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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곡사 소나무길을 걷다

2020.09.06(일) 18:38:29설산(ds3keb@naver.com)

많은 비와 바람을 몰고 온 두 개의 태풍이 지나가고 가능하면 '집안에 머물라'라는 안전재난 문자에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만나고 외출하기가 쉽지 않은 날들이 늘어가는 이즈음, 나는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소나무숲길 끝에 있던 이 절집을 생각해 냈다.
 
봉곡사 가는 길가의 숲과 나무들은 이제 곧 찾아올 가을을 앞에 두고 푸르름을 더해 가는데,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지난번 수해로 하천이 넘쳐 도로가 유실되어 흙주머니로 임시 쌓아둔 곳이 곳곳에 있고 엄청나게 밀려 내려온 토사가 논을 점령한 모습 때문이다.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데 얼마나 많은 땀과 수고로움을 필요로 할까. 
 
도착한 봉곡사 주차장에는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곳을 찾아온 사람이 타고 왔을 것 같은 차 몇 대가 주차해 있고 '천년의 숲길 안내도' 위 부엉이가 반긴다.
 
주차장 옆 천년의 숲길 안내도
▲주차장 옆 '천년의 숲길 안내도'
 
봉곡사 입구
▲봉곡사 입구
 
봉곡사로 오르는 사색의 숲길 700m 길 양편에는 수령이 100여 년이 되었다는 높이 15m 가량의 소나무들이 길 양옆으로 멋들어지게 서 있다. 고요하고 호젓한 이 길에는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역사의 아픈 상처가 남아있다. 이 숲길에 있는 500여 그루의 소나무 곳곳에는 일제강점기 때 부족한 기름 대신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나무 밑동에 파놓은 V자 모양의 깊은 상처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도 또렷하다.
 
봉곡사 소나무 숲길
▲봉곡사 소나무숲
 
봉곡사 소나무 숲길
▲봉곡사 소나무숲길
 
소나무 껍질 사이에 낀 파란 이끼
▲소나무 껍질 사이의 파란 이끼
 
봉곡사 소나무 숲길
▲봉곡사 소나무숲길
 
일제강점기 때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소나무 껍질에 낸 상처
▲일제강점기 때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소나무 껍질에 낸 상처
 
피처럼 송진을 쏟아내면서도 살아남은 소나무가 대견해 보인다. 나라의 힘이 모자라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사람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자연에도 이렇듯 오랫동안 아픈 상처를 남기는 일이어서 다시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대화합의 통합을 길은 아직도 요원해 보이니 그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봉곡사 소나무 숲길▲봉곡사 소나무숲길
 
봉곡사 소나무 숲길
▲봉곡사 소나무숲길
 
봉곡사 소나무 숲길
▲봉곡사 소나무숲길
 
봉수산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물
▲봉수산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물
 
천년의 숲길 안내판
▲천년의 숲길 노선안내도
 
선방으로 들어가는 출입문과 숲
▲선방으로 들어가는 출입문과 숲
 
이런 생각으로 숲길을 오르다 홀연히 나타나는 봉곡사는 겉으로 보이는 소박한 규모와는 다르게 지금으로부터 1133여년 전, 신라 진성여왕 때(887년)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고 고려 시대에는 '석암사'로 불리다 조선 정조 때 지금의 이름인 '봉곡사'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임진왜란 때 폐허가 된 사찰을 인조 24년에 다시 고쳐 지은 것이라고 하니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선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선실
 
이 사찰에서 1795년에 다산 정약용은 실학자들과 함께 공자를 논하고 성호 이익의 유고를 정리하는 강학회를 열었으며, 1895년에는 만공스님께서 이곳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하였다니 범상치 않은 절집이다.
 
만공탑
▲만공탑
 
대한불교 조계종 마곡사의 말사인 봉곡사의 대웅전은 10월 4일까지 보수정비 공사 중이고, 대웅전 벽화는 보존처리를 위해서 12월 4일까지 공사를 진행 중이어서 덮개로 덮여 있다. 대신 선실 옆 배롱나무에 백일 동안 피고 또 졌을 막바지 분홍 배롱나무꽃이 매달려 있다.
 
봉곡사 향각전
▲봉곡사 향각전
 
봉곡사 선실
▲봉곡사 선실
 
봉곡사 선실
▲봉곡사 선실
 
이 절집 입구에 일주문처럼 서 있는 늘 푸른 소나무와 절집 앞뒤에 높이 솟은 전나무, 푸른 대나무에 청정한 기운이 느끼며 사색의 숲길에서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아픈 역사의 현장을 보며 국민된 자로서 해야 할 도리를 생각하게 하는 봉곡사를 걸어본다.
 
봉곡사
-소재: 충남 아산시 송악면 도송로632번길 138(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595) 
-문의: 041-543-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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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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