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가을을 부르는 배롱나무꽃

2020.08.24(월) 11:19:12하늘나그네(jtpark2014@daum.net)

여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배롱나무꽃은 7월부터 10월에 걸쳐 무려 100일 동안 붉게 핀다고 해서 백일홍(百日紅)이라지만 한 번 핀 꽃송이가 백일을 간다기보다 같은 줄기의 꽃들이 연이어 피고 지는 것이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내는 배롱나무꽃을 사진으로 담으려 하지만 생각보다 시기를 맞추기 힘들다.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배롱나무꽃이 보고 싶어 더위도 잊은 채 충남에서 배롱나무꽃으로 유명한 논산의 돈암서원, 종학당, 명재고택을 찾았다. 
  
먼저 들른 곳은 논산시 연산면에 위치한 사적 제383호 돈암서원이다. 사계 김장생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1634년에 건립되었고, 2019년 7월에는 한국의 서원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가 된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오른쪽으로 경회당 앞에 마치 부채를 펼쳐 놓은 듯한 모양의 약 390년 된 배롱나무가 꽃을 활짝 피워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돈암서원 맨 안쪽으로 엄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숭례사 마당에도 배롱나무가 좌우측으로 예쁘게 자리잡고 있는데,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드론으로 담아보았다.
     
  
서원에는 왜 하필 배롱나무꽃을 심었을까? 선비들은 학문에 대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100일 넘게 꽃을 피워내는 배롱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논산시 노성면 병사리에 위치한 종학당을 찾았다. 종학당은 조선시대에 학문 중심 도장을 했던 곳으로 파평윤씨 문중에서 수백 년간 운영해 오던 서당이다. 종학당은 뒤에는 호암산이 자리하고, 그 앞에는 병사저수지가 자리한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 즉 '배산임수'가 바로 이곳이다.
 

 

  
종학당 입구로 들어와 오른쪽으로 들어오면 한아름 배롱나무꽃이 피어 있는 곳을 만날 수 있다. 배롱나무꽃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듯 붉게 물들고 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논산시 노성면에 위치한 명재고택이다. 숙종 때 소론의 지도자였던 학자인 윤증 선생의 가옥으로 그의 호를 따서 '명재고택'이라고 불리고 있다. 명재고택은 사시사철 찾는 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논산의 최고 명소 중 한 곳이다. 여름에는 고택과 어울려 피어난 배롱나무꽃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명재고택으로 들어서면 넓은 마당 장독대 방향으로 붉게 핀 배롱나무가 맞아준다.
 

 
가지런한 장독대의 진열과 휘어진 느티나무 사이로 해 질 무렵의 붉은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엽서 한 장과도 같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도 백일 동안 찬란히 꽃을 피울 배롱나무는 연분홍꽃이 모두 떨어지면 나락에서 햅쌀이 나온다고 해서 ‘쌀나무’라고도 부른다.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결실의 계절 가을이 눈앞에 와 있음을 느껴본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피고 지는 ‘꽃의 일생’이 경이롭다.
 

  
끝으로 배롱나무의 전설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옛날 어느 어촌에 목이 세 개 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매년 처녀 한 명씩을 제물로 받아 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해, 한 장사가 나타나서 제물로 선정된 처녀 대신 그녀의 옷으로 갈아입고 제단에 앉아 있다가 이무기가 나타나자 칼로 이무기의 목 두 개를 베고 나머지 하나는 이무기가 달아나 베지 못한 채 돌아오고 말았단다. 처녀는 기뻐하며 '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 죽을 때까지 당신을 모시겠습니다'라고 하자 '아직은 이르오. 아직 이무기의 남아 있는 목 하나마저 더 베어야 하니 내가 성공하면 흰 깃발을 달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달 것이니 그리 아시오"라며 이무기를 찾아 다시 떠났다. 처녀는 백일간 기도를 드리며 장사를 기다렸는데, 백일 후 멀리 들어오는 배에 붉은 깃발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그만 자결하고 말았다고 한다. 처녀는 이무기가 죽으면서 뿜은 피가 깃발을 붉게 물들인 줄 몰랐던 것. 그 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붉은 꽃이 피어났고, 그 꽃이 백일간 기도를 들인 정성의 꽃이라 하여 백일홍이라고 불렀다 한다.
 

  
이무기를 잡으러 떠난 정인(情人)을 기다리다 목숨이 끊긴 처녀의 무덤에 백일 동안 피어났다는 백일홍의 전설이 오늘따라 더욱 붉게 피어나는 것 같다. 무더위를 이기며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워가며 많은 전설을 이야기하는 배롱나무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뜨거운 여름의 폭염이지만, 이 여름이 가기 전 배롱나무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쓰기
댓글 작성

*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최종 수정일 : 2023-12-15
  • 게재된 내용 및 운영에 대한 개선사항이 있으시면 정보관리 담당부서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이 페이지에 대한 저작권은 충청남도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