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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여름날 600년 면천읍성 '갬성'풍경

작은 동네를 밝히는 따듯한 여행으로 최적

2022.08.17(수) 09:02:42장군바라기(hao0219@hanmail.net)

면천읍성 남문과 옹성.

▲ 면천읍성 남문과 옹성.


부드러운 구릉과 들판 풍요로운 갯벌로 한때 충청 서해안의 정치 군사적 중심이었던 충남 당진시 면천읍성에서 여름비 내리는 휴일에 비친 풍경을 담았습니다.
 
지금이야 인구 3천여 명의 한가로운 면(面)소지재에 불과하지만, 면천은 삼국시대 이래 서해안 내포권역의 요충지입니다. 20세기 초반까지 이곳은 예당평야와 서해안을 잇고 대중국 통상기지인 당진과 서산의 배후에서 서해를 지키도록 평성을 갖춘 국방상 중요거점이었습니다.

면천읍성 남문과 2층 전각인 원기루(遠寄樓)

▲ 옹성 안에서 바라본 면천읍성 남문과 2층 전각인 원기루(遠寄樓).


조선 세종 때 왜구의 침략을 방비하는 종합대책으로 면천읍성(충남기념물 제91호)을 쌓았는데, 평지성의 축조 규정을 가장 잘 반영하고 성문을 보호하는 옹성의 형태가 잘 복원돼 있습니다. 특히 600년 전 도입한 공사실명제는 국내 읍성 연구의 중요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성벽의 ‘각자성돌’에는 “기미년(세종21년) 옥천현(충북 옥천군)이 60척 4촌을 쌓았다”는 글을 새겨 성벽 축조 시기와 부역을 담당한 군현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벽공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부실이 발생하면 보수를 책임지는 일종의 하자보수를 위한 '공사실명제' 관리체계입니다.

옹성 위에서 바라본 면천읍성 남문.

▲ 옹성 위에서 바라본 면천읍성 남문.


면천읍성 남문을 보호하는 옹성의 입구.

▲ 면천읍성 남문을 보호하는 옹성 입구.

   
성의 둘레는 1336m로 성문을 보호하는 치성과 옹성까지 합치면 모두 1564m에 달해 면천면 소재지 일대 전역을 감싸고 있습니다. 자연석을 다듬어 쌓았는데, 18세기 이후 병영기능을 잃으면서 성벽을 허물어 저수지 축조 등에 사용하는 등 원형을 크게 훼손했다가 최근 발굴작업을 통해 복원이 한창입니다. 원형을 복원한 남문 인근의 성벽은 바닥 6.8m, 윗면 2.4m, 높이 3.6m의 사다리꼴 모양으로 외부는 수직에 가깝게 돌을 쌓고 내부는 돌을 채운 뒤 흙으로 경사지게 덮고 잔디로 보호했습니다. 성벽 길이는 문화재청 등 기록마다 약간씩 달라 성벽 앞 설명문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면천읍성 성벽 전경.

▲ 면천읍성 성벽 전경. 


면천읍성의 빗물을 외부로 흘려보내는 배수로.

▲ 면천읍성의 빗물을 외부로 흘려보내는 배수로.


읍성 안에는 군사와 행정기능을 위해 동헌과 객사를 비롯해 내아, 왜책실, 급창방, 사령청, 풍악루, 군기고, 군자정 등 8개 관청이 자리하고 저잣거리와 우물 등을 1872년 작성된 면천면 고지도를 근거로 복원작업이 여러 곳에서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면천읍성 속오군 군무청사 장청,

▲ 면천읍성 속오군 군무청사 장청, 읍성 역사해설사무소로 사용된다.


면천읍성의 상징격인 남문에는 2층 전각인 원기루(遠寄樓)와 성문을 보호하는 옹성이 복원을 마쳤습니다. 옹성은 길이 15.7m 너비 3.5m 높이 3.1m의 반원형에 성벽을 따라 화살과 조총을 쏘는 구멍인 ‘여장’이 설치되어 난공불락의 성임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면천읍성 남문 전각 원기루 전경.

