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정책/칼럼

정책/칼럼

충남넷 미디어 > 도민의 눈 > 정책/칼럼

노처녀 우리 선생님(2)

소중애 문학관의 책들(16)

2022.12.23(금) 14:00:44도정신문(deun127@korea.kr)

노처녀 우리 선생님(2) 사진


시골 학교는 나름 재미진 일이 많았다. 스타킹이 귀할 때였다. 아이들은 스타킹 신은 내 다리를 좋아했다. 스타킹 신은 내 다리에 매달려 쓰다듬었다. 간질간질 간지럽고 스타킹에 올이 나갔지만 참았다.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맛있는 반찬을 싸 오면 그 반찬을 젓가락에 집어 내게 가져오는데 서너번은 교실 바닥에 떨어뜨리고 줍기를 반복하면서 가져왔다. 먼지 뽀얗게 묻은 반찬이지만 어찌 안 먹을 수 있겠는가? 보리밥 새까만 애와 밥을 바꿔 먹기도 하고 도시락을 못 싸 온 애와 도시락을 나눠 먹기도 했다. 마을에 애경사가 있으면 꼭 선생님들을 초대하였다. 교사와 학부모와 아이들의 관계가 끈적하고 정이 깊을 때였다. 

환갑잔치 초대가 많았다. 환갑을 맞이한 어른은 좋은 옷을 입고 우리들 잔치 상을 자주 살피며 부족한 음식 리필을 자손들에게 명령하였다. 참으로 위풍 당당했다. 후에 나도 환갑이 되었는데 나는 여전히 철이 없었다.  

“그 옛날에 환갑이면 아들손자 며느리를 거느리고 거친 세상을 항해하는 함대의 선장 같은 어른이었는데......”

반성했다. 

학부모에게도 배울 점이 많고 아이들에게는 더욱 더 배울 점이 많았다.여교사가 달랑 나혼자여서 운동회에 고학년 무용을 가르쳐야 했다. 음치, 박치, 몸치지만 욕심은 있어서 부채춤을 골랐다. 음악을 틀어놓고 박자 세기를 수십번 하면서 안무를 그럴듯하게 짰는데 아이들이 따라 주질 못했다. 부채춤의 하이라이트, 등 대고 모여서 부채를 팔랑이면서 커다란 꽃을 만드는 부분에서였다. 반복해도 소용없었다. 꽃이 일그러지고 끊어졌다.  

“애들아, 얘들아, 텔레비전에서 부채춤 추는 것 못 봤어? 왜 이렇게 못 하는거야? ” 했더니 아이들이 소리쳤다. 

“텔레비젼에서는 이렇게 안해요. 요렇게 하지요.” 하면서 부채를 앞으로 모아 멋진 꽃을 만들었다. 나는 주저앉아 웃었다. 나는 미련하게도 부채를 어깨에 올려 대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니 맞을 리가 있나. 아이들은 나 보란 듯 빙글빙글 돌기까지 했는데 완벽하고 멋있었다. 

뒷부분의 안무를 아이들에게 맡겼더니 신이 나서 저희들끼리 안무를 짜고 서로 지도하며서 부채춤을 끝냈다. 그때 나는 아이들에게 배웠다. 아이들은 그냥 톡 튕겨주기만 하면 된다는 큰 교훈이었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