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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칠갑산 정상에는 두 번 오른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장곡사에서 장곡로를 따라서 올랐고, 또 한 번은 천장호 출렁다리를 건너서 천장로를 따라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칠갑산 지정 등산로는 여덟 곳에 이르는데 비록 두 코스밖에 가본 적이 없지만 칠갑산은 오르는 등산로에 따라서 펼쳐지는 풍경이 무척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칠갑산 여덟 등산로 가운데 가장 짧은 코스로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는 도림로 중간에 문화유산 답사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도림사지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청양 IC에서 나와서 도림저수지 옆길을 따라 장곡사 방향으로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빠져서 도림사지 방향으로 접어듭니다. 그러면 막바지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나옵니다. 그리곤 사방댐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주변에는 쉴 수 있는 평상 등이 놓여 있는데, 사유지라서 입장료를 받는가 봐요.
 

 
사방댐에는 기와무늬가 양각되어 있는데, 이끼가 끼어서 더욱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도림사지 주변에서 발견된 기와 무늬를 이곳에 새겨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사방댐 옆으로 가로대가 설치되어 있고 좁은 등산로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도림사지까지는 약 600m, 정상까지는 약 2km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최근에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도림계곡에 제법 큰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흘러 내립니다.
 

 
장노출로 비단결 같은 물줄기를 만들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도림계곡은 점점 좁아지며 물도 줄어듭니다. 계곡을 감싸듯 커다란 단풍나무가 화려한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계곡 등산로에 꽃무릇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절터가 가까워진 듯합니다. 꽃무릇은 '석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절에서 흔히 심고 가꾸기 때문에 주변으로 퍼져 가을이면 불꽃 같은 꽃을 피웁니다. 꽃무릇은 봄에 잎이 먼저 나왔다가 시들어 없어진 다음 초가을에 꽃대가 나와 꽃을 피우게 되므로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상사화의 일종입니다.
 

 
600m에 거의 왔음 직한데도 절터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없었는데, 계곡 막바지에 이르러 넓은 터가 나타났습니다. 아, 이곳이 바로 도림사지로구나 직감하였지요. 중간중간에 돌로 쌓아 평편하게 만든 곳들이 보이는데, 이게 아마도 절 건물이 있었던 자리인가 봅니다.
 

 
도림사지 절터는 네모 반듯하게 정비를 해놓지 않고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서 오히려 자연스럽고 좋았습니다. 반듯한 대지를 떠 받치고 있는 기단 석축과 석재들이 풀밭에 묻혀 있었습니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도림사는 고려시대에 창건한 사찰이라고 하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는 이곳에 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 무너진 삼층석탑과 주변에 '도림사'라고 새겨진 기와조각이 발견되어 이곳에 도림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도림사지는 1996년 충청남도 기념물 제100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도림사지의 맨 위 끝자락에 철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의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공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지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조그만 석등에 걸쳐서 출입금지 줄이 쳐져 있고 도림사지 삼층석탑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아, 무슨 일인지 도림사지 삼층석탑을 해체하여 놓았군요. 아마도 보수 공사를 하고 있나 봅니다. 도림사 유산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던 도림사지 삼층석탑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도림사지 삼층석탑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된 고려시대의 석탑입니다. 1973년경 이 탑을 보수할 때 네모난 사리장치를 발견하여 국립부여박물관에 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탑은 2층의 기단 위에 3층의 몸돌과 상륜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는데 어서 원형으로 복원되어 이곳을 통해 칠갑산을 오르내리는 분들이 쉬어가면서 우리의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