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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오지 마을에 '철인왕후'도 '암행어사'도 찾아왔다!

부여군 충화면 서동요 세트장 이야기

2021.01.11(월) 15:52:39충화댁(och0290@hanmail.net)

시골 오지 마을인 우리 동네에 관광버스가 자주 다니는 것은 드라마 '서동요'의 세트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서 세트장 쪽으로 지나다니는 관광버스들을 자세히 보면 앞으로 TV에서 방영될 사극을 미리 짐작할 수가 있다. 관광버스의 앞유리에 드라마 대본의 표지를 붙여 놓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쯤 ‘철인 왕후’라는 드라마 제목을 붙인 관광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사극 제목으로 일반적이지 않아서 퓨전 사극이거나 환타지적 요소가 있는 드라마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메인 세트가 아니어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장면보다는 조선시대 거리 모습, 장터 풍경 등을 찍는 것 같았다. 최근 방송된 사극에 나오는 저잣거리의 모습은 거의 서동요 세트장에서 찍는 것 같았다. 세트장의 지리를 훤히 알고 있는 나는 사극 속에서 서동요 세트장이 잠깐 스치는 배경으로 나와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깨알 같은 재미를 만끽한다. 그래서 현대극보다는 사극을 더 열심히 보게 된다.
 

 
이곳에 난전을 펼치고 옛날 물건들을 세팅하면 조선시대 저잣거리가 된다.
▲이곳에 난전을 펼치고 옛날 물건들을 세팅하면 조선시대 저잣거리가 된다
 
요즘은 ‘철인 왕후’가 뜨는 사극이다. 철인 왕후에는 서동요 세트장보다 부여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궁남지를 배경으로 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서동요 세트장을 배경으로 한 사극은 ‘암행어사’에서 더 많이 나온다. 지난 주 방송된 암행어사의 조선시대 장터 풍경은 서동요 드라마 세트장이다. 세트장 입구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건물들과 저자거리가 있다. 그 뒤쪽에 난전을 세팅해 놓으면 영락없이 조선시대 장터가 된다. 그 속에서 인물들이 연기를 하면 사극의 한 장면이 되는 것이다.
 
눈이 오는 날, 서동요 세트장 전경
▲눈이 오는 날, 서동요 세트장 전경
 
서동요 세트장 전경. 여기는 동네 사람들만 아는 뷰 포이트에서 찍은 사진
▲서동요 세트장 전경, 동네 사람들만 아는 뷰 포인트에서 찍은 사진
  
서동요 세트장은 관광지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고 사진을 찍어서 여러 SNS에 올린 것을 봐왔다. 동네 주민인 나는 그 사람들보다 차별화되게 서동요 세트장을 소개하고 싶었다. 관광객들은 절대 모르는 세트장의 뷰 포인트는 따로 있다. 안내된 관광객들의 코스대로 다니면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 뷰다.
 

 
모처럼 눈이 내린 날, 온 동네가 눈으로 덮이고 하루아침에 하얀 세상으로 던져진 것 같은 날이었다. 눈발이 날리는 중에서도 개인방송을 하는 것 같은 사람들 두어 명이 서동요 세트장을 방문해 있었다. 셀카를 들고 다니며 세트장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었다. 역시 요즘 트렌드는 유튜브인 모양이다.
  
백제의 궁궐을 재현한 세트장
▲백제의 궁궐을 재현한 세트장
 
2006년에 서동요가 방송될 때는 거의 매일 세트장에서 촬영이 있었다. 그때는 동네 사람이라는 특혜를 누리며 아이들까지 데리고 촬영 장면을 구경할 수가 있었다. 가까이에서 연예인들을 보는 신기함과 위험한 장면을 찍을 때 연출하는 트릭도 볼 수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부여군이 떠들썩하도록, 우리 동네는 매일 축제처럼 사람들이 몰려왔었다. 그런 관광 효과를 기대해서 오지 마을에 세트장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관광객을 제대로 맞이할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서 지자체장이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동요 세트장은 꾸준히 사극의 무대에 등장했다.  
 
일본에서 욘사마로 불리는 배용준 배우가 주인공이었던 '태왕사신기'를 촬영할 때엔 이른 새벽부터 일본 관광객(주로 중년 여성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 십여 대가 거의 12시간을 진을 치며 욘사마를 기다리는 장면을 직접 보기도 했다. 욘사마가 분장실에서 100m도 안 되는 길을 자동차를 타고 나와서 차 창문을 열고 얼굴만 살짝 보여주고는 손을 흔드는 모습에 일본 아줌마들은 열광을 했다. 일본의 한류열풍을 시골 오지 마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었다.
 

 
초가집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 어린시절에는 흔히 보았지금 지금은 보기 힘든 고드름을 보았다.
▲초가집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 어린 시절에는 흔히 보았지만 지금은 보기 힘들다
 
서동요 세트장은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건물들이 공존한다. 기와의 치미 장식이 웅장한 백제의 궁궐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찍기 좋도록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삼국시대 건물들이 좀 더 세련되고 단청 장식도 화려한 것은 서동요가 백제 무왕이 된 서동과 신라의 선화공주가 주인공이라 궁궐과 귀족의 저택들이 배경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국에 사극 세트장들이 여럿 있지만 서동요 세트장이 가장 아름다운 배경을 가진 곳일 것이다. 세트장 바로 옆에 저수지가 있어서 나루터도 있고 배를 띄우고 촬영을 하기도 한다. 저수지가에 사는 우리 동네 사람들 중에는 나룻배쯤은 눈감고도 젓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뱃사공 역으로 즉석 캐스팅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 잠깐 촬영을 쉬는 막간을 이용해 그 나룻배를 타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었다. 이 정도는 동네 사람 찬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당시 찍어놓은 사진들은 한창 열풍이던 미니 홈페이지에 보관했다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느 사극 촬영장보다 아름다운 배경과 멋진 스토리를 품은 곳이 바로 부여 서동요 세트장이다. 단 네 줄의 옛 노래(사구체 향가)를 60부작 드라마로 이끌어 시대적 배경을 재현하는 멋진 곳으로 탄생한 것이다. 노래에는 주술과 같은 힘이 있다고 한다. 그 힘이 천오백년을 이어져 서동이 마를 캤던 곳이었을지도 모를 시골 오지 마을에 백제의 궁궐의 짓게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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