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향하는 마음은 언제나 특별합니다. 섬은 육지와는 전혀 다른 물 위 세계이자 단절과 해방감이 공존하는 미지의 공간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형적으로 보면 사실 섬은 육지와 연결된 또 하나의 산봉우리입니다. 지도 위에서는 육지와 분리된 작은 점으로 표시되지만, 실제의 섬은 수많은 사건이 스치고 넓은 세계와 맞닿아 있는,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플랫폼입니다.
충남과 보령의 섬들 역시 오랜 세월 한 번도 멈춰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예로부터 서해안을 밝히는 등대 역할을 하는 해상교통의 거점이었고, 군사 방어의 요충지였습니다. 조세를 실어 나르던 중요한 항로였으며, 대외 교류의 관문이기도 했습니다. 물결이 밀려오듯 사람들 또한 들고 나며 세월의 흔적을 켜켜이 쌓아왔습니다.
시간을 품은 이 섬들에 내년 봄이면 ‘예술’이라는 새로운 풍경을 더하게 됩니다. 바로 「2027섬비엔날레」입니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라는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 열리는 국제 현대미술 전시를 뜻합니다. 이번 섬비엔날레 주제는 ‘움직이는 섬’으로 제안했습니다.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 연결되고 변화하는 역동적인 섬을 상징합니다.
전시는 새롭게 조성될 건물 전시공간을 중심으로 원산도와 고대도 야외에 조각 작품 몇몇 개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주민들의 삶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들은 마을의 시간과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내고, 빈 공간도 활용할 생각입니다. 일반적인 비엔날레라면 예술 감독이 선정한 참여 작가의 작품이 몇 달간 실내에서 전시되고 철수되지만, 우리 섬비엔날레는 방문객을 좀 더 오랫동안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인식은 단번에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적되고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들 때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합니다. 일반적인 축제와 전문 예술 전시는 결이 다릅니다. 특히 현대미술은 이해하기 어렵고, 즉각적인 경제 효과를 약속하지도 않으며, 대규모 인파를 끌어들이기도 힘듭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의 축적으로 그 가치를 쌓아간 사례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출발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준비하고 고민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첫 걸음을 내딛는 섬비엔날레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신다면, 지도 위의 외로운 한 점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을 그려 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내년 4월 ‘움직이는 섬’에서 우리들의 ‘움직이는 마음’을 서로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