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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사지에서 부여 100년의 역사를 엿보다

2020.01.03(금) 23:19:59오르페우스(poet314@naver.com)


 
금강경에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여의 정림사지를 방문할 때마다 생각나는 금강경의 '범소유상 개시허망'이란 구절은 정림사가 사찰이 아닌 사지(절터)이기에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백제의 고도 부여의 심장부에 우뚝 솟아 있는 정림사지오층석탑(국보 제9호)은 정림사가 텅 빈 절터로 남아 있어 더욱 돋보입니다. 목탑의 양식을 석탑으로 승화한 백제 장인의 세련되고 완숙한 예술혼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림사지 강당에 들어서면 미완의 석불좌상과 조우할 수 있습니다. 몸체를 들여다보면 자연스레 오른손으로 왼손의 검지를 감싸 쥔 비로자나불이 떠오릅니다. 광명을 통해 중생을 제도하는 비로자나불의 모습이 짐짓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천진난만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백제인의 모습, 충청도의 이미지와 흡사하다는 생각입니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정림사지 강당에는 부여의 풍광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진 작품을 둘러보며 '여긴 나도 가본 적이 있지.', '저곳은 나도 가보고 싶다.'라는 혼잣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정림사지 매표소에서 일직선으로 걷다 보면 정림사지오층석탑과 강당의 석불을 가장 먼저 보게 됩니다. 하지만 정림사지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백제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정림사지 박물관에는 백제불교문화관, 정림사지관, 기획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절터로 남은 정림사지를 복원한 옛 모습 속에서도 정림사지오층석탑의 규모와 아름다움은 여전히 변함없는 현재형인 것 같습니다.
 

 

 
정림사지 박물관의 첫 번째 전시관은 백제 불교를 엿볼 수 있는 '백제불교문화관'입니다. 동아시아의 고대 불교로부터 시작해 백제에 전파된 불교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백제의 예술혼이 깃든 석탑의 양식과 축조 과정을 설명해주는 전시에서는 현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림사지 박물관에서는 불상의 다양한 특성과 함께 제작 과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재현한 전시 공간을 둘러봤지만 현대의 과학과 기술로도 풀기 어렵다는 옛 장인의 손놀림을 보는 듯했습니다.
 

 
제가 정림사지를 찾은 이유는 <부여, 100년의 기억>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부여의 근현대사를 사진과 기록 자료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는 전시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191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부여의 과거와 오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시. 10년 단위로 전시한 전시품을 하나씩 보고 읽다 보니 서두른 마음에도 1시간이 금세 지나고 말았습니다.
 

 
정림사지 박물관을 나서자 짧은 겨울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습니다. 발걸음을 재촉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림사지오층석탑 너머로 저무는 노을 사진은 언제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석탑의 배경이 된 현대식 건물마저 사진 속에서는 풍경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백제의 고도 부여를 찾는다면 2020년 3월 31일까지 전시되는 부여의 100년 역사와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정림사지
-위치: 충남 부여군 정림로 83
-관람시간: 3-10월 9시부터 18시, 11-2월 9시부터 17시
-입장료: 성인 1500원(단체 1200원), 청소년·군경 900원(단체 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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