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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든 가을의 뒤안길을 걷다

보령 청라은행마을

2014.11.06(목) 11:02:15오르페우스(poet314@naver.com)


10월에 가볼 만한 BEST 8에 선정된 보령의 청라은행마을은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겨나고 있습니다. 열매를 맺는 암나무만 3,000여 그루가 된다다고 하니 마을 길을 걸으면 어디에서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작가들이 꼭꼭 숨겨놓고 몰래 찾고 싶어 할 정도로 마을 전체가 명품 촬영 장소인 청라은행마을은 어느새 입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방문객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은행마을 축제도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단풍놀이를 대신해 보령 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왔는데요. 오랜만에 눈과 입이 호사를 누려 여러분께 소소한 풍경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꽃과 나무들은 대부분 암수가 하나인데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꽃가루를 통해 만나야 합니다. 사람이 부부의 인연을 맺듯 말이죠. 그래서 은행나무를 볼 때마다 저는 연리지처럼 연인들을 위한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행잎 하나 책갈피에 꽂아두던 시절의 첫사랑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청라은행마을에는 둘레길 체험 코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연인길과 억새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좋고, 돌담길, 개울길은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은행마을 둘레길을 돌며 인증샷을 찍는 연인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291호로 지정된 신경섭 전통가옥은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양반가옥 양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채와 안채가 어우러진 팔작지붕의 가옥은 수십 그루의 은행나무가 감싸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유학자들은 정원에 은행나무를 심고 은행처럼 많은 자손이 입신양명하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사원이나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은 뜻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경섭 고택은 청라은행마을을 찾는 방문객에게 가장 인기 좋은 장소입니다. 천년나무의 울창한 금빛 그늘이 드리워진 돌담에 기대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아이들은 은행잎이 담요처럼 깔린 뜨락을 신 나게 뛰놀기도 합니다.



들길을 걷다가 자전거를 타고 청라은행마을 축제장으로 향하던 마을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청라은행마을에 전해오는 은행나무 전설을 들려주셨는데 어르신의 입담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마을 뒷산 아래의 연못에 마을을 지키던 누런 구렁이가 살고 있었는데 천년의 소원을 성취해 황룡이 되었다고 합니다. 승천하는 황룡을 부러워하던 까마귀들은 먹잇감을 줍다가 발견한 은행을 황룡의 여의주로 여기고 마을에 심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마을에 은행나무가 서식하게 되고 장현마을은 은행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마을 어르신이 꼭 참가하라고 당부하신 대로 청라은행마을의 축제장으로 향했습니다. 우리처럼 발걸음을 재촉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구 장현초등학교에 마련된 체험마을 축제장에서는 은행 주워 담기와 노래자랑, 사생대회, 소원빌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젓가락을 이용해 은행을 주워 담는 게임이 펼쳐지자 청라은행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의 젓가락질이 바빠집니다. 행사 당일에는 비가 오락가락해서 축제가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했지만 가을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축제장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청라은행마을의 축제는 끝났지만 은행잎이 모두 떨어지기 전까지 축제의 분위기는 계속됩니다. 아직 푸른빛이 도는 은행잎이 남아 있으니 11월 중순을 넘겨도 황금빛 물결 속을 거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축제 기간과는 다르게 연인이나 가족의 손을 잡고 한가롭게 거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말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마음속의 고향 같은 청라은행마을로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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