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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생각을 여는 시간…길은 가끔 말 없는 친구가 된다

서해랑 길을 걷다 <2> 57코스

2024.02.25(일) 16:11:21도정신문(deun127@korea.kr)

비인해변 일몰을 보는 사람들 모습.

▲ 비인해변 일몰을 보는 사람들 모습.



마음과 생각을 여는 시간…길은 가끔 말 없는 친구가 된다 사진


다시 숨과 쉼의 길 

지난 1월 서해랑 길을 걷다를 시작했던 기분 좋은 기억을 되새기며 서천 두 번째 코스인 57코스를 걸었다. 이 코스는 송석리와석노인회관을 시작으로 갈목해변을 거쳐 장구2리와 장구만 철새도래지를 지나 다사항을 거쳐 비인해변과 선도리 갯벌체험마을에서 마무리 되는 코스다. 길이는 15.9km로, 56코스와는 달리 밀물 시간이어서 평소와는 다르게 바닷물이 가득한 서해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57코스 하이라이트는 서해를 물들이는 감동적인 노을이었다.   

1월 말~2월초 서해랑길 57코스를 걷기 위해 송석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작은 마을과 해변 길을 걸었다. 57코스 마지막 일정을 비인해변에 도착 해 노을을 보며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으로 정했기에 논과 바다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마을 송석리를 걸으며 서해랑 길 두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장구만 철새.

▲ 장구만 철새.


철새도 쉬어가는 장구만 


빛은 따뜻한데 겨울바람이 제법 거세다. 밀물 시간이어서 바닷물이 가득했고, 거친 파도가 몰아쳐 56코스와는 전혀 다른 서해바다의 모습을 보며 송석항을 뒤로하고 갈목해변으로 접어 들었다. 갈목해변을 걷는 내내 보이던 슴갈목섬은 걸음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고, 서해가 작품이 되던 언덕 위 작은 남궁안옥 미술관은 서해랑 길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갈목해변의 거친 파도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길게 이어진 일반국도를 따라 마서면과 종천면의 경계인 판교천 하구로 향했다. 이곳을 지나면 장구리 마을을 만나게 되는데 지근거리여서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낄 겸 여유 있게 농로 길을 걸어 벽화가 아름다운 장구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도착 전부터 마을 이름의 유래가 궁금했는데 마침 경로당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 인기척을 내었더니 누구냐며 문을 여시는데 할머님 10여분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계셨다. “어머님, 마을 이름이 장구리던데 특별한 유래가 있나요?” “요 앞 바다가 장구를 닮았다 해서 장구만이라고 하거든 그래서 마을 이름도 장구리로 했다고 혀, ㅎㅎ” “위에서 보면 장구하고 똑 닮았다고 허던디 우리도 한번 봤으면 좋겠어 ㅎㅎ” 좀전에 보았던 판교천 하구의 장구만 철새도래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판교천 북쪽끝을 장구만이라고 하며, 겨울철 철새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철새가 겨울철 이곳에서 쉬어가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깨끗한 환경은 기본이고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판교.

▲ 판교.



사람이 그리운 시간을 걸으며 

장구 마을을 지나 계단식 논이 내려다 보이는 농로를 따라 걸었다. 그곳에서 만난 어르신과 반려견들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겨울철이어서인지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반려견들이 사람을 워낙에 좋아해서 달려들 수 있다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더 달려들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길게 이어지던 농로를 지나자 다사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사항에는 일반 어선과 다른 모양의 특이한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김을 수확하는 배들이었다. 서천의 명물이 김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하던 순간이었다. 다사항에서 장포항까지는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걸었다. 장포항을 지나 다시 농로길로 접어들어 작은 마을을 지나 언덕을 오르자 할미섬이 보이기 시작했고, 비인해변으로 들어가는 골목도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노을은 하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드디어 비인해변이다. 마을길이나 농로길은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니 다행스럽게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비인해변의 겨울빛을 여유롭게 쬐고 노을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벌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 선도리 갯벌체험장에 들러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깃든 쌍섬을 바라보며 서해가 천천히 붉게 물들어가는 풍경을 즐겼다. 


선도리 갯벌체험장

▲ 선도리 갯벌체험장



선도리는 옛날에 배가 많이 드나드는 길목이었던 곳으로 봄부터 가을까지는 갯벌 체험을 하는 곳이었으나 겨울철이고 밀물이어서 체험 시설은 운영하지 않아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들만 볼 수 있었다. 서천 갯벌은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 후 금강 하구에 남아있는 유일한 하구 갯벌이라고 한다. 또한 2009년 12월 서천군 일원의 갯벌 15.3km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으며 다양한 바다 생물과 철새들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노을빛이 깊어지는 시간, 다시 비인해변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서해의 노을을 맛보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마침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노을을 즐기고 있었고, 비인해변의 명물 투구바위 앞에서는 사진작가들이 노을을 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감동적인 노을을 보는 것만으로 하루의 피로가 눈 녹 듯 사라지는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박현영 여행작가

마음과 생각을 여는 시간…길은 가끔 말 없는 친구가 된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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