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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보면 역사가 들린다… 천흥사지 발굴현장

과거를 오늘로 불러 새로운 역사로 시작하는 곳

2023.03.21(화) 15:32:04장군바라기(hao0219@hanmail.net)

천안 천흥사지 3차문화재발굴지 1.

▲ 천안 천흥사지 3차문화재발굴지 1.

  
문화재 발굴과 복원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역사 속 시간을 오늘에 되돌리는 시간 마술사인 셈인데요, 왕실 사찰을 통해 지역을 통합하고 후삼국의 통일 위업을 달성하려 했던 태조 왕건의 꿈을 담았던 천안 천흥(天興)사지 발굴현장에서 역사의 숨결을 따라 걸었습니다.

천안 천흥사지 3차문화재 발굴현장 2.

▲ 천안 천흥사지 3차문화재 발굴지 2.

  
천흥사지는 천안시 동남구 성거읍 천흥리 일대에 창건된 고려 시대 대표사찰로 지난 1990년부터 학술조사가 시작돼 최근 본격적인 사역 범위와 위상을 확인하는 지표조사가 2017년 진행됐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5층 석탑 주변의 3차 정밀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천안 천흥사지 문화재발굴현장에서 수습된 기와류.

▲ 천안 천흥사지 3차 문화재발굴에서 수습된 기와류.


천안 천흥사지 문화재발굴현장에서 수습된 기와류.

▲ 천안 천흥사지 3차문화재발굴에서 수습된 기와류.

   
지금까지 조사결과 오층석탑 서쪽 후면에는 천흥사지 중심 건물인 금당지(추정)가 발굴됐는데 남북 20m, 동서 18m의 대형건물로 정면 5칸, 측면 4칸 구조입니다. 건물 기단은 주로 중심 건물에 사용되는 ‘가구식’의 형태로 장대석을 이용한 계단 등 출입시설도 함께 조사됐고, 여러 건물지와 회랑지, 담장시설 등 절터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천안 천흥사지 문화재 발굴현장 전경 2.

▲ 천안 천흥사지 3차문화재 발굴지 3.


천안 천흥사지 3차문화재발굴지 4.

▲ 천안 천흥사지 3차문화재발굴지 4.

  
‘천흥(天興)’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명문 기와와 연화문을 장식한 막새, 치미편 등이 수습돼 천흥사의 창건 시기를 규모를 엿보는 중요 자료인데요, 현재 3차 발굴은 기존 중심 건물지와 더불어 또 다른 건물지의 흔적을 확인하고 사역의 명확한 범위를 확인 중입니다. 일반인들이 발굴현장을 직접 들어갈 수 없지만, 발굴작업은 가림막에 설치된 관람대를 통해 발굴작업을 직접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천안 천흥사지 3차발굴터 외부관람대

▲ 천안 천흥사지 3차발굴터 외부관람대

  
천흥사 폐사는 정확한 기록이 없지만 조선 시대로 추정됩니다.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1407년)에서 직산(稷山) 천흥사 기록이 나오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1481년) 직산현 편에서는 “성거산 아래 천흥사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기록돼 이 사이로 추정됩니다. 천안이라는 지명은 고려 태조 13년(930년) 8월8일 탄생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후삼국 통일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습니다. 새로 신설된 천안부는 중앙정부와 지역민을 화합시킬 결사체가 필요했고 천흥사를 중심으로 주변에 사찰이 창건되기 시작해 고려 시대 창건 또는 중건된 사찰이 19곳에 달하는데 현재에도 광덕사와 만일사, 성불사 등 3곳이 천년고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려시대 창건 또는 중건된 천안지역 사찰 현황.

▲ 고려시대 창건 또는 중건된 천안지역 사찰 현황.

 
천흥사지에서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천흥사지의 5층석탑(보물)에 대해서도 기울기 측정 등 정밀조사가 진행중입니다. 탑신에는 1층부터 5층까지 면별로 정밀하게 기울기를 측정하는 장치가 부착되어 정기적으로 변화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전경.

▲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전경.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기울기 계측 장비.

▲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기울기 계측 장비.

   
5층석탑은 층마다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하나의 돌로 새겼고 위층으로 올라가며 줄어드는 비율이 비교적 완만합니다. 지붕돌은 비교적 얇고 너비가 좁은데 경사면이 가파르다가 이내 수평을 이룬 네 귀퉁이 들림은 날아갈 듯 가뿐합니다.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좌측면 모습.

▲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좌측면 모습.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후측면.

▲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후측면.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유측면

▲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우측면

  
아래층 기단 4면에는 면마다 7개씩 안상을 촘촘히 조각했고 위층 기단은 모서리마다 기둥이 새겨져 있어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아름다운데 탑신의 완만한 체감률은 온화하고 장중한 느낌을 더해 줍니다.

천안 천흥사지 기단.

▲ 천안 천흥사지 좌측면 기단.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후면 기단.

▲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후면 기단.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우측면.

▲ 천안 천흥사지 5층석탑 우측면.

   
오층석탑 뒤로는 정면 5칸 측면 4칸의 가구식 기단으로 구성된 중심 건물지가 확인됐는데 이러한 형태의 건물지는 고려 초 왕실 사찰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합니다. 발굴터와 직선거리 300m의 상당한 거리에 있지만, 천흥사지 당간지주(보물) 역시 천흥사 영역과 위상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현재 당간은 없어지고 지주만 남았는데 천흥사 동종이 1010년에 주조된 사실을 고려해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전경.

▲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전경.


원래 철 당간이 새워졌는데 조선 말기 대원군이 당백전을 주조하기 위해 철물을 공출하면서 유실됐다고 구전되지만, 구체적 기록이 없어 이를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당간지주는 2층 기단 위로 양 지주 사이 60㎝ 간격으로 세웠는데 기단 아래 70㎝ 정도가 땅에 묻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별도로 장식은 없고 옆면에만 세로띠를 새겨 넣었습니다. 기단은 꽃 모양의 장식을 새겨져 있습니다.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철당간 고정자리.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측면. 세로줄이 있다.

▲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측면. 세로따가 새겨져 있다.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기단.

▲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 기단.

   
천흥사지를 발굴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천흥사 범종입니다. 고려 범종양식을 충실히 계승한 가운데 유곽 아래 위패 속에 ‘성거산 천흥사 종명 통화 28년 경술 2월 일’이란 명문이 두 줄로 양각되어 있어 이를 통해 이 동종이 1010년 주조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천흥사의 창건연대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천흥사 폐사 이후 인조 때 남한산성 종각으로 사용됐고 현재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소장충남도와 천안시를 비롯해 불교계와 지역 주민들이 뜻을 모아 ‘환지본처’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천흥사명 동종 환수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현장답사와 관련 모임들을 이어가고 있어 천흥사지 발굴조사와 함께 의미 있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천안 천흥사지 동종 안내문.

▲ 천안 천흥사지 동종 안내문.

   
문화재 발굴과 복원은 땅속에 숨겨진 타임캡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발굴작업을 통해 우리 문화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사찰도 지키고 마을도 살려냅니다. 머지않아 천흥사지는 땅속에 봉인된 왕건의 꿈을 담아낸 역사의 숨결을 우리에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가까이 보면 우리의 역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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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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