▲ 면천읍성 남문 전각 원기루 전경.


면천읍성 반원형 옹성에 설치된 여장. 성벽위에서 아래 적군에 화살 등의 쏘는 구멍.

▲ 면천읍성의 여장. 반원형 옹성에서 구멍을 통해 적군에 화살 등을 쏘는 장치.


갑작스런 폭우에 원기루에서 잠시 쉬다 비가 잦아들자 지금은 사라진 면천 관아의 2층 누각 ‘풍락루’를 시작으로 한가로운 읍성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풍락루는 나라를 근심하는 마음으로 살기 좋은 땅에서 백성과 더불어 평안하고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지어진 이름인데 노후와 붕괴위험으로 1943년 철거됐다가 2007년 예전의 사진 자료를 토대로 복원했다고 합니다. 풍락루 뒤편으로는 옛 관아의 발굴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면청 관아 2층 누각 풍락루 정면 전경.

▲ 면천 관아 2층 누각 풍락루 정면 전경.


면천관아 2층 누각 풍락루 측면 전경.

▲ 면천관아 2층 누각 풍락루 측면 전경.


면천관아 터 발굴현장.

▲ 면천관아 터 발굴현장.

   
이어 찾아간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은 비 오는 여름날에 정말 잘 어울리는 문화 공간으로 감성적인 여행 분위기를 돋워 주었습니다. 기존 면천 우체국을 리모델링 했는데 1층과 2층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국내외 유명 작가 전시회를 마련하고, 지역 작가 발굴을 위한 복합 예술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가 찾았을 때에는 '학동인회 42회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2층에는 작은 카페도 운영됩니다.

면천읍성 그 미술관. 면천우체국을 리모델링했다.

▲ 면천읍성 그 미술관. 면천우체국을 리모델링했다.

   
그 미술관의 마당에는 결코 작지 않은 ’작은 숲‘이 있는데 정성스럽게 가꾼 공작 단풍 등 나무들이 아기자기함과 편안함을 주고 있습니다. 비가 와 나무 그늘 아래 의자에 앉을 수는 없었지만, 맑은 날 시원한 그늘을 상상하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면천읍성 그 미술관 작은 숲 전경 1.

▲ 면천읍성 그 미술관 작은 숲 전경 1.


면천읍성 그 미술관 작은 숲 전경 2.

▲ 면천읍성 그 미술관 작은 숲 전경 2.


풍락루와 그 미술과 사이에는 면천읍성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당진시 인증 지역 서점 ’오래된 미래‘가 있습니다. 헌책과 새 책을 모두 판매하는 책방인데 2층과 옥상에는 책을 읽거나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책방 앞에는 ‘나눔 책장’이 설치돼 누구라도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가져다 놓거나, 자신이 필요한 책을 자유롭게 가져가 읽도록 하고 있습니다. 작은 동네를 밝혀주는 따듯함이 배어 나옵니다.

면천읍성 랜드마크인 지역서점 '오래된 미래'와 '진달래상점'

▲ 면천읍성 랜드마크인 지역서점 '오래된 미래'와 '진달래상회'

   
오래된 미래의 옆 가게는 면천의 또 다른 핫플레이스 ‘진달래 상회’입니다. 핸드메이드 상품을 주인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곳으로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역책방이 문이 열자 덩달아 문을 열었다고 전해지는데 빗물이 흘러내리는 쇼윈도 안의 장식품들이 정말 예쁘고 갖고 싶어집니다.

누구나 책을 가져다 놓거나 가져가 볼 수 있는 책장.

▲ 누구나 책을 가져다 놓거나 가져가 볼 수 있는 나눔책장.

  
면천읍성을 느긋이 걷고 있노라면 유난히 국숫집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름 등 하절기는 콩국수, 겨울 등 동절기는 칼국수를 하는 전문 식당들인데 하나 같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오랜 전통에도 깔끔이 단장한 추어탕과 청국장집도 인기가 높습니다. 비가 내리는 여름날 우산 하나 둘러쓰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600년 읍성을 시나브로 돌아보면 어떨까요? 진정한 감성 여행지로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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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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