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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폰의 아쉬움

내포칼럼 -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2022.11.25(금) 09:21:09도정신문(deun127@korea.kr)

효도폰의 아쉬움 사진


고령층이지만 고령으로 보이긴 싫어 화려한 고급제품 선호
인생의 후반 긴 여유시간 활용하는 액티브 시니어 늘어
빠르게 팽창하는 고령화 사회 생산과 경제활동의 주체로 변신
장수경제의 시대, MZ세대만큼 주체적·능동적 세대이길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알뜰폰 일명 효도폰이 당초 인기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연령이 높은 어르신들에게 실제 자주 사용되지 않는 복잡한 기능은 없애고, 통화기능 위주로 만든 폰으로 사용도 편리하고 통신료도 저렴하여 초반에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수요가 예상만큼 늘지 않고 실제 어르신들에게도 인기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한다. 

왜 그럴까? 기능이 정상 폰에 비하여 부족하거나 서비스 수준이 낮은 것이 표면적인 이유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다른데 이유가 있다. 알뜰폰을 쓰면 주위에서 나이든 노인으로 보고, 취약층으로 보거나 없인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 말 못할 이유다. 어르신이지만 어르신으로 보이는 것이 싫은 것이다.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복잡한 기능을 다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뜰폰을 쓰는 자체만으로 뒤쳐진 느낌을 받거나 주위시선이 좋지 않은 것 같은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관심 갖게 하기 위해서는 노인스럽게 만들거나 노인만을 위한 것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뒤늦은 깨달음이다. 당사자들이 정작 노인으로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 어르신만을 위한 지역이나 구역을 설정하거나, 어르신만을 위한 화장품을 만들거나, 어르신 전용의 무엇을 만들면 오히려 기피대상이 될 수 있다. 표시나지 않게 노인과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섞일 수 있는 공간을, 노인만을 위한 화장품이라도 겉보기에 노인 화장품으로 보이지 않는 컨셉으로 가야 한다. 고령층이지만 고령으로 보이는 것은 싫다. 

가만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시니어 층일수록 더 젊고 활력 있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분들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70대 연령층에서도 보디빌딩을 위해 헬스센터를 다니고, 산악 자전거를 즐기며, 전국 산을 누비는 매니아 등산객들이 즐비하다. 복장이나 장비도 오히려 젊은 층보다 더 화려하고 더 고급의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시니어 층이 단지 소극적인 소비 주체가 아니라 주도적인 생산과 경제활동의 주체로서의 역할과 기능도 활성화되고 있다. 나이 들었으니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을 쓰기만 하는 소비층이 아니라, 인생 후반 긴 여유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일을 찾으려는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들이다. 시니어 층들은 더 이상 자신들을 힘없는 사람, 도움을 줘야 하는 약자로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60-70대 이후의 시간을 단지 남은 ‘여생’, 죽기만을 기다리는 어두운 시간, 할 일이 없어서 소일해야 하는 피동적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능동적 30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양적 규모 또한 만만치 않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18%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 사회(Aged Society)에 진입하였다. 2035년엔 65세 이상이 30%, 2070년엔 46%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시장이다. 더구나 앞으로 고령층의 가처분 소득 수준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높아진다. 장년층부터 노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세대들이 고령층에 진입하고 있고, 1모작 인생을 마치고 2모작, 3모작을 위한 인생 준비도 본격화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50대 이상의 소비금액이 50대 이하의 소비금액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수경제(Longevity Economy)의 시대가 오고 있다. 장수경제에서 시니어들은 변방의 꼰대가 아니라 MZ세대만큼이나 주체적, 능동적 세대이기를 원한다. 시니어지만 시니어가 아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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