 꾹 찔러 넣고 산책로를 걸어다니는 운동족만이 이곳을 채울 뿐이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니 사라졌다. 고요하고 한적한 호수공원을 가득 채우는 건 주황빛의 노을뿐. 단대호수공원에는 호수를 중심으로 한 바퀴 휙 돌 수 있는 2.3km 순환러닝코스와 다리(현수교·아치교·보행 1교), 체력단련장과 생활체육시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천호지는 야경이 아름다워 천안에서 유일하게 야경으로 천안12경에 선정된 곳이다.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에 가득찬 노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밤이 찾아온다. 단대호수는 다른 여행지에 비해 좀 더 젊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단국대학교를 포함해서 상명대, 호서대, 백석대, 백석문화대 등 이 주변에만 다섯 개의 대학교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 
  

 

 
카페거리 앞에서 도시 방향으로 노을을 바라본 뒤 다시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각자 저마다의 사진 포인트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어둠이 찾아오면 카페거리 건너편으로 간다.
  
태조산 품안에 각기 다른 모양새를 한 건물들이 보인다. 대다수 이 건물은 카페이거나 빌라로 생활 거주지다. 건물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조명빛이 가만히 호수로 내려앉는다. 반영이 참 예쁜 시간이다. 그 사이로 오리가 물살을 가로지르며 유유자적으로 헤엄친다. 
 

 

 
천호지는 한 바퀴 다 도는데 대략 30분 정도가 걸린다. 그리 짧지도, 그리 길지도 않고 딱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장점이라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점. 가끔은 체육 시설에서 몸을 맡기고 휙휙 운동을 해도 좋고,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가기도 좋다. 그게 지루하다면 유유자적 헤엄치는 오리를 가만히 보고 있어도 좋고 매의 눈으로 수달을 찾아봐도 좋다.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이곳이 멸종 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의 서식지라는 점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쓰기
댓글 작성

*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최종 수정일 : 2023-12-15
  • 게재된 내용 및 운영에 대한 개선사항이 있으시면 정보관리 담당부서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이 페이지에 대한 저작권은 충청남도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