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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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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기지시 줄다리기박물관: 500년의 함성, 줄 하나로 잇다

  • 위치
    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 49-1
  • 등록일자
    2026.01.19(Mon) 23:02:10
  • 담당자
    호우 (foxbo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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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끝이 찡해지는 1월 중순, 겨울바람이 제법 매섭습니다. 충남의 탁 트인 도로를 달려 당진에 들어섰습니다. 오늘 제가 찾은 곳은 무려 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하나로 묶어온 거대한 힘이 잠들어 있는 곳, 바로 '기지시 줄다리기박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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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존재감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하늘을 향해 솟구친 거대한 줄 조형물은 마치 승천을 준비하는 용처럼 웅장합니다.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밀어내는 듯한 역동적인 곡선. 이곳이 예사로운 장소가 아님을 직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지시 줄다리기박물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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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짚 한 오라기가 거대한 용이 되기까지


    박물관 내부 로비에 들어서니 밖에서 보았던 웅장함이 내부로 이어집니다. 줄 모양의 독특한 조형물 아래로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에 대한 안내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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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잠깐,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가 무엇인지 알고 가야 이 박물관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겠죠? 이 축제는 500여 년 전, 지형적으로 해상과 육상 교통의 요지였던 기지시 시장의 번영과 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시작된 대동 놀이입니다. 그 역사적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인정받아 201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지요. 수만 명의 인파가 길이 200m, 무게 40톤에 달하는 거대한 줄을 당기며 하나가 되는 장관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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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으로 제1전시관으로 들어섰습니다. '틀모시 줄다리기, 농사의 희로애락을 줄로 풀어내다'라는 주제가 보입니다. '틀모시'는 베틀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기지시의 옛 지명입니다. 사통팔달의 요충지였던 이곳에서 줄다리기는 들과 바다, 그리고 시장의 힘을 모아 자연을 다스리고 풍요를 기원하는 신성한 의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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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그 과정이 어찌나 정교하고 방대한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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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겨우내 잘 마른 짚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손으로 비벼 잔줄을 꼬고, 줄틀을 꺼내 설치한 뒤, 그 잔줄들을 모아 중줄을 꼽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중줄을 다시 꼬아 거대한 큰줄을 만들고, 곁줄을 꼬아 줄머리를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곁줄과 젖줄을 달고 줄을 쌓아 올려 줄머리를 세우는 과정까지... 짚 한 오라기가 거대한 용과 같은 줄로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정성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화면을 보며 디지털로 직접 줄을 꼬아보는 체험 존은 줄 제작의 고단함과 성취감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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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 만드는 과정을 지나니 갑자기 타임머신을 탄 듯 풍경이 바뀝니다. 방앗간, 상회, 약방, 주점 등 옛 시골 장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입니다. 왁자지껄한 장터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금방이라도 주모가 나와 국밥 한 그릇을 권할 것만 같은 정겨움이 가득합니다. 이 장터의 활기가 곧 줄다리기를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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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터 맞은편에는 줄다리기 체험 존과 함께 줄다리기의 깊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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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다리기의 역사와 신앙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섭니다. 우리 조상들은 줄다리기를 통해 한 해의 농사를 점쳤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암줄'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줄(남성) 쪽이 슬그머니 져주기도 하는 미덕이 숨어 있었죠. 이는 승패를 떠나 모두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공동체의 지혜이자,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자 했던 신앙적 의식이었습니다. 전시물을 통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줄다리기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줄 하나로 전 세계가 연결된 듯한 묘한 유대감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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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을 마치고 야외로 나왔습니다.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어린이 놀이터와 광장, 운동장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선을 압도하는 또 하나의 건물을 만났습니다. 바로 야외의 '큰줄 박물관'입니다. 이곳에는 실제 축제에 사용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기지시 줄다리기 줄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두께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수만 명이 이 줄을 당길 때의 그 지축을 울리는 함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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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고, 잇고, 당기며 하나 되는 힘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박물관을 나오는 길, 들어올 때 보았던 줄 조형물이 새롭게 보입니다. 처음엔 그저 거대한 밧줄로 보였던 것이, 이제는 수많은 사람의 염원과 땀방울이 꼬여 만들어진 '화합의 결정체'로 보입니다.


    추운 겨울, 몸은 움츠러들지만 마음만은 뜨거워지고 싶다면 이곳 당진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500년을 이어온 팽팽한 긴장감과 그 속에 숨겨진 넉넉한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 "영차!" 소리에 맞춰 모두가 하나 되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줄을 당기는 것은 단순히 힘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당겨 하나로 묶는 일임을 이곳에서 배웁니다.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박물관

    ○ 장소: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틀모시길 11

    ○ 문의: 041-350-4929

    ○ 운영시간 : 화~일 09:00~17:00, 정기휴무 월요일

    ○ 관람료 : 무료

    ○ 주차비 : 무료

     * 취재(방문)일 : 2026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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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당진여행,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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