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전체기사

전체기사

충남넷 미디어 > 소통 > 전체기사

난행량(難行粱), 태안해양유물전시관으로 흐르다

서해는 역사의 보고(寶庫)이다

2023.03.20(월) 22:37:45나드리(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안흥 앞 서해의 아름다운 전경

▲ 안흥 앞 서해의 아름다운 전경


봄바람에 흔들리는 우리들의 마음은, 겨울동안 잠들었던 생명의 역동성에 대한 반응이다. 심장의 두근거림처럼 설레는 것은, 바닷물도 마찬가지이다. 동해의 파도는 땅과 함께 움직이는 듯한 굵직함으로 밀려들지만, 서해의 파도는 사람의 감정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밀려든다. 그래서 서해는 사람의 마음처럼 느껴지고, 서해와 마주하고 있으면 내 마음을 바라보는 듯 편안하다.  

신진도와 마도 사이의 난행량, 지금은 방파제와 수로 정비로 호수와 같다

▲ 신진도와 마도 사이의 난행량, 지금은 방파제와 수로 정비로 호수와 같다


신진도와 마도 사이의 난행량 제방 도로

▲ 신진도와 마도 사이의 난행량 제방 도로


서해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명당이 있다. ‘안흥’의 ‘난행량(難行粱)’과 맞닿은 곳에 있는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이다. 이곳은 ‘안흥진성’ 위에 있는 ‘태국사’가 바라보고 있어서 석가모니의 자비로움을 닮아 지형도 아름답고 아늑하다. 해양유물에 관한 지식이나 유적지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선조들의 삶과 후손들의 꿈, 내가 아는 미소가 스며든 곳이다.

나래교에서 바라 본 안흥마을

▲ 나래교에서 바라 본 안흥마을

 
안흥 앞 바다는 수로가 험난해서 원래는 난행량(難行粱)이라 했는데, 평안한 항해를 기원하는 의미로 안행량(安行粱)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계속 선박이 침몰하게 되자 다시 한 번 안흥량(安興粱)으로 고친 후에 계속해서 '안흥’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출처『신증동국여지승람』19, 태안군산천조)

태안해양유물전시관 모습

▲ 태안해양유물전시관 모습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은 2007년 이후 태안 앞바다에서 여러 척의 고려시대 고선박과 수만 점의 유물을 발굴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전시하기 위해 2018년 말 건립되었다. 현재 서해 중부해역에서 발굴된 난파선 8척과 수중문화재 3만 여점을 보존·관리하고 있으며, 2018년 12월 2개 전시실을 부분 개관한 이후 2019년 나머지 전시실의 내부 단장을 끝내고 전면 개관했다.

해양유물전시관 내부 모습 안내도

▲ 해양유물전시관 내부 모습 안내도


해양유물을 전시해 놓은 일부 모습

▲ 해양유물을 전시해 놓은 일부 모습

 
2007년 봄에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주꾸미를 잡던 어선에서 시작된 태안지역 해양유물 발굴의 시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주꾸미가 끌고 올라온 청자 접시 한 점이 태안선의 선체를 발굴하게 되었으며, 그것을 계기로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이 지어지게 된 것이다.

태안선과 마도1호선 유물

▲ 태안선과 마도1호선 유물

   
‘태안선’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목간은 최초로 수중에서 확인된 것이다. 목간은 운송장과 같은 것인데 누구에게 보내는 것인지, 화물의 내용과 수량, 보낸 사람의 수결 등 청자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행적을 유추할 수 있다. ‘태안선’은 고려의 ‘최대경(崔大卿)’ 같은 고위관료에게 보내지는 청자와 발우, 두꺼비 모양의 벼루와 사자모양향로 같은 최상품의 물건을 실은 운반선이다. 강진에서 만든 청자를 싣고 '개경'으로 운반하다가 ‘안흥’ 앞바다 ‘난행량’에서 하늬바람을 만나 좌초된 것으로 추정된다.

태안선에서 발견 된 '청자모란연꽃무늬표주박모양주전자'와 '청자참외모양주전자'

▲ 태안선에서 발견 된 '청자모란연꽃무늬표주박모양주전자'와 '청자참외모양주전자'


‘태안선’에서 발견된 청자 두꺼비 모양 벼루를 보면 고려시대 사람들의 심미적인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 고려 12세기에 제작된 높이 7cm, 길이 13.9cm의 작은 벼루지만 완벽하게 보존되어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윤곽을 음각하고 그 안을 흰색으로 칠한 후 검은색으로 눈동자를 표현한 눈과 구불구불한 선으로 표현한 입이 귀엽고 앙증맞다. 그리고 백색 점(백화)과 흑색 점(철화)으로 표현된 두꺼비의 피부가 흙으로 빚은 것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마치 요즘의 실리콘(Silicone)으로 만든 것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청자 두꺼비 모양의 벼루

▲ 청자 두꺼비 모양의 벼루


 ‘태안선’에 실려 있던 청자 사자 모양 향로는 높이 10.1cm, 뚜껑 높이는 13.9cm와 높이 9.0cm, 뚜껑높이 14.5cm로 된 두 가지이다. 조용히 으르렁 거리는 사자의 모양이지만, 무섭지 않고 해학적인 모습이다. 사자의 머리가 크고 날카로운 이빨 모양과 매서운 눈이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청자 두꺼비 모양과 청자 사자 모양 모두, 목간을 통해서 제작시기, 제작지, 소비처가 밝혀진 유일한 것이다. 역사적인 가치와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이유이다.

