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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사이, 태화산 마곡사를 걷다

  • 위치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567
  • 등록일자
    2026.02.11(Wed) 01:39:08
  • 담당자
    호우 (foxbo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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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이 좋은 평일 오후였습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 묘하게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걸 보니,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있나 봅니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 하여 봄 경치가 으뜸이라는 공주 마곡사지만, 저는 오히려 이맘때의 마곡사를 사랑합니다. 화려한 꽃이 피기 전, 천 년 고찰의 민낯을 가장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시기인 2월 초순이니까요. 상쾌한 겨울바람을 친구 삼아 태화산 자락에 안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마곡사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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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의 특권일까요? 여유로운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길을 나섭니다. 두꺼운 패딩 대신 선택한 코트 자락으로 스미는 바람이 꽤 시원합니다.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속세의 경계를 알리는 일주문이 저를 반깁니다. 그 뒤편으로는 웅장한 규모의 새로운 문이 지어지고 있어 마곡사의 새로운 변화를 짐작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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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을 아래로 돌리니 태화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마곡천이 보입니다. 아직 계곡 위는 하얀 얼음이 이불처럼 덮여 있지만, 그 투명한 얼음장 밑으로는 졸졸졸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버텨도 봄은 기어이 오고야 만다는 자연의 섭리를, 저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주는 듯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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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년의 시간과 백범의 발자취를 따라


    계곡 너머로 마곡사로 향하는 다리가 보입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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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마곡사(麻谷寺)는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2018년에는 그 역사적 가치와 한국 산사의 특징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입니다. '마곡'이라는 이름은 신라 보철 화상이 설법할 때 모인 신도가 삼밭(麻田)의 삼(麻)대처럼 많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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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탈과 천왕, 속세의 옷을 벗다


    경내로 접어들며 가장 먼저 만난 것은 해탈문(解脫門)입니다. 정면 3칸의 이 문을 지나면 속세의 번뇌와 관습을 벗어던지고 불교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문 안에는 금강역사와 보현, 문수동자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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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어지는 천왕문(天王門)에서는 눈을 부릅뜬 사천왕상들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동서남북을 지키며 불법을 수호하는 그들의 위엄 있는 표정은, 이곳이 신성한 공간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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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영산전과 명부전, 기운이 모이는 곳


    해탈문 옆, 개울 남쪽의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면 영산전(靈山殿)과 매화당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산전은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그 소박하면서도 단단한 목조 건축의 미학이 돋보입니다. 현판은 조선 세조가 직접 썼다고 전해지는데, 이곳의 기운이 워낙 좋아 기도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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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곁에 있는 명부전(冥府殿)은 지장보살과 염라대왕을 모신 곳으로,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고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엄숙함이 서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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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극락교를 건너 만나는 오층 석탑과 대광보전


    이제 마곡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극락교를 건넙니다. 다리 양옆으로 줄지어 걸린 연등이 바람에 살랑이며 방문객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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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건너 경내 마당 한편에 있는 우물에서 시원하게 물 한 모금을 들이켰습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청량함이 정신을 맑게 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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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을 둘러보니 템플스테이관과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질 범종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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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 한가운데에는 독특한 모양의 탑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바로 마곡사 5층 석탑(보물 제799호)입니다. 일반적인 한국의 석탑과 달리 탑의 머리 장식이 풍마동(청동으로 만든 장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티베트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희귀한 양식입니다. 가늘고 높게 솟은 탑은 하늘을 향한 간절한 염원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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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 뒤로는 보물 제802호인 대광보전(大光寶殿)이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이 법당은 특이하게도 불상이 정면이 아닌 동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습니다. 바닥에는 참나무 껍질로 만든 자리가 깔려 있어, 세월의 흔적과 함께 고풍스러운 멋을 더합니다. 대광보전 옆으로는 최근에 조성된 듯한 관세음보살상이 온화한 미소로 중생을 내려다보고 있고, 그 곁에는 나한을 모신 응진전(應眞殿)이 소박하게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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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백범 김구 선생의 숨결을 느끼다


    마곡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백범 김구 선생입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일본인을 처단하고 인천 교도소에서 탈옥한 청년 김구는 이곳 마곡사로 피신해 승려가 되었습니다. 법명은 '원종(圓宗)'. 백범당 앞에는 그가 광복 후 다시 찾아와 심었다는 향나무 한 그루가 푸르게 서 있습니다. 조국을 걱정하며 이곳을 거닐었을 청년 김구의 고뇌와 숨결이 느껴져 잠시 숙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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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대웅보전, 마곡사를 내려다보다


    마지막으로 대광보전 옆 가파른 계단을 오릅니다. 웅장한 2층 건물인 대웅보전(大雄寶殿, 보물 제801호)과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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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 보면 2층이지만 안은 통층으로 된 독특한 구조입니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와 아미타불을 모신 이곳은 마곡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에서 뒤를 돌아 내려다보는 마곡사의 전경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겹겹이 쌓인 기와지붕과 태화산의 능선, 그리고 마당의 석탑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마음을 평온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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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향나무 냄새, 그리고 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전각들의 묵직한 침묵. 2월의 마곡사는 화려하지 않아도 깊은 울림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거닐었던 사색의 길을 걷고, 5층 석탑 주위를 돌며 소원 하나를 빌고 내려오는 길. 들어올 때보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을 느낍니다. 마곡사(麻谷寺)는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복잡한 일상에 지친 누구에게나 '살아갈 힘'을 채워주는 공간입니다.

    햇살이 조금 더 따뜻해지면 벚꽃이 흩날리겠지만, 고요 속에 생동감이 꿈틀대는 지금 이 계절의 마곡사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입니다. 다가오는 주말과 연휴, 잠시 짬을 내어 공주 마곡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마음에도 맑은 물 한 줄기가 흐르게 될 테니까요.


    팁: 대웅보전 안에는 4개의 '싸리나무 기둥'이 있습니다. 이 기둥을 안고 돌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과,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에게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 돌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니 꼭 한번 찾아보세요!



    공주 마곡사

    ○ 장소: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 문의: 041-841-6221

    ○ 관람료 : 무료

    ○ 주차비 : 무료 or 4,000원

     * 취재(방문)일 : 2026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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