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백제의 시간 속에 깊숙이 머문 날 ①

부여 백제문화단지 탐방

2020.10.06(화) 13:00:54황토(enikesa@hanmail.net)

1
▲능사 오층목탑
 
정림사지를 시작으로 백제문화단지와 백제역사문화관 모두를 하루에 살펴봤다. 청명한 날씨를 핑계로 체력이 달렸지만 욕심이 앞섰다. 추석명절을 앞둔 터여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를 하는 때라 탐방하기엔 오히려 적절했다. 1400년 전, 사비시대의 왕궁과 사찰, 생활했던 마을까지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백제의 시간 속'을 작정하고 깊숙이 들여다본 날이었다. 
  

 
매표소 입구에서부터 2m 간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표시판이 눈에 띈다.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에 위치한 백제문화단지, ‘정양문’을 들어서면서부터 펼쳐지는 100만 평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저절로 입이 떠억 벌어진다.
 

 
“와~, 대단하다!!”
 
1
 
1
▲코스별 안내, 백제문화단지 가이드맵
 
백제(역사)문화단지 ‘관람안내도'와 '가이드맵'을 보니 1시간의 단축형, 2시간의 기본형, 그리고 3시간이 소요되는 체험형까지 코스별 선택지가 안내돼 있었다. 처음 두 시간의 기본코스로 가볼까 하면서 ‘정양문에서 사비궁-능사-생활문화마을-위례성-다시 정양문-백제역사문화관’을 염두에 두고 발을 뗐다. 코스는 참고만 할 뿐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갈 예정, 입장료는 ‘백제역사문화관 포함 관람료’와 ‘백제문화단지’만 관람했을 때의 가격이 달랐다.
 
1
 
백제의 궁궐 ‘사비궁’은 ‘역사문화의 절정을 이룬 사비시대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한 것으로, 백제의 섬세한 건축양식’을 보여준다고 한다. 국가의 중대사가 행해졌던 ‘천정전(天政殿)’의 어좌는 왕이 정무를 보던 곳이라는데 생각보다 의외로 소박하다.
 
1
 
1
 
‘능사’는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한 백제왕실의 대표적인 사찰을 재현한 곳이다. 능사라는 명칭은 사찰의 정확한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고 능산리고분군 옆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고개를 들어 올려 능사 오층목탑의 높이까지 눈을 맞추니 아파트 층수로 어림짐작컨대 10층은 더 될 것 같다. 파란하늘 흰 구름을 배경으로 능사의 화려하지 않은 색감이 오히려 우아함을 더한다. 능사기둥의 용을 표현한 무늬는 당장에라도 화첩을 펴고 따라 그리고 싶은 충돌이 일 정도로 유혹적인 칼라로 다가온다(집에 가서 꼭 그려봐야지).
 
1
▲능사 대웅전의 삼존불, 그 앞에 '백제금동대향로'가 놓였다
  
1
 
능사 대웅전의 삼존불 앞에는 백제의 상징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가 놓였다.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굴된 곳이 이곳 사찰이라고 하니 의미가 더 크다. 능사 앞의 연못이 있는 정자에는 ‘소망의 북’이 있다. 북을 세 번 치면 소망이 이루어진다는데, 대북체험비를 내는 함이 따로 있다.
  

 

▲고분공원
  

 
‘소망의 종’이 매달린 쪽지에 사람들 대부분의 소망은 건강과 로또당첨, 수능대박이 주를 이룬다. 여기서도 종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왠지 상술이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은 뭘까.  
 
1
▲우물터
 
1
   
1
▲먹이체험을 할 수 있는 곳
  

  

 
1
▲위례성 하천, 철갑상어가 사는 곳

“아니, 여기에 철갑상어가 산다고?”

위례성 하천에 철갑상어가 살고 있다니!! 상어라는 말에 기겁했지만 철갑상어는 민물에 살면서 상어와는 전혀 상관없단다. 위례성으로 가는 길은 일부 공사 중이었다. 단지 내 시설물 보수보강공사가 10월 5일까지라니 지금은 마무리가 됐겠다.
 
1▲생활문화마을
 
1
▲도미부인의 사랑이야기는 10여 분 정도 이어진다
  
1
▲도미부부는 아마도 이런 서민주택에 살았을 듯하다
 
1
▲군관주택, 계백 장군의 집을 재현한 곳
 

 
1
  
1
▲해설사가 전해주는 백제이야기, 사비로열차는 정해진 시간에 탈 수 있다
 
백제 사비시대의 계층별 주거형태를 살펴볼 수 있는 ‘생활문화마을’에서는 군관인 계백의 집, 금속기술자 다리의 집, 그리고 귀족인 사택지적의 집 등이 있어 생활풍습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집에서 살게 되었을까 궁금했지만, 아마도 도미부부가 살았던 오두막집이 아니었을지. 귀족도 아니고 군관은 더군다나 정서에 맞지 않으니 중간 그 즈음의 ‘장삼이사, 갑남을녀’ 혹은 ‘필부필부’였으리라. 사비궁 뒤 전망대의 ‘제향루’에 오르면 생활문화마을이 잔잔히 보인다.  
 
1
 
1
▲의상체험
 
1
▲국궁체험
 
1
▲왕과 왕비의 평상복
 
1
▲왕과 왕비가 국가의 중요 행사시에 입는 대례복
 
시간이 얼추 됐는지 공복의 배가 슬슬 재촉한다. 마을에는 ‘주막’이 있다. 마루에 걸터앉아 주모를 부르는 허기진 나그네의 목소리, 어디선가 나타나 뛰놀다 지친 코흘리개 아이들을 졸래졸래 따라가는 한 마리 개, 연신 뜨거운 김을 내보내는 가마솥, 콧김을 내뿜는 고삐 잡힌 말.
 
1
▲주막 앞에 파라솔 대신 커다란 솥 하나가 걸려 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정이 뚝뚝 묻어나는 주모의 투박한 목소리, 모인 이들 너나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맞장구치는 곳, 길손들이 허기진 배를 채운 뒤 힘 내어 다시 길 떠나는 곳, 그 옛날 ‘주막’의 모습을 떠올리며 내가 너무 많은 걸 기대했나보다.
 
1
▲주막의 메뉴 
 
21세기 관광지에서 사극의 그 주막집 분위기는 기대하기란 애초에 무리, 메뉴를 보니 묵채밥·돈까스·짜장밥·우동·막걸리 등이다. 나는 오랜 과거에서 타임슬립하여 돈까스와 짜장밥 중 어떤 걸 먹어야 할지 순간적 결정장애를 앓는 현실의 나로 돌아왔다. 혼자 백제의 시간 속으로 깊이 침잠해 있다 불현듯 돌아와 잠시 고민 후 나는 돈까스 메뉴 뒤로 숨었다. ‘백제역사문화관’은 일단 아우성치는 뱃속을 다스린 뒤 더 둘러보기로 한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쓰기
댓글 작성

*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최종 수정일 : 2023-12-15
  • 게재된 내용 및 운영에 대한 개선사항이 있으시면 정보관리 담당부서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이 페이지에 대한 저작권은 충청남도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