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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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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온기가 스며드는 돌담길 산책, 아산 외암민속마을

  • 위치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188
  • 등록일자
    2026.02.13(Fri) 14:46:55
  • 담당자
    호우 (foxbo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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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초순,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이 교차하는 미묘한 계절입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아직 제법 매섭지만, 햇살엔 분명 묘한 온기가 숨어 있는 요즘이죠. 이 맘 때면 저는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 과거로 향하는 저만의 안식처를 찾습니다. 바로 충남 아산에 위치한 '외암민속마을'입니다. 박제된 유적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 현재 진행형으로 숨 쉬는 이곳에서의 하루, 저와 함께 거닐어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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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 밑으로 봄이 흐르는 마을 입구


    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맑고 쨍한 공기가 폐부를 채웁니다. 주차장과 마을 사이를 가로지르는 천 위로는 얇고 하얀 얼음이 이불처럼 덮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얼음장 밑으로 '졸졸졸' 쉼 없이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차가운 겨울 밑에서 남몰래 봄을 준비하는 자연의 속삭임 같달까요? 천변에 늘어선 나무들을 가까이서 보니, 앙상한 가지 끝에 벌써 여린 꽃몽우리가 잡혀 다가올 따뜻한 봄날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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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표소에서 2,000원(어른 기준)을 내고 표를 끊은 뒤, 정겨운 다리를 건너 본격적으로 외암민속마을 안으로 들어섭니다. 입구에 선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이 툭 불거진 눈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표정은 험악하게 치켜뜨고 있지만, 가만히 보면 은근한 해학과 웃음이 담겨 있어 무섭기보단 정겹습니다. 마치 충청도 특유의 여유로운 억양으로 "어여 와유~" 하고 인사를 건네는 듯해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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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의 순간이동, 솔숲과 보호수 느티나무


    저는 코끝이 찡해지는 맑은 솔향기를 맡으며 솔숲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마을 안으로 여유롭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을 초입에 다다르자 제 시선을 단번에 압도하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하게 가지를 뻗은 이 나무는 바로 외암민속마을의 보호수인 수령 600년 이상의 느티나무입니다.


    🌳 600년의 지킴이, 당산 느티나무

    마을의 입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이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입니다. 수백 년 동안 마을에 일어난 수많은 희로애락을 지켜보며 묵묵히 서 있었을 이 당산나무는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당제'의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나무 곁에 서면 왠지 모를 경건함과 포근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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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어른 허리춤 높이의 구불구불한 돌담길이 펼쳐집니다. 발밑의 흙을 밟으며 돌담길을 걷다 보면, 복잡한 현대 사회를 떠나 조선 시대로 훌쩍 순간이동을 한 듯한 황홀한 착각에 빠집니다. 돌담 너머 어느 기와집 지붕 아래에는 곳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정겨운 풍경에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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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와와 돌담의 대비, 명품 고택을 엿보다


    마을 안쪽으로 산책을 이어가다 보면, 외암마을을 찾는 여행자들이 결코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최고의 포토존'에 다다르게 됩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기와를 얹은 높다란 담벼락이, 반대쪽은 소박하고 낮은 돌담이 마주 보며 기막힌 대비를 이루는 곳이죠. 이 높은 기와 담장 안쪽에 품격 있게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아산 건재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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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산 건재고택(건재 뜰)

    영암군수를 지낸 이상익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이 고택은 조선 후기 사대부 가옥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남아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특히 계곡물을 마당으로 끌어들여 만든 멋들어진 연못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은 그 우아한 기품 덕에 '외암마을의 보물'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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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장 밖에서 고택의 기와지붕을 감상하며 걷노라니, 저 멀리 다른 초가집에서는 한창 새 볏짚을 지붕에 올리는 '이엉 잇기'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황금빛 볏짚으로 새 옷을 갈아입는 초가집의 모습은 이른 봄을 준비하는 마을의 생동감을 온전히 전해줍니다. 참, 어느 과수원 나무들 사이로는 새를 쫓기 위함인지 빈 물병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독특한 모습도 있어 풋 웃음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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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참판댁, 신창댁, 교수댁, 병사댁, 송화댁 등 저마다의 직함과 사연을 담은 고택들이 마을 옆으로 흐르는 맑은 냇물 소리를 벗 삼아 다정하게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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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담장 너머의 다정한 옛 삶의 흔적


    외암마을 산책의 묘미는 까치발을 들고 낮은 돌담 너머 남의 집 마당을 슬쩍 엿보는 데 있습니다. 마당 한편에는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오랜 세월 곡식을 찧어냈을 디딜방아와 연자방아가 옛 사람들의 부지런했던 삶을 증명하듯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어느 집 처마 아래엔 겨울 햇살과 매서운 바람에 몸을 맡긴 시래기가 꾸덕꾸덕 맛있게 말라가고, 담장 안쪽 은밀한 곳엔 주황빛 곶감이 달콤함을 꽉꽉 응축하며 쪼글쪼글 매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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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을 위해 민속마을답게 꾸며놓은 놀이터도 눈에 띕니다. 차가운 철재나 플라스틱이 아니라 통나무와 밧줄로만 엮어낸 생태 놀이시설이라, 이 옛 마을의 풍경 속에 거슬림 없이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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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외암민속관'에서의 뜻깊은 마침표


    아름다운 돌담길 산책을 크게 한 바퀴 마무리한 뒤, 발걸음을 '외암민속관'으로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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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암민속관은 외암마을의 역사와 옛 조상들의 생활상을 한 공간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입니다. 양반집부터 중류층, 서민층의 초가집까지 신분별 주거 형태가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고, 다양한 농기구와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훌륭한 역사 교과서가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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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뿐만이 아닙니다. 타이밍이 좋으면 전통 혼례 체험을 할 수 있고, 투호 던지기나 윷놀이, 제기차기 같은 전통 놀이를 즐기며 온 가족이 동심으로 돌아가 까르르 웃음꽃을 피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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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갑고 단단한 얼음 아래로 기어코 맑은 물이 흐르듯, 외암민속마을은 멈춰버린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숨결이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를 만끽하기에 참 좋은 충남 아산 여행지입니다.



    아산 외암민속마을

    ○ 장소: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5

    ○ 문의: 010-9019-0848

    ○ 관람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어린이, 군인 1,000원

    ○ 주차비 : 무료

     * 취재(방문)일 : 2026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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