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선 봄기운이 산골짜기 골짜기 넘나들며 푸른빛으로 저며 들고,
양지쪽에는 수줍은 새악씨인양 어느새 화사한 모습의 꽃들이 고개를 내어 밀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는 아직 찬기가 남아 있지만 한낮에는 이제 여름인듯 싶을 정도로 제법 더위를 느끼게 한다.

▲ 범종각

늦은 점심을 끝내고 몇몇 일행과 의기 투합하여 모처럼 부여에 있는 대조사를 찾았다.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에 찾은 탓인지 절집 가득 봄기운이 넘실넘실 생기가 넘친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에 실구름이 흐르고 호젓한 경내에는 적막감 마저 흐르는듯
친근하게 다가서는 고요함이 참 좋다.
 

▲ 명부전

스님의 안내로 법당에 들려 잠시 인사를 올렸다.
원통보전 안에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 205 호로 지정된 목조보살좌상이 자리하고 있다.
보살께서 중품하생인을 하고 계신 것으로 보아 대자대비 하신 관세음보살이지 싶다.
보살의 위로 조성된 닷집 앞에는 전설에 나오는 관음조인듯한 모습의 새가 허공을 가르며 나는듯 화려한 모습이다.
 

▲ 불유정

대조사 창건 설화에 따르면 인도에서 공부를 마친 도승 겸익이 아담장 5부 율문을 번역하였는데
겸익의 꿈에 관세음보살께서 현몽하여 번역이 아주 잘되었구나 하시며 큰새로 변하여
날아 가셨는데 가림성 주변에서 사라지셨다 한다.

이에 꿈을 깬 스님께서 새가 앉은 곳을 찾아보니 큰바위 위에 관세음보살께서앉아 계셨다 한다.
하여 그 바위에 미륵불을 조성 하셨고, 사찰을 세웠는데 큰 새를 통하여 관음보살을
뵈었다 하여 그 이름을 대조사(大鳥寺)라 하였다 한다. 
 

원통보전 앞에는 충청남도 문화재 자료 제 90 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좀은 눈에 익은듯 하면서도 어색해 보이는 것은 본래 기단부만 남아 있었는데 
근자에 몸돌을 찾아서 상륜부를 다시 제작하여 조성하다보니 시대의 보조화로 인하여 어색함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층의 기단 위에 삼층의 탑신을 놓았는데 기단부 아래층은 낮고, 윗층은 높게 되어 있다.
이는 신라 시대 석탑의 특징으로 안정된 느낌을 갖게끔 만들어진 기법이라 한다.
몸돌 귀퉁이에는 기둥 모양의 탱주석이 조각 되어 있고, 옥개석에는 5단의 옥석 받침이 조성되어 있다.
지붕돌의 네귀는 살짝 들어 올려 날렵한 느낌을 주는 것이 '고려 시대에 조성 되었다' 라는
안내문과 달리 통일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한참을 경내를 서성이다 석조미륵보살 입상이 계신 미륵전으로 올랐다.
본래는 석조미륵보살 입상만 계셨었는데 미륵전 불사를 하셨다 한다.
작은 구릉위에 덩그라니 조성된 미륵보살입상은 한개의 바위에 머리와 몸체를 조각 하였는데
그 크기가 10여 m에 이르는 모습으로 몸체는 뭉툭하고, 얼굴은 넓적한 것이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친근한 모습을 하고 계시다.
논산 관촉사의 미륵부처님 보다는 좀은 작은듯 하지만 풍기는 이미지는 낯설지 않은 것이
마치 이웃집 아저씨처럼 자애로움을 느끼게 한다.
손에는 연꽃 이라도 들고 계셨던 것일까 이제는 알아볼 수 없는 줄기만이 남았지만
미륵께서 자아내는 은은한 장엄함은 보는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할수 없게 한다.

석가모니불이 입멸하여 56억 7천만년이 흐른뒤에 사바 세계에 다시 태어 나셔서
화림원의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하며 3회의 설법으로 272억 여명의 사람을 교화 하신다는
석조미륵보살을 바라보다 경내를 내려다 보았다.
평화로운 모습에 은은한 풍경소리가 정겹다.

석조미륵보살의 입가에 어리는 은은한 미소처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소원 한다.......... 
 

▲ 미륵전

▲ 미륵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