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이면 큰 아들네 가는 것 보다 났다는 장날 할머니
비켜 갈 수 없는 봄 색깔, 당진 전통 시장을 한 눈에 담다.
2023.04.15(토) 18:11:06김기숙(tosuk48@hanmail.net)
어릴 적 전통시장은 엄마의 손을 잡고 신작로로 걸어가던 추억의 옛길이 생각나는 곳이다. 왕사탕 하나 얻어먹겠다고 20리 길을 다녀야 했다.
필자의 고향은 당진이다. 운산, 당진, 면천 장, 그중에서 당진 장은 멀고도 제일 넓었다. 농촌 사람들은 장날 장에 가려면 곡식을 머리에 이고 가던지 아니면 등에 짊어지고 쉬엄쉬엄 쉬면서 가다가 길거리에서 곡식값을 계산해서 돈 산다. 곡식을 팔고 사는 것을 판다고 안하고 사람들은(돈 산다고) 그렇게 말을 하니까 좀 우습게 들린다.
운산 장 가는 길은 좀 가까웠지만 후미진 고개를 넘어서 갔다. 운산 용장리에 있는 640여 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 밑에서 장날이면 사람들은 곡식이랑 옷, 여러 가지를 놓고 팔았다. 장옥도 있지만 좁고 시장은 별로 넓지도 안해 시장 모퉁이 길옆에서 약장수가 있어서 오빠는 중학교에 갔다 올 때면 약장사 구경을 하고 집에 와서 그대로 약장수 흉내를 냈다.
전통시장은 돼지 새끼·소·닭·병아리 등 항상 난쟁이 품바 약장수 때문에 시끌벅적 구경할 만했다. 그런 전통시장이 생각나서 50여 년 만에 친구와 당진 전통 시장을 찾았다. 전통시장과 상설시장 겸비하여 한꺼번에 양쪽으로 줄지어 있는 시장은 엄청 크다. 거리로 따지면 한 오리는 되는 것 같다. 이곳을 구경하려면 찬찬히 가야 구경을 다 한다고 친구는 고향의 자랑인 듯 넌지시 귀뜀해준다. 그까짓 거 넓기로... 빈정거리면서 구경을 한다. 입구에 들어서자 딱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장옥 입구의 전통시장 안으로 들어가니까 투명한 색깔을 띈 생선 횟집이들이 나란히 보인다.
시장 들어서는 입구 날이 따뜻 하니까 고추를 팔러 온 것인지 산 것인지 안방보다 더 편안하게 고추 꼭지를 딴다.
추녀 밑만 이용해서 작업복을 팔고
▲ 농사 지은 푸성귀를 들고 나와 앉아서 봄날은 큰 아들네 간 것보다 났다고 하는 할머니들.
시장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단다.
봄이라서 씨앗 봉투도 시장에 나와 줄 지어 앉아있네.
옛날에는 집집마다 숫돌이 있었는 데 숫돌 쓰는 집도 드물어지자 이제는 시장에서 칼도 갈아서 쓰나 보다.
튀김도 골고루 멀리 안 가고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살 수가 있어서 좋은 점입니다.
장에서만 볼 수 있는 예쁜 신발에 눈이 반하고.
▲전통 시장이라서 볼 수 있는 갖가지 묵
여러가지 가루를 보는 것도 처음입니다.
▲ 백합 구근
많던 꼬막이 시장 끄트머리를 다녀서 왔더니 다 팔려서 못 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1 키로 오천 원.
▲수수 부끄미와 돈 없는 사람이 사 먹는 녹두 빈대 떡
▲난전 솥단지 가게
길도 좁은데 장보러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어께가 서로 부딪치는 일은 다반사다. 사진을 찍는데 친구는 걱정을 하면서
"예쁜 아줌마는 다 찍으라고 한다. "라길래,
"아니여~~ 사람 찍으면 모자이크 해야 되거든. 아무 때나 찍는 것이 아여!"
▲닭 고기가 부위별로 있고 튀김도 해주고 맘대로 사는 닭 고기 판매
고추가 반짝반짝 빛이 나서 사고 싶지만 집에 있어서 마음을 비우고 왔다. 고추 농사 짓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이유 중 더위에 고추를 따려면 뜨거운 땀이 등짝에서 소금 꽃을 피워 고추를 보면 사랑스럽다.
당진시장 두부 가격이 싸다고 하더니 진짜 한 모에 2천 원. 어디를 가나 이렇게 큰 두부 한 모에 2천 원 하는 두부는 못 보았다.
올방개는 논에서 자라나며 잎사귀는 젓가락같이 가늘고 물속에서 크며 뿌리 밑에서 동그란 열매가 달리는 데 날로 먹으면 달착지근하고 여러 개를 모아 믹서에 갈아 자루로 받쳐 녹말을 가라 안 혀서 쑨 풀이 올방개 묵으로, 맛도 있지만 가루는 수입산이 많다. 아무튼 이곳에서 올방개묵을 많이 쟁여 놓고 파는 것을 보니까 신기하였다.
다음에는 장날 저자 가방 큰 것 가지고 와야 되겠다.
귀락당은 착한 가격으로 국수 한 그릇에 오천 원 이라고 하는데 장날이라 사람이 너무 줄지어 서서 다음에 가기로 하고 그냥 돌아섰다.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그 외에도 많은 먹거리와 볼거리도 있었지만, 인파가 너무 붐벼서 오늘은 이것으로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마트에 밀려나는 전통시장의 매력을 한층 더 즐기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