청자 사자 모양의 향로 1

▲ 청자 사자 모양의 향로 1


청자 사자 모양의 향로 2

▲ 청자 사자 모양의 향로 2


‘태안선’을 시작으로 ‘마도1호선’, ‘마도2호선’, ‘마도3호선’, ‘마도4호선’까지 총 5척의 고선박과 3만여 점의 해양유물이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보물 ‘청자 음각연화절지문 매병 및 죽찰’과 ‘청자 퇴화문두꺼비모양 벼루’를 비롯하여 서해에서 발견된 약 1,300여 점의 보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고려시대 배인 마도1호선을 실물크기로 만든 재현선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선조들의 삶과 예술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문화적 공간이다.

마도1호선의 선박 모양

▲ 마도1호선의 선박 모양


마도1호선의 내부 모습

▲ 마도1호선의 내부 모습


바라보는 수평선 끝은 800년 전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바다는 푸르기만 한데, 바닷물은 그 속을 쪽빛으로 감추면서 역사도 쪽빛으로 다가온다. 서해는 지구의 시작을 내어준 하늘을 닮아 늘 하늘의 색감으로 머금는다.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은 바다보다 더 푸른 고려청자와 하늘의 구름보다 더 새하얀 조선의 백자가 보관되어 있다. 수백 년 동안 갯벌 속에서 후손들과 소통하기 위한 시간들. 쪽빛의 바다 속에서 역사는 찬란한 소통을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청자연꽃줄기무늬매병

▲ 청자연꽃줄기무늬매병


청자국화모란버드나무대나무갈대무늬매벙

▲ 청자국화모란버드나무대나무갈대무늬매벙


과거로 향하는 타임머신은 상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800년 전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이곳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의 확장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확장성은 서해의 바닷물이 밀려들어 땅에 가득하고, 썰물 때 빠져나가 땅을 공허하게 만드는 마법의 시간이다. 그리고 땅의 역사와 바다의 역사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시간을 공유하며 공간에 스며들고 있다. 마도3호에서 발견된 ‘죽찰’과 ‘목간’이 전하는 이야기가 궁금하다. ‘죽찰’은 대나무에 적은 운송장이고, ‘목간’은 나무에 적은 운송장이다.

고려와 조선시대 서해 항로 표시

▲ 고려와 조선시대 서해 항로 표시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은 ‘권력은 10년을 가지 못하고, 꽃의 붉은색은 10일을 넘기지 못 한다’는 뜻이다. 고려시대 무오정변(戊午政變)을 일으켜 60여 년 간 고려정권을 거머쥔 최씨의 무신정권을 끝낸 ‘김준’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김준(金俊)’은 천민출신이다. 1258년에 ‘최의’를 살해하고 정권을 잡은 후, 원종 6년(1265)에 ‘해양후(海陽侯)’에 봉해져 ‘김원공(金令公)’이 되었다. 하지만, 1268년 ‘임연’에게 살해당해 10년을 채우지 못했던 것이다. ‘김준’이 살해당하기 전 마도3호는 사슴뿔과 상어 같은 고급품들을 싣고 전라남도 여수에서 개경으로 향했다. ‘김준’이 ‘임연’을 만나 죽음을 맞듯이, 마도3호는 ‘난행량(難行梁)’에서 하늬바람을 만나 침몰한 것이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만, 그의 유물은 800년이 흘러서 후손들의 영원한 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마도3호선에서 나온 사슴뿔

▲ 마도3호선에서 나온 사슴뿔


문명과 문화가 공존하는 현대인들에게 유적지에서 발굴되는 유물은 어떤 의미일까? 완전한 유물은 형이하학으로, 불완전한 유물은 형이상학으로 분류되어 학문적인 연구대상으로 치부(置簿)하는 것은 아쉽다. 내가 꿈꾸는 삶의 오선지 악보에 쉼표 하나 그릴 수 있는 곳, 그 쉼표의 공간에 선조들의 유물과 소통하며 삶의 지혜를 찾고 미래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되짚어보면 어떨까.

과거의 난행량에 현재의 배가 들어서고 있다

▲ 과거의 난행량에 현재의 배가 들어서고 있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