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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자락에 자리한 고요한 논산 사찰, 영주사

여행의 변수

2020.07.31(금) 09:27:37여행작가 봄비(springlll8@naver.com)


 
여행은 변수가 가득하다. 대둔산 자락에 자리한 수락계곡을 보고 싶었다. 시원하게 내리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그대로 얼어버려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비가 온 후 불어난 계곡으로 인해 입산 금지. 우린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가려던 찰나, 관광지임을 알리는 갈색 표지판이 보인다.
 
"그래, 여행은 변수가 가득한 법이지."

영주사
-충청남도 논산시 벌곡면 덕곡길 73
 

 
주저하지 않고 표지판이 향하는 '영주사'로 향한다. 영주사 초입으로 가니 사찰 곁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검은 나비가 많기로 유명한 사찰이라는데 내리는 빗줄기에 나비는 다 숨어 버렸다. 고개를 돌려 초록잎으로 물든 계곡물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시원하게 내리는 계곡물에 그간 쌓아둔 마음의 응어리도 풀어지는 기분이다.
 
"그래, 그거면 된 거다!"
 

 

 
차를 두고 입구로 간다. 일주문과 천왕문은 따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2층 높이의 누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 누각 안에 범종이 자리하고 있는 걸 보니 이 건물은 범종각이다.

"땡땡~!"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어보고 싶지만, 주변엔 온통 매미 소리가 감돈다. 매미의 울음을 종소리로 깨버리고 싶지 않다.
 

 

 
백일기도를 드리는 중 극락전 안에는 "수득이가 탑을 세웠노라! 수득이가 탑을 세웠노라"라는 소리가 허공에 들리기 시작했다. 문득 밖을 내려다보니 법당 앞에 삼층석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고 한다.
 
범종각을 지나면 수득이가 세운 '금강사리석탑'이 보인다. 독특한 점은 석탑 앞에 귀여운 양 갈래머리를 한 동자승이 두 손을 모아 기도드리는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조각상은 극락전 전설에 나온 주인공, 수득이인가 보다.
 

 

 
삼층석탑까지 지나면 이제 극락전이 보인다. 색은 바랬지만 여전히 영롱하게 보이는 문짝의 빛깔과 주변에 자리한 나무들이 이곳의 분위기를 고취시킨다. 푸릇푸릇한 계절이다. 극락전으로 오니 매미소리를 덮는 건 '탁탁' 들려오는 목탁소리. 가만히 그 소리를 들어본다. 풀향기와 목탁소리가 제법 잘 어울리는 고즈넉한 분위기다.
 

 
극락전 좌측에는 명부전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명부'란 염마왕이 다스리는 유명계 또는 명토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명부전은 저승세계인 유명계를 상징하는 당우다. 죽은 이의 넋을 인도하여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전각이라는 말이다.

영주사는 영가, 즉 죽은 사람의 넋과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어진 사찰이다. 고요히 울려퍼지는 목탁소리의 출처는 이곳, 명부전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정확히 따지자면 황산벌전투로 죽음을 당한 신라와 백제의 영가를 모두 위로하기 위해 지어진 사찰이다. 황산벌은 이곳 논산의 연산 지방을 의미한다. 황산벌 전투는 백제 의자왕 때 계백이 이끈 백제군과 김유신이 이끈 신라군이 벌인 큰 전투를 말한다.

이 일대에서 장렬하게 벌어진 전투였지만, 이곳에 위령비 하나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이곳에 사찰을 지었다고 한다. 물론 일제강점기 때 소실되었지만, 1984년 지금의 형태로 재건했다.
 

 


영주사 뒤편으로 가면 나한상이 자리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나같이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나한상.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나한부터 최근에 세운 말끔한 모양새의 나한까지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나한상이 장관을 이룬다.
 
 
나한상을 지나 계곡을 따라 더 위로 올라가면 커다란 자연석 미륵불이 보인다. 이곳이 영주사의 마지막 목적지다. 드나드는 이가 적은 고요한 사찰인데 나한상과 미륵불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대둔산 품안에 자리한 덕분인지 산세도 우거지다. 계곡을 따라 다시 아래로 내려온다.
 

 
여행의 변수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풍경을 선사해 준다. 그 덕분에 본 풍경들은 다른 곳과 견줄 수 없을 정도다. 시원한 계곡이 흐르고, 대둔산 품안에 고요한 사찰이 있는 영주사로 향한 변수 가득한 여행,